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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이 마에스트로를 만든다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8-04  14: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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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이 마에스트로를 만든다  
▲ 젊은 지휘자들이 성장하기 위해서 실제 오케스트라 지휘 경험은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그런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필자는 경기필의 재능기부 사업인 ‘지휘자 꿈나누기, 작곡가 꿈키우기’ 공모의 심사에 한창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젊은 예비 지휘자들에게 프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기회를 주어 경험이라는 큰 자산을 얻게 하는 행사다. 리허설 뒤 쪽지를 적어 단원들이 그 지휘자에 대해 코멘트도 한다.

또 오케스트라 곡을 쓰고 싶어도 연주자들이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예비 작곡가들에게 자신의 곡이 연주될 수 있는 기회를 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만 들을 수 있었던 자신의 곡과 실연으로 듣는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공부할 수 있게끔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것도 무료로.

특히 필자는 한 명의 예비 지휘자라도 더 선발해 기회를 주기 위해, 혹시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염려되어 반복해서 그들의 지휘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지휘는 경험으로 하는 것이다. 지휘자의 기술적인 면, 음악적인 면, 인성적인 면 모두 경험을 통하여 서서히 완성된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당연히 오케스트라 지휘 경험이, 젊은 합창 지휘자에게 당연히 합창 지휘 경험이 매우 필요하다.

심지어 언젠가 고백했듯이 프로 지휘자로 활동중인 필자도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필자가 말하는 지휘 경험이라는 것은 비단 연습지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실제로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무대 위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무대 위해서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상황에서 센스있게 대처하여 좋은 연주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지휘자에게 필요한 지휘 경험이다.

합창 지휘의 경험을 얻는 것은 오케스트라보다 비교적 수월하다. 일단 국내의 합창단 수는 오케스트라 수보다 월등히 많다. 사람이 악기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또한 교회나 성당 등의 종교단체에서도 합창지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다르다. 악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악기의 수와 종류도 편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오케스트라를 제대로 구성하기조차 힘들다. 각 학교에서 요즘 벌이고 있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조차도 실제 오케스트라처럼 제대로 편성하기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일반인들을 위한 관현악 지휘법을 강의할 때면 항상 오케스트라 편곡법도 같이 강의하고 있다. 각각의 오케스트라 구성에 맞는 편곡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창은 솔직히 남녀 각각 2명 이상만 있어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제대로 된 합창단을 구성하려면 수십 명을 모아야겠지만.

내가 지휘를 공부했는데 돈이 무척 많다면 걱정은 전혀 없다. 프로 오케스트라를 사거나 연주자들을 고용하기만 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휘과 학생이라면 현재 지휘경험(연주)을 얻을 수 있는 비교적 쉬운 기회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거나, 작곡가들의 작품 발표회를 지휘하는 것 뿐이다.

사실 이 두 가지도 연주경험일 뿐 가장 좋은 기회는 아니다. 작품 발표회를 보자. 일단 작곡가가 살아 있어서 지휘자 옆에서 이것저것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휘자에게 해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또한 솔직히 말해서 현대음악이고 초연이라 연주를 틀리거나 혹은 곡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해도 아무도 모르는데 무슨 경험이 되겠는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맡아 지휘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각 대학별로 실력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들이 많이 있다. 또한 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 내에서 만든 수준 높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도 많다. 이들은 실제 프로 오케스트라를 지향한다.

서곡부터 협주곡, 교향곡에 이르는 실제 클래식 콘서트의 프로그램으로 연주하고, 자신들의 오케스트라에 없는 특수악기 등은 엑스트라를 구하여 데려온다. 즉 젊은 지휘자들에게 완성된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완성된 프로그램으로 지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 것이다.

필자도 재학시절과 유학시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을 맡아 지휘한 경험이 많이 있다. 지휘자에게 연주경험을 쌓고 제대로 된 레파토리를 공부할 수 있다는 데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지휘경험은 매우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프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당연히 다르기 때문에 이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럼 결국 지휘과가 있는 대학에 들어가서 지휘과를 위한 오케스트라 지휘수업을 받으며 그 학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이 현재 국내 지휘학도들을 위한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다. 지휘과 학생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수업을 많이 가질 수도 없거니와 학생들이 많은 경우 그 시간을 분배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아무리 전공자들이라도 숙련된 프로 오케스트라와 학생 오케스트라의 차이가 분명하다. 결국 젊은 지휘자들이 프로 오케스트라와 제대로 된 지휘 경험을 갖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없지만 필자의 대학 재학시절 한국지휘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지휘캠프가 있었다. 국내외의 좋은 지휘자들을 강사로 초빙하였고 수원시립 교향악단 앞에서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선발된 지휘자들은 마지막 날 파이널 콘서트에서 실제로 수원시향을 지휘하여 연주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었을까. 필자도 수차례 참여하여 좋은 경험을 얻었다.

필자의 독일 유학시절에는 다녔던 학교가 관련 예산이 넉넉해 매 학기마다 최소 두세 번씩은 그 도시, 혹은 인근의 프로 오케스트라들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오직 지휘과 학생들을 위해 일주일간 리허설 시간을 주고 연주기회까지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으랴.

그런 면에서 필자는 매우 운이 좋았다. 또 필자를 포함한 젊은 지휘자에게 기회를 주신 많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현재 국내에 많은 지휘학도들이 프로 오케스트라와 연주기회를 가질 기회가 사실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재능기부 행사를 개최하는 주최측의 일원으로 필자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또한 일주일의 리허설동안 흔쾌히 연주해 주는 단원들에게도 감사하다. 같은 부분을 다른 지휘자의 지휘로 반복해서 계속 연주하는 것이 웬만한 인내심으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지만 국내의 예비 지휘자들을 위한 프로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더욱 많이 생겨서 한국을 빛내는 제2 제3의 마에스트로들이 더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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