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마에스트로

베토벤 '합창'은 어떻게 최고 교향악이 됐나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12-24  18:42:26
확대 축소
  베토벤 '합창'은 어떻게 최고 교향악이 됐나  
▲ 베토벤은 1808년 합창환상곡을 초연한 뒤 16년만에 합창교향곡을 완성했다.

요즈음 거리를 지나다닐 때면 확실히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람들의 옷은 두터워진 지 오래고, 온 거리는 밤늦게까지 북적인다. 독자들께서 지난 주 소개해 드렸던 제야음악회 예매를 잘 했는지 궁금하다.

연말 하면 생각나는 곡. 송년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바로 9번 교향곡 합창이다. 이 곡의 특징은 말 그대로 마지막 악장에 합창이 들어간다는 것과 전통적 교향곡 양식과 달리 2악장과 3악장의 빠르기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의 교향곡은 2악장은 느린 빠르기이고 3악장은 빠른 춤곡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베토벤은 이 9번 교향곡에서 2악장에 스케르초를 넣고 3악장에 느린 악장을 배치하여 전무후무한 4악장이 더욱 완벽하고도 드라마틱하게 등장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구성했다. 마치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이 바로 이 곡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그 이후의 교향곡 지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멘델스존은 그의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서 아예 합창과 독창이 들어간 칸타타 형식을 시도했다.

말러는 더욱 대담하다. 교향곡 2번 4악장에서 알토 독창의 가곡을 집어넣었고, 종악장은 아예 베토벤 9번 교향곡의 4악장을 벤치마킹한 느낌을 줬다. 악장 개수를 늘렸음은 물론이고, 8번 교향곡은 악장이 아예 없이 그냥 1부와 2부다. 또한 그 2부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중 마지막 승천 장면을 음악으로 옮기고 싶어했던 베토벤의 열망을 자신이 대신 실현시켜준 듯하다.

베토벤은 이 합창 교향곡을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교향곡에 인성(人聲)을 집어넣는다는 시도 자체가 매우 획기적이고도 모험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 고민의 흔적이 바로 ‘합창 환상곡’이다. 정확히 ‘피아노, 합창,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합창뿐 아니라 6명의 독창자도 등장한다.

곡 중간에 등장하는 변주 부분에서 피아노를 이용하여 여러 악기와 앙상블을 이루게 하고, 심지어 현악 4중주까지 등장하는 등 정말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하다. 피아노 독주에서 실내악, 그리고 합창까지 등장하는 이 곡의 명칭을 베토벤 자신도 어떻게 붙일 방법이 없었던 듯하다. 초연 당시 도입부의 피아노 독주 작곡이 제대로 안되어 베토벤 자신이 즉흥적으로 연주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 곡의 주제 선율이다. 이 곡의 주제를 한 번 들어 보면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4악장 주제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누구나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조성은 다르지만 말이다. (합창 환상곡은 다 장조, 합창 교향곡은 라 장조다.) 또 악곡을 구성하는 방법과 주제를 변주하는 디테일한 방법까지 교향곡 9번 4악장과 많은 유사점을 보인다.

즉, 이 곡 자체가 말 그대로 9번 교향곡의 습작 버전이라는 것이다. 물론 20분짜리의 곡이고 또 피아노까지 함께 묶어서 환상곡이라는 제목을 붙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베토벤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꿈꾸는가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베토벤이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깊은 감명을 받고 곡을 붙이려고 생각한 것은 이 ‘합창 환상곡’이 작곡되기도 훨씬 전인 자신의 고향 본(Bonn)에서부터였다. 그리고 빈으로 이주하여 합창 환상곡을 초연한 뒤 이 곡이 출판된 이듬해인 1812년부터 마침내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자신의 필생의 역작을 악보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2년 뒤인 1824년 마침내 인류 역사상 최고의 교향곡 중 하나인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초연을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이 곡에 담긴 인류애의 정신과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베토벤의 최고의 음악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자신의 일생의 꿈이 실현되는 환희의 순간을 그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는지 안타깝게도 듣지 못했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인기기사

파워 100人 X

  • 오너기업인
  • 전문경영인
  • 금융/공기업
  • 정치사회
  • 기업별

댓글 0개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파워人 10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