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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패가 지휘자 홍명보의 몫인 이유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7-07  09: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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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실패가 지휘자 홍명보의 몫인 이유  
▲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지휘자로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했지만 좋지 않은 성적에도 유임됐다.

“모든 책임은 지휘자가 진다.” 필자의 선생님들께서 하신 말씀이다.

무대에서 실수하는 이유는 단 두 가지다. 지휘자가 시키는 연습과정이 좋지 않아서 그 음악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지 않았든지, 아니면 연주하는 그 순간 단원의 컨디션이나 집중도 혹은 악기상태가 좋지 않았든지.

단원이 원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럼 더더욱 지휘자 책임이다. 적어도 그 사람이랑 연주를 하기로 되어 있다면 연주 당일까지 화를 내건 밤샘을 하건 어떻게든 연습을 시켜서 연주를 잘 해내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아니면 아예 애초부터 그 사람을 연주에서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시키던지 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도 결국은 지휘자의 몫이다.

협회의 잘못이라고? 일단 협회가 그 사람을 지휘자로 기용한 이상 모든 책임의 앞에 지휘자가 있다. 뒤의 협회는 그런 사람을 기용한 책임을 지고, 기용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문제에 대한 반성과 함께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지휘자가 유임됐다. 월드컵에서 98년 이후, 아니 98년보다 더 처참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경험이라는 핑계로 감독을 유임시켰다.

경험? 국가대표 지휘자에게 경험이란 말은 참으로 생소하다. 이미 경험이 출중한 사람이 국가대표 지휘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험삼아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다. 베를린 필을 지휘할 만한 경험을 가진 지휘자가 베를린 필의 지휘를 맡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축구협회는 단지 자신들이 예부터 꾸준하게 키워 온 지도자를 잃고 싶지 않아서 기회를 더 주고 있다.

홍명보가 청소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올림픽에서 동메달이라는 국민적 환희를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한 선수로서 그가 이룬 업적과 경기력 자체도 정말 엄청났다. 그는 분명히 좋은 감독이다. 또한 한국축구 역사상 실력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은 몇몇 레전드 중 한 명이다. 그런데 그는 아직 좋은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니다.

필자는 지휘를 하면 할수록 지휘자는 경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더욱 뼈져리게 느낀다. 좋았던 연주, 그렇지 못했던 연주를 다 경험하면서 조금씩 복기하며 나아지려고 노력중이다. 현재 필자는 프로 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 필자에게 다가올 상임지휘자라는 기회를 위해 꾸준히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홍명보가 대표팀의 상임지휘자로 재신임된 이유가 바로 이 경험적 측면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알아야만 하는 것은 학생 때 학교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과 프로 지휘자로써 프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일단 리허설 방법부터 다르다. 프로는 연습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는 일단 한 번 그 지휘자를 세워 봤는데 결과가 좋지 못하면 다시는 그 지휘자를 세우지 않는다. 다음 기회가 없다. 그러므로 프로 지휘자는 한 번의 기회에 단원들을 음악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단원들은 첫 리허설에 바로 안다. 이 사람의 역량이 어떤지. 성격적인 면이야 물론 오래 지내 봐야 아는 것이지만 말이다. 포디움(지휘대)은 가깝고 낮아 보이지만 결코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필자가 지휘과 학생 시절 가끔 피아노 파트를 연주했던 모 교향악단의 포디움과 필자의 거리는 고작 10미터였다. 그리고 그 10미터를 극복하고 그 교향악단을 객원지휘하는 데 딱 10년 걸렸다.

홍명보는 23세 이하 대표팀을 지휘했던 감독이다. 성인대표팀이나 프로팀을 직접 지휘한 경력은 없다. 심지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년이었다. 홍명보 취임 이후 1년 동안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없었다. 1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다. 2005년 9월 대표팀을 맡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팀을 빨리 추스르고 2006년 1승1무1패라는 호성적을 냈다.

비록 16강에 아쉽게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때 한국이 괜찮은 성적을 냈던 이유는 분명하다. 2002년 4강을 이끌었던 선수들의 대부분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드보카트 자신도 프로와 대표팀을 오가며 산전수전 다 겪었던 감독이었다. 그랬던 그도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전술을 선수단 전체에 주입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홍명보가 올림픽대표팀 멤버들을 대거 발탁한 이유는 지휘자로써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 선수들의 기량을 충분히 알고, 선수들도 감독의 전술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홍명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월급을 주는 교향악단이 아닌, 일종의 연주를 위한 헤쳐모여식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라고 치자.

중요한 연주를 앞두고 오케스트라 연주자 구성에 대한 전권을 가진 상황이라면 당연히 내가 실력을 잘 아는, 그리고 나와 많은 연주를 같이 한 단원들을 섭외하여 짧은 시간에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홍명보의 잘못이 있다. 자신과 예전에 최고의 순간을 함께한 단원의 일부는 그 동안 외국 교향악단의 수석 주자가 아닌, 가끔 땜빵으로 출연하는 연주자로 전락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서 연주 전 몇 달을 쉬었다. 심지어 1년간 아무 이유 없이 연습만 하고 월급만 축낸 채 연주를 쉰 단원도 있다. 하루 이틀 연습을 안 해도 관객이 아는데, 1년을 연주를 쉰 단원이 수석으로 나가서 무슨 빛나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겠는가?

또 지휘자가 경험이 없으면 단원들이라도 좀 경험 있는 단원을 데려갔어야만 했다. 안정환이 이야기했듯이 그라운드 안에도 지휘자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충분한 경험을 축적한 리더쉽 있는 그라운드의 지휘자가 이번 대표팀에 없었다. 박지성의 조금은 이른 듯한 은퇴와 차두리의 탈락이 그래서 더더욱 아쉽다.

홍명보의 순간적 전술대응 또한 실패했다. 러시아가 체력이 떨어진다더니 막판에 한국선수들이 쥐가 났다. 그들이 동점골 이후 몰아치는데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알제리가 공격적으로 빠르게 나오는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는데 우리는 공격으로 맞불을 놓지도 못하고 수비를 하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전반전도 지나지 않아 경기를 내줬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긴다는 것을 마치 홍명보만 모르는 것처럼.

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신 모 선생님께 필자가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의외로 대답은 간단했다. 바로 순간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벨기에전 후반은 상대방이 퇴장 이후 극단적 밀집수비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전술변화 없이 알제리전 후반전보다도 못한 경기력으로 패배했다. 심지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교체선수들은 왜 들어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히딩크가 2002년 16강 이탈리아전 후만 막판 동점골을 위하여 공격수를 5명을 두는 극단적 방법을 썼을 당시 주장이었던 사람의 전술이 그랬다.

말 한마디 잘못해도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 지휘자의 숙명인데 목표로 했던 대회에서 참담한 결과를 낸 국가대표 지휘자가 유임됐다. 예선에서 1패밖에 거두지 않았던 지휘자는 지역예선도 채 끝나기도 전에 기술위원회도 없이 경질되었는데 말이다. 이것이 축구협회이고 이것이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 아니 어쩌면 한국사회 전체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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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  2014-07-24 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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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읽고 무슨말인지 하고 싶어졌다. 마치... 세월호참사가 선장과 선주만의 책임이라고 얘기하는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면 내가 잘못읽은건가? 얘기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긴호흡으로 전체를 보아야할때 아닌가? 내가 알기론 경기필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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