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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이데이를 위한 음악,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5-02-11  10: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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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타이데이를 위한 음악,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은 많은 클래식 비평가들로부터 ‘설탕과 꿀, 초콜릿으로 가득한 음악’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았다.

연인들이 고대하던 시간.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를 맞는가 싶더니 어느덧 발렌타인데이 시즌이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초콜릿이나 사탕 판매가 한창이고, 이 시기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괜히 마음이 설레곤 한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하여 사랑하는 연인의 귓가에 살며시 이어폰을 꽂아주면서 초콜릿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 필요한 음악이 바로 감미롭고도 사랑스러운 음악 아닌가.

이날을 위해 필자가 준비한 음악이 있다. 가요도 아니고 뮤지컬이나 영화음악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클래식 비평가들로부터 ‘설탕과 꿀, 초콜릿으로 가득한 음악’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았던 곡이다. 바로 피아노 협주곡으로 잘 알려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자신은 작곡가로서 성공을 더욱 원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였던 교향곡 1번의 초연이 실패로 끝나자 그는 상심하여 몇 년간 작곡 자체를 그만두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다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성공시키면서 작곡가로써 재기했다. 그는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10여년 만인 1908년 교향곡 2번을 발표함으로써 완벽하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실 교향곡 2번을 작곡할 당시 라흐마니노프의 상황은 매우 불안했다. 제1차 러시아혁명의 불길을 피해서 러시아를 떠나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 드레스덴에 정착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은 오히려 그로 하여금 작곡에 더욱 전념하게끔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구조적으로 매우 잘 짜여진 교향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곡가 자신의 대위법 교수에게 헌정된 곡이라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지휘자용 총보를 한 번 들여다보기만 해도 라흐마니노프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알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3악장은 그 중 조금 더 특별하다. 구조적으로 매우 치밀하고 완벽에 가깝지만, 귀로 들리는 음악 자체는 이게 교향곡인지 영화음악인지 모를 만큼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또 정열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수많은 교향곡들 중 로맨틱한 악장을 꼽으라면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나 드보르작 교향곡 8번 3악장을 꼽기 마련이다. 지금 언급한 악장들도 각 교향곡의 다른 악장들 사이에서 잠시 가볍게 쉬어가는 악장이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3악장은 절대로 가볍게 넘어갈 수가 없다. 맨 처음 나오는 제시부의 첫 동기부터 벌써 이번 악장을 결코 범상치 않게 소개해 주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클라리넷의 긴 솔로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듣는 사람을 낭만주의의 최정점까지 휘몰아치듯 이끌어 간다.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이 왜 차이코프스키의 진정한 후계자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음악이다.

많은 지휘자들이 이 악장이 가진 멜로디의 서정이나 낭만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곡 자체가 요즘 말로 ‘센치해지기’ 십상이다. 선율 자체만을 즐기기에 이 악장이 가진 매력이 너무 많다.

일단 제일 처음 제시된 이 악장의 모티브가 곡 전반을 통틀어 어딘가에서 계속 반복되고, 그 반복되는 모티브가 결국 종결부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즉 교향곡 자체가 가진 구조적 형식미에 조금 더 포커스를 두고 이 음악을 즐긴다면 라흐마니노프가 숨겨놓은 이 악장만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지휘자의 음반을 연인의 귀에 꼽아주어도 푹 빠지게 될 만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3악장은 보석같이 다가온다. 올 발렌타인데이에 많은 이들이 이 교향곡과 더불어 클래식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가길 소망한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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