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증강현실기기 출시 예고, 한국 부품업체 수혜 기대 커져

▲ 팀 쿡 애플 CEO.

[비즈니스포스트] 팀 쿡 애플 CEO가 중국언론과 인터뷰에서 증강현실(AR) 관련 시장의 성장성과 사업 기회를 강조하면서 애플의 증강현실기기 출시 가능성을 사실상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르면 올해 말에 애플이 증강현실기기를 정식으로 공개하고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혜가 예상되는 한국 부품 협력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23일 중국 국영언론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팀 쿡 CEO는 최근 온라인 인터뷰에서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 기술과 관련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에 관련해 이야기했다.

차이나데일리 인터뷰 진행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증강현실기기가 성공하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애플이 이르면 내년 출시를 목표로 증강현실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팀 쿡은 “나는 여러분들이 아는 대로 증강현실 기술에 매우 열광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이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며 애플이 이 시장에서 안고 있는 기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앞으로 애플이 선보이게 될 무언가를 기다려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애플 증강현실기기 출시와 관련된 관측이 이미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팀 쿡이 해당 제품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CNBC는 “팀 쿡의 발언은 애플이 증강현실기기를 만들고 있다는 확인에 가까운 것”이라며 “메타를 비롯한 경쟁사들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개발중인 증강현실기기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증강현실 콘텐츠를 구동하고 사용자의 눈에 보여주는 고성능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강현실 기술 특성상 카메라 및 센서 성능과 프로세서 연산 능력, 전력효율과 무게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부품 협력사들의 역할도 매우 크다.

애플을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한국 부품업체들도 팀 쿡이 이번에 증강현실기기 출시와 관련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데 따라 실질적으로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LG이노텍이 애플의 증강현실기기 출시에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한국 부품업체로 꼽힌다.

그동안 애플 아이폰에 사용되는 고성능 카메라모듈과 센서 등을 대부분 LG이노텍에서 공급해 왔고 해당 부품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도 모두 애플에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증강현실기기 출시 예고, 한국 부품업체 수혜 기대 커져

▲ 애플 기기에 탑재되는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

LG이노텍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가상현실기기 및 증강현실기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도 부품 공급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턴틀리애플에 따르면 애플 1세대 증강현실기기는 TSMC에서 생산하는 마이크로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겠지만 2세대 제품부터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로올레드는 기존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해상도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기기 특성에 맞게 크게 끌어올린 디스플레이 기술로 LG디스플레이에서 관련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사양 메모리반도체나 삼성전기 및 LG이노텍의 고성능 반도체기판 등 부품이 활용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애플 증강현실기기가 출시되면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의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하드웨어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된 부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시장의 뚜렷한 수요 둔화로 고전하고 있던 한국 주요 부품업체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계기로 자리잡을 수 있는 셈이다.

팀 쿡은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애플이 이미 모바일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1만4천여 개의 증강현실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력한 콘텐츠 기반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닌 증강현실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다면 사용경험 및 활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강력한 소비자 수요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다만 애플이 제품 및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이유로 새 하드웨어 출시 시기를 늦춘 사례가 과거에 많았던 만큼 증강현실기기가 실제로 시장에 출시될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2016년에 처음 가상현실기기 시제품을 제작하고 관련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개발했지만 결국 무게와 착용감 등에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판단해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