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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은 한국경제를 살려낼까

최용식 ecnms21@hanmail.net 2014-09-17  2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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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은 한국경제를 살려낼까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9월11일 연합뉴스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재정 총지출을 5.7% 늘릴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여당이 재정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함께 내보냈다. 재정지출 증가율이 지난해의 4.0%와 중기 재정계획(2013~2017년)의 평균 3.5%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같은 날 KBS는 더 친절하게 집권여당의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두고 공방을 벌인 장면을 가감없이 보도했다. 김무성 대표가 "공공기관과 공기업 부채까지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온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최경환 장관은 "관리대상 수지는 2.1% 정도 적자지만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KBS는 ‘여당 2인자와 정부 2인자가 주도권 장악을 위해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 보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위와 같은 논란은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논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만약의 사태에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책의 실패는 물론이고 그 부작용과 후유증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눈이 삐딱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보도들이 진실은 덮고 선전선동에만 더 열을 올렸던 탓인지 몰라도 자꾸 그 보도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최경환 장관은 "재정만 확장적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며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가 절실하다"고 밝혀 정치적 목적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장관의 화려한 쇼

여당과 정부가 재정적자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여당 대표와 기획재정부 장관은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혹은 ‘생쑈’를 벌인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수입을 늘리고 재정적자의 축소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왔다. 최근의 담배 값 인상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우선 공기업들에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채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무엇보다 세입확대를 위해 세무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했으며 뚜렷한 문제점이 포착되지 않은 경우에도 세금증액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거나 기술개발을 추진할 경우에 경영수지가 좋다고 간주하여 가혹한 세금을 매기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과 기술개발을 은폐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 환란을 일으켰던 경제정책이 재현되고 있다

필자가 이 문제를 다소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단군 이래 최대 환란’이 벌어지기 직전의 경제상황이 지금 다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경제를 살린다며 화폐를 증발하고 재정을 팽창시켰다. 특히 1993년 화폐발행을 42% 늘렸고 1995년 재정지출을 43% 확대했다.

결국 이것이 경기과열을 일으켜 우리나라가 생산할 능력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게 함으로써 수입을 급증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1996년 경상수지 적자는 그 직전연도의 외환보유고와 맞먹는 수준까지 커졌다. 이것이 결국 외환보유고를 고갈직전까지 몰아가고 말았다.

김영삼 정권은 화폐를 증발하고 재정을 팽창시키더라도 물가만 불안해지지 않으면 경기과열로 볼 수 없으며, 물가불안이 나타나지 않은 성장률은 아무리 높아도 지속가능하다고 강변했다. 물가만 불안해지지 않으면 1970~80년대에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든 것과 같은 경제파국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믿음이었다. 그래서 국제화, 세계화를 내세워 대대적인 수입개방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값싼 수입품은 국내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은 국내경기가 과열되면 국제수지 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외환위기가 터진다는 세계사적 여러 사실들을 외면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팀은 물가도 안정되어 있고 국제수지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재정을 팽창시키든 통화금융을 완화하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역사적 교훈을 외면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 역사적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1년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외환위기를 겪던 시절 브라질의 랑고니 재무장관은 "위기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천명했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재정수지 적자도 경제위기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그는 1960년대 말 집권했던 칠레의 아옌데 정권이 저지른 실책을 외면했던 것이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1982년 15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것이 재정위기를 불렀다. 여기에 외환보유고 고갈위기까지 가세하자 브라질은 1990년대 초까지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야 했다.

◆ 재정위기는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미 근접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천200조 원에 달해 GDP의 100% 수준에 육박해가는 중이다. 이뿐 아니라 한국은행이 2014년 처음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국민계정’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중은 2012년 GDP의 48.8%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말로만 시장경제이지 정부주도의 사회주의 경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부문의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훨씬 더 높다는 데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경상성장률은 연평균 5.7%를 기록한 반면, 공공부문 팽창률은 7.9%를 기록했다.

대체적으로 재정지출이 이뤄지는 분야는 수익성이나 생산성이 낮아서 민간부문이 외면하는 곳이다. 국가경제의 한정된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분야로 많이 배분될수록 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이 위와 같이 팽창했으니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명박 정권이 실현한 성장률은 연평균 2.9%에 불과했다.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성장률은 3% 초반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장관은 재정을 더욱 팽창시키겠다고 말한다. 이미 이명박 정권에서 대대적인 재정적자 정책이 펼쳐졌고, 그 바람에 경제난은 더 심각해졌는데도 말이다. 박근혜 정권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경제를 살려낸 역사적 사례는 하나도 없다. 루스벨트의 정책은 성공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면 대공황이 10년씩이나 지속될 수 없다. 루스벨트는 정치적으로만 성공했을 뿐이다. 만약 재정지출 확대처럼 쉬운 정책으로 경제를 살려낼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경제난을 겪을 나라는 하나도 없다.

◆ 재정지출 확대정책으로 경제를 살려낼 수 없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과 영국 등은 수요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쳤다. 반면 패전국이던 독일과 일본 등은 공급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승전국이자 산업설비 손실이 거의 없었던 미국과 영국은 패전국이자 산업설비가 초토화됐던 독일과 일본에게 1980년대까지 줄기차게 경제적으로 뒤쳐졌다. 미국과 영국은 국제수지가 만성적자를 기록했고 성장률도 독일과 일본에게 지속적으로 뒤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수요 분야에서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는 반면에 공급 분야에서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공급분야에서 이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의 소중한 것은 모두 피와 땀을 흘리지 않고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피와 땀을 흘릴 때 비로소 경제가 살아난다. 경제를 살려낼 경제정책 역시 책상머리에서 쉽게 구상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성공했던 경제정책을 피땀을 흘려가며 탐구해야 얻어질 수 있다. 이 사실을 박근혜 정권이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최용식은 국민의정부 출범 당시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정책 멘토로, 참여정부 시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활약하며 재야의 경제교사로 이름을 떨쳤다. 여러 미디어에 연재하는 칼럼과 EBS-TV 명사초청 경제학 특강을 통해 수많은 ‘최용식 폐인’을 거느리고 있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해 날카로운 경제진단과 시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제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저서로 <거짓말 경제학> <신환율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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