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마에스트로

클래식에서도 축구신동 이승우가 나오려면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10-10  10:03:39
확대 축소
  클래식에서도 축구신동 이승우가 나오려면  
▲ 아이들이 진지하고 순수하게 음악을 접하는 태도를 제한하지 않아야 창의적 음악가가 나올 수 있다.

월드컵의 실패 이후 실의에 빠져 있던 축구팬들에게 낭보가 날아들었다. 얼마 전 열린 16세 이하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이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벌어진 아시안게임에서 예선과 토너먼트를 통틀어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무실점 우승했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상대가 다 북한이었다. 청소년 축구대회 결승에서 아깝게 패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연장종료 직전 터진 결승골로 멋지게 설욕했다. 또 금메달과 함께 20명의 대표선수들 모두 병역혜택까지 받게 되어 그 기쁨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16세 이하 대표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이승우라는 선수다. 그는 명실상부 세계 최강팀 중 하나인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고 있는데, 곧 성인팀 입성이 무척 기대되는 선수다.

또 이승우 외에도 같은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다른 한국선수들도 몇몇이 있어서 조만간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승우가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비단 그가 바르셀로나 소속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넣은 골들은 예전 한국축구에서 볼 수 있었던 수준의 그것이 아니었다. 보통 공격수 하면 차범근이나 황선홍, 이동국같은 정통 스트라이커와 안정환이나 박주영 같은 테크니션으로 나눌 수 있다. 이승우는 그들의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경기장 안팎에서 인터뷰나 골 세리머니를 통하여 보여주는 자신만만함은 많은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승우는 자신만만하다. 또한 승부욕이 넘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한다.

그의 인터뷰를 기사로 접한 적이 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패스 타이밍에서 패스하지 않아도 되고 슈팅 타이밍에서 슈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창의적 플레이를 만들어 내면 칭찬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많은 훌륭한 선수들을 키워낸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의 선수 지도법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패스 타이밍에 패스를 하지 않거나 슈팅 타이밍에 슈팅을 하지 않으면 과연 그 선수는 칭찬을 받을까, 아니면 질책이나 비난을 받을까? 우리나라에서 축구의 리오넬 메시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이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서론이 꽤 길었는데, 이것은 음악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창의성이 있는 사람이 좋은 음악가가 된다. 왕과 귀족들이 추던 춤인 미뉴엣(minuet)을 예로 들어 보자. 어떤 왕은 성미가 급해서 미뉴엣을 매우 빨리 추었고, 또 어떤 왕은 몸집이 커서 춤을 좀 느리게 추었다. 그렇게 되면 이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3박자의 춤곡 템포는 결국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피아노(p)는 여린 소리이니 무조건 작게 연주하고, 포르테(f)는 센 소리이니 크게 연주하라고 가르친다. 그럼 말러의 교향곡에서 포르테 5개(fffff) 다음에 나오는 포르테 1개(f)는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 상대적으로 작게 연주해야만 하지 않을까? 

음악은 결코 절대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도 많은 음악교육자들이 예비 음악가들을 점점 규격화시키고 있다는 불안함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지울 수가 없다.

만약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 하농(Hanon)이라는 책을 꼭 끝내야 한다. 특히 스케일(scale)이나 아르페지오(arpeggio)는 피아노과 입시에서도 시험곡으로 나오는 매우 중요한 테크닉 중 하나다.

그런데 그것들이 왜 시험에 나오는지, 그 지루하고 재미없는 곡들을 왜 쳐야만 하는지 알려 주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무작정 악보를 가져다주고 이것을 쳐라 하면 누가 치고 싶겠는가. 하지만 하농에 나오는 모든 테크닉들이 결국 베토벤이나 쇼팽 등 다른 작곡가들의 피아노 명곡 속에 다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이것을 열심히 연습하지 않고서 배겨낼 수 없다.

지휘도 그렇다. 지휘자야말로 자신이 소리를 내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매우 뛰어난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물론 오케스트라를 컨트롤하는 능력과 그를 위한 좋은 지휘 테크닉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만 하지만 좋은 지휘자와 평범한 지휘자를 구분하는 방법은 결국은 창의성일 것이다.

이것은 음악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음악을 연주하는데 지휘봉에서 음악은 온데간데없고 말 그대로 원투쓰리포만 있다면 그의 지휘봉은 최초의 지휘자 륄리가 사용했던 지팡이만도 못한 것이 된다. 오케스트라를 자유롭게 음악 안에서 유영하게끔 하는 것이 지휘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덕목이다.

최근 초중학생 아이들을 상대로 두 시간여 동안 클래식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다행스럽게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강의 전 미리 준비한 ‘클래식은 oo이다’라고 적힌 쪽지를 나눠 주고 아이들에게 채우게 하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놀라웠다.

물론 ‘클래식은 지루하다’, ‘클래식은 졸리다’라고 쓰인, 지극히 익숙하고 이해할 만한 답변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답변에 ‘클래식은 힐링이다’,‘클래식은 행복이다’등 긍정적 문장들이 많이 적혀 있어서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필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세 가지 답변이었다. 설문조사를 준비하면서 장난삼아 ‘클래식은 직업이다’,‘클래식은 돈벌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들 답변은 그런 나를 매우 부끄럽게 했다.

‘클래식은 마음의 정원이다.’ ‘클래식은 작곡가의 이야기이다.’ ‘클래식은 비빔밥이다 –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니까.’

깜짝 놀라 답변의 주인공들을 일으켜 세워 보았는데 다들 초등학생 아이들이었다. 이것이야말로 클래식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또한 매우 순수하게 생각해서 적어낸 답변들 아닌가.

바로 이것이 창의성이고 이것이 클래식을 자유롭게 즐기는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 이들 중에서 조만간 클래식계의 이승우같은 사람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나라 클래식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희망을 조금 더 가져도 될 것 같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인기기사

파워 100人 X

  • 오너기업인
  • 전문경영인
  • 금융/공기업
  • 정치사회
  • 기업별

댓글 0개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파워人 10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