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을 펼치며 반도체 등 주력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정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글로벌경영 행보 빨라진다, 사면론도 힘 받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7일부터 18일까지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네덜란드와 독일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우선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공급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극자외선 장비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기존 광원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적용해 더욱 미세한 회로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장비를 말한다. 

이 장비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7나노급 공정부터 도입됐고 5나노급 공정에는 거의 필수로 사용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도 도입되고 있는데 사실상 ASML이 극자외선 장비를 독점생산하고 있어 장비 확보를 두고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ASML은 한해에 40~50대의 극자외선 장비를 생산하고 가격은 한 대에 3천억 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가 직접 극자외선 장비 확보에 나선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독일 지멘스 경영진도 만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멘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설계자동화(EDA) 도구 등을 제공하는 업체다.

이 부회장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평택공장 방문 때 만난 것을 시작으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월 미국 아이다호주의 선밸리에서 열리는 IT업계 거물들의 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전 세계 반도체기업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산업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D램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2021년 6월 세계 최초로 14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고 11나노 공정 도입 목표도 발표하는 등 일부 측면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선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파운드리 투자 경쟁에서도 경쟁사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설비투자 규모를 2020년 100억 달러에서 2022년 130억 달러로 늘린 반면 경쟁사인 TSMC는 2020년 170억 달러에서 2022년 400억 달러로 설비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글로벌경영 행보 빨라진다, 사면론도 힘 받나

▲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 이미지.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기업 인수합병(M&A) 등 주요 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면 이 부회장의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상태로 ‘취업 제한’에 묶여 등기임원에 오를 수 없다.

이 때문에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책임경영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어 주요 결정을 내리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불법승계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심리도 받고 있어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특별사면이 이뤄진다면 2023년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이뤄져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 말 삼성전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뒤 4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에서도 최근 이 부회장 사면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3일 이찬희 삼성 2기 준법감시위원장은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2일에는 6대 경제단체장들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이 부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을 건의하기도 했다.

국민여론도 이 부회장 사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5월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찬성의견이 68.8%, 반대가 23.5%로 찬성이 45.3%포인트 더 높았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5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재판을 받느라 해외 출장도 제한되고 오너의 법적 리스크가 외국 기업들과의 계약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빠른 시일 내에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