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한양행이 차세대 치료제 메신저리보핵산(mRNA)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자체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특허에 따른 제약을 벗어나 새로운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 mRNA 시장 뛰어들어, 특허 걱정 없는 신약 플랫폼 개발한다

▲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7일 유한양행은 이화여대, 미국 신시내티대와 mRNA 플랫폼기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mRNA 약물에 활용되는 기존 지질나노입자(LNP)를 대신해 독자적으로 새로운 지질나노입자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질나노입자와 관련한 복잡한 특허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mRNA는 우리 몸속에서 세포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설계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맞으면 만들어진 단백질이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게 된다.

mRNA의 가장 큰 특징은 체내 물질이라 쉽게 분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mRNA 기반 치료제나 백신은 기존 약물과 비교해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다만 쉽게 분해된다는 특성은 약물로서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mRNA 약물 분야에서 지질나노입자를 비롯한 전달체 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지질나노입자는 mRNA 입자를 감싸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mRNA 의약품시장이 개화하는 배경에는 지질나노입자 기술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처럼 새로 mRNA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관련 특허를 해외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바이오-IP 이슈페이퍼 제2호’에서 “지질나노입자 제조기술은 미국 아뷰터스와 스위스 제네반트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는 에스티팜은 지질나노입자 특허 기술을 들여오는 데만 1500억~2천억 원 가까이 소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외부 기관과 협업해 자체 지질나노입자 기술 확보를 모색하는 까닭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유한양행은 신시내티대와 공동연구로 표적조직에 대한 mRNA 전달력을 높이는 새로운 지질나노입자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또 이화여대와는 체내 안정성과 표적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는 mRNA 구조체 원천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지질나노입자는 mRNA 치료제 개발의 필수요소지만 일부 회사가 보유한 특허로 인해 의약품 개발로의 활용이 제한적이다”며 “새로운 mRNA 구조체와 지질나노입자 원천기술을 활용해 우선적으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mRNA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을 통해 확립한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질환으로 mRNA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유한양행처럼 자체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엑소좀’ 등 새로운 약물 전달체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엑소좀은 체내 세포가 분비하는 50~150nm(나노미터) 크기 소포체로 세포 사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엠디뮨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엑소좀에 mRNA를 탑재한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