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에 공급과잉 그림자, 삼성전자 대응책 마련 시급

▲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반도체기업들이 일제히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면서 수 년 안에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가 자칫하면 미국 파운드리공장에 들인 대규모 투자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업황 악화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핵심 고객사 확보 등 대응전략을 서둘러야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2024년부터 공급과잉 상태로 완전히 돌아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투자리서치회사 모닝스타 분석을 인용해 대형 파운드리업체들이 2021년 중반부터 일제히 시작한 대규모 반도체공장 증설 효과가 2024년부터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2024년 세계 전체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2020년 말과 비교해 40~5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는 공급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해 결국 파운드리 업황도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닝스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전자제품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는 반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자동차 등 신산업 분야 반도체 수요는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결국 전체 파운드리업계가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생산 단가 하락이나 공장 가동률 저하로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파운드리업체가 상대적으로 악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SMC가 공급과잉에 따른 악영향을 방어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 등 후발주자는 더 불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에 공급과잉 그림자, 삼성전자 대응책 마련 시급

▲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2021년 1~2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집계.

블룸버그는 TSMC가 최첨단 공정 중심으로 파운드리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며 경쟁사에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역시 3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중국 반도체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업황 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공급 과잉에 따른 파운드리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애플과 같은 핵심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가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애플은 2015년 이후 출시한 아이폰 등 제품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자체 개발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기며 TSMC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맥북, 차세대 증강현실기기 등에 사용되는 자체 프로세서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길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TSMC의 매출 증가에 꾸준히 기여할 공산이 크다.

모닝스타도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과잉 상태에서 애플을 더욱 귀중한 고객사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애플의 수주 확대로 오히려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TSMC와 애플의 협력관계와 같이 굳건한 핵심 고객사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 과잉에 따른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퀄컴과 AMD, 엔비디아 등 삼성전자 주요 고객사로 꼽히는 반도체기업들은 모두 TSMC의 파운드리 생산라인도 동시에 활용하거나 파운드리 업체를 수시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급 과잉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결국 확실한 핵심 고객사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거나 새 파운드리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꼽힌다.
반도체 파운드리에 공급과잉 그림자, 삼성전자 대응책 마련 시급

▲ 삼성전자가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활용하는 신기술 안내.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와 2나노 등 반도체 성능 및 전력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첨단공정 개발과 상용화를 두고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공정 도입 및 양산 시기가 TSMC보다 유의미하게 이른 시점으로 결정되고 공정 기술력 우위도 유지한다면 고객사들은 자연히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20조 원 규모 투자를 확정한 미국 새 파운드리공장에 첨단 공정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공장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이 이미 공급과잉 상태로 전환된 뒤 미국 파운드리공장 가동을 시작한다면 충분한 고객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며 실적에 직격타를 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급과잉 가능성에 대응하는 방법은 첨단 공정기술 도입과 양산을 앞당겨 핵심 고객사 주문을 선제적으로 수주하는 방법이 최선으로 꼽힌다.

다만 TSMC와 인텔 등 경쟁사가 내놓은 파운드리 투자 계획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실제 공급 과잉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에 올해만 약 52조, 인텔은 23조 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잉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 축소 등 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가 압도적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무자비하게 늘려 경쟁자들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추격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