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한 사법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구 사장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자격을 문제삼고 있다.

구 사장은 임기 시작부터 추진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의 성과를 확실하게 보여 경영역량을 보이는 데 더욱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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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사장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업무상횡령 혐의에 관한 재판이 남았지만 징역이나 금고가 아닌 벌금형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구 사장은 부사장 시절이던 2016년 KT 대관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정치자금 1400만 원을 기부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두 가지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는데 업무상횡령 혐의도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관련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었는데 임기시작 전부터 따라다녔던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어낸 만큼 구 사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통신기업 KT를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KT새노조 등에선 여전히 법원이 구 사장에게 벌금형을 내린 것을 놓고 중대한 불법성이 확인됐으므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T에 따르면 구 사장은 KT 대표이사 사장에 오를 때 KT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임기중 직무와 관련된 불법한 요구를 수용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이러한 행위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 주주총회를 통한 해임절차 이전에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에게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합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구 사장이 벌금형을 받은 만큼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할 의무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지만 시민단체에선 불법성이 인정된 만큼 경영자로서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KT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데다 소액주주가 많은 국민기업으로 여겨지는 만큼 구 사장으로서는 이런 목소리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이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을 확실하게 추진해 경영성과를 극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구 사장은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 전략을 통해 KT의 B2B(기업간거래)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25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2021년 3분기 기준 KT의 B2B사업 비중은 39%다.

KT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의 분야에서 외부기업과 제휴협력을 위한 '원팀' 결성을 주도하며 생태계 조성과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 사장은 KT의 조직을 개편하고 적합한 인재를 영입하며 내부 기틀도 닦아뒀다. 

특히 2021년 11월 조직개편에서 '클라우드·데이터센터(IDC)사업추진실'을 별도로 신설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사업 확대 의지도 내비쳤다.

구 사장은 앞서 2021년 9월 KT내 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신설하고 윤경림 전 현대자동차 TaaS사업부장 부사장을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트랜스포메이션부문은 국내외 전략적 투자와 제휴를 통해 KT와 계열사의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구 사장은 미디어콘텐츠사업을 KT의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의 한 축으로 보고 2021년 1월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켜 지식재산권(IP) 확보, 콘텐츠제작 및 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아울러 최근 신한은행과 약 4천억 원대의 지분을 상호 취득하며 향후 금융분야 디지털혁신(DX)과 신사업 공동 추진에 협력하기로 하며 금융분야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구 사장은 2022년도 신년사에서 "디지털플랫폼사업은 10년 이상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으로 혁신을 더해 간다면 더 단단하고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며 "제휴협력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고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