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국민연금 개혁 출발부터 '삐걱', 복지부 장관 임명 논란 부담

▲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5월3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이 출발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첫 장관 임명부터 도덕성 시비로 난항을 겪으면서 새 정부 출범 초반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에 필요한 정책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음주운전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임명 문제를 놓고 여야 사이 정치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후보자 지명 이후 43일이 지나 사퇴했는데 김 후보자를 향해서도 논란이 거세다. 이에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5월26일 지명 이후 지속적으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명 직후에는 과거 부적절한 언사가 부각되다 이후 투기 등 심각성이 높은 비위행위로 논란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식약처장 시절 다주택자임에도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를 통해 1억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는 등 본인의 갭투기 의혹을 비롯해 노모, 딸의 갭투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밖에 아들이 신체검사에서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된 병역 의혹, 의원 시절 렌터카 구입을 위해 정치자금 사용 의혹,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관련 재건축 규제완화 법안 발의 논란 등도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를 향한 논란의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장관 공석 상태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 갈등으로 제21대 하반기 국회가 시작됐음에도 소관 위원회 등 원구성부터 막히고 있어 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이 원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벌이는 상황을 통해 김 후보자를 비롯해 박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 개최 기일 경과를 통한 임명, 이른바 ‘청문회 패싱’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미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 기일 경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임명을 앞두고 있다.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은 청문회 없이 대통령의 임명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김승희 후보자를 놓고 ‘버티기 전략’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7월 초쯤에 보건복지부장관 임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일은 19일까지이고 이후 윤 대통령의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위한 10일 이내의 기간 등 절차를 거치면 청문회가 없어도 임명될 수 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등에서 국회의 자료요구에 축소된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로 제출하지 않는 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연 작전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상황을 김 후보자가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되고 검증돼야 할 것이고 만약 김 후보자가 개입했다면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라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청문회가 열려도 김 후보자가 민주당의 공세를 버텨내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김 후보자가 청문회 없이 임명된다 해도 주무장관으로서 국회 다수당 지위를 가진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힘들어 국민연금 개혁작업을 이끌 정치적 동력을 사실상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보험료를 '더 내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 추진됐으나 각계의 반대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로 국민연금 개혁을 내걸었는데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쪽으로 개혁방향을 잡고 있다. 가뜩이나 갑론을박이 더욱 많을 수밖에 없는데 김승회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에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였던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을 놓고 “그럴싸한 말로 보험료를 올려 국민 지갑을 먼저 털겠다는 생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 발언으로 인해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김 후보자가 국민연금 개혁을 이끄는데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