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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슈틸리케의 좋은 눈과 귀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5-01-27  11: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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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자 슈틸리케의 좋은 눈과 귀  
▲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좋은 눈과 좋은 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했다. 그것도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2경기 포함해서 모두 무실점이라는 기록으로 말이다. 이것은 국가대항전에서 매번 수비불안이라는 고질병을 안고 사는 한국축구대표팀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또 조별리그에서 일명 ‘늪축구’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늪축구’란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일대 영 승리로 마친 우리나라대표팀의 축구를 일컫는 말이다. 딱 한 골만 먼저 넣은 후 상대방을 늪에 빠뜨려서 경기력 동반저하로 더 이상 골이 나지 않도록 한다는 네티즌들의 우스갯소리다. 

첫 두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약체를 상대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결국 한 골 축구로 승기를 지켜냈다. 최고의 경기력이었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호주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축구가 결승에 진출하자 이름도 생소한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 현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리더쉽과 전술, 경기운영능력이 회자되고 있다. 아마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그의 입지나 인기는 당분간 탄탄대로일 듯하다. 적어도 다음 월드컵 전까지 그럴 것 같다.

대표팀 지휘봉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지난 27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아시안컵 결승진출을 이뤄낸 새로운 마에스트로 슈틸리케 감독의 지휘 능력을 조금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축구협회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런던의 마에스트로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에서 여러  논란과 더불어 실패하자 축구협회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재빨리 칼을 빼들었다. 바로 2002년 히딩크의 성공을 이끌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재영입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곧바로 외국인 감독 선임에 착수했다. 히딩크 이후 수많은 감독들의 실패를 눈여겨 봤던 이용수 위원장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한국축구라는 오케스트라에 도움이 될 지휘자를 영입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여러 가지 디테일한 원칙을 정하고 원칙에 따라 영입 1순위였던 네덜란드의 명장 반 마르바이크와 협상했지만 결국 결렬되었다. 결렬된 이유는 이중과세 논란과 한국 체류기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 축구협회의 깜짝발표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새 지휘자는 이름도 생소한 독일인 슈틸리케였다. 레알 마드리드 골수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레전드 수비수인 슈틸리케이지만 한국팬들로서 의문부호를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그의 감독으로서 경력과 더불어 독일유소년 축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 그리고 그의 열정을 높이 샀다. 그가 한국축구 풍토 전반을 뿌리부터 다시금 되새김질해주리라 기대했다.

자, 이제 슈틸리케의 지휘자로서 능력을 검증해 보자.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좋은 지휘자의 덕목은 바로 ‘좋은 눈과 귀를 가지는 것’, 그리고 ‘자신의 눈을 믿고,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고, 결과에 따른 책임 또한 자신이 지는 것’이다.

먼저 그가 좋은 눈을 가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슈틸리케는 부임 뒤 아예 독일에서 부인과 함께 이사를 와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첫 미션인 아시안컵을 위해 4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다. 국내 K리그 클래식 경기들뿐 아니라 2부리그격인 K리그 챌린지까지 갑자기 나타나서 경기를 관전했다.

홍명보가 해외파 선수들과 올림픽 멤버들에게 의존했던 것과 달리 그는 철저하게 현재의 경기력에 집중했다. 공격수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떨어진 박주영을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서 과감하게 제외했다. 그리고는 눈여겨봤던 무명의 공격수 이정협을 ‘전술적 필요에 의해’ 발탁했다.

제공권과 위치선정이 탁월하지만 그 외에 기본기 부족으로 K리그에서도 몇 년간 교체출전에 그치고 있는 이정협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날아올랐다.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던 친선경기 사우디전 골로 의문을 기대로 어느 정도 바꾼 그는 호주전 결승골과 이번 이라크와의 4강전 선제골로 완벽하게 슈틸리케의 믿음에 보답했다. 분명히 슈틸리케를 보좌하는 한국인 코치들조차도 그 선택에 의문부호를 가졌을 테지만 결국 그의 파격적 선택은 최상의 결과로 돌아왔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그의 선수를 보는 눈을 어느 정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코 자신의 주장을 독단적으로만 밀고 가지도 않는다. 지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 도중 연장에 돌입하자 갑자기 한국축구의 허리를 맡고 있는 기성용이 윙플레이어 자리로 이동했다. TV로 중계하는 중계진들도 당황하는 상황에서 손흥민의 두 골로 결국 승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성용 선수 자신이 직접 슈틸리케 감독에게 자리 이동을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기성용의 전술적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었기에 기성용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슈틸리케는 선수의 제안을 수용했고 대표팀은 승리했다. 선수의 판단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것. 바로 슈틸리케가 좋은 귀를 가졌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일단 이번 아시안컵을 통하여 우리 한국축구가 좋은 눈과 귀를 가진 지휘자를 영입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는 자신의 눈과 귀를 믿고, 자신의 판단을 믿고, 또 선수들을 믿는다. 이제는 우리가 그를 도와줄 차례다. 그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지 말자. 그가 한국축구의 지휘자로써 성공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이번 아시안컵 결승 결과와 상관없이 적어도 나는 그를 적어도 2018년까지 지지할 생각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지휘자로써 말이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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