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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과 오케스트라를 모두 지휘한 헤레베헤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6-24  10: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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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모두 지휘한 헤레베헤  
▲ 필립 헤레베헤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로 합창과 오케스트라 지휘로 명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2014년 월드컵 본선 H조에서 마지막으로 상대할 팀. 국제무대에서 ‘붉은 악마’라는 별명을 먼저 얻었던 나라. 바로 벨기에다. 벨기에는 50-60년대부터 국제무대에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였고, 또 굉장히 거칠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붉은 악마라고 불리웠다. 나라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은 다른 유럽국가 못지않다.

인구가 1천 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인 벨기에의 이번 대회 라인업은 정말이지 우승을 넘볼 수도 있을 정도다. 벨기에의 호날두로 불리우는 에이스 에당 아자르와 공격수 중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로멜로 루카쿠를 비롯해 머리밖에 보이지 않는 장신 미드필더인 마누앙 펠라이니,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꼽히는 뱅상 콤파니 등 그 면면은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다.

또한 벨기에는 레전드인 마크 빌모츠 감독이 이끌고 있어서 이러한 스타플레이어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도 적격이다. 벨기에가 12년만에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한 데 벨기에의 뛰어난 유소년 시스템과, 유럽 빅리그로 가기 전에 거쳐 가는 하부리그격인 주필러리그의 역할이 꽤 크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벨기에보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그런대로 성장했지만 K리그가 더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해야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K리그의 좋은 선수들이 유럽이 아닌,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주전 출전도 보장된 중국이나 중동 리그로 많이 빠지고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된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다.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를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딱 하나다. 합창 지휘자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뛰어난.

합창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가 뭐가 다른가 하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나올 때 지휘자가 둘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사실 지휘 테크닉은 똑같다. 하지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다르다. 일단 호흡이나 지휘를 했을 때 연주되는 타이밍 등 많은 것들이  다르게 요구된다. 실제로 보면 딱 알 수 있다.

합창은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불러서 소리가 나오는 것이고, 오케스트라는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지난 번 교향악 지휘와 오페라 지휘를 구분해 보았는데, 언젠가 합창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구분해서 소개할 날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꿈꾸게 된 이유가 바로 한 명의 합창 지휘자 때문이었으니까 말이다.

필립 헤레베헤는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나서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의학도 출신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더니 이윽고 지휘를 시작하였다. 1970년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여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단체는 곧 세계 최고의 합창단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는 1982년부터 20년간 ‘생트 음악 아카데미’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음악을 시대별로 적절하게 연주할 단체들을 창단했다.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낭만주의와 그 이전의 음악을 시대악기로 연주할 목적으로 창단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단체를 이끌고 2006년과 작년에 방문하여 뛰어난 연주력과 해석으로 호평받았다.

그는 현재 자신의 단체뿐 아니라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등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을 객원 지휘하고 있다. 2010년 자신만의 음반회사 ’파이(Phi)‘를 설립하여 레코딩을 발매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헤레베헤는 사실 바로크나 르네상스 등의 고음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끌던 합창단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게 된 것도 바흐 칸타타 전집이었다. 그가 이끄는 앙상블도 대부분 고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그는 완벽한 연주를 위하여 시대별로 특화된 앙상블들을 창단하였다. 아까 이야기했듯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낭만시대 혹은 그 이전 시기다. ‘앙상블 보컬 유로팽’은 르네상스시대 곡들을 전문적으로 연주한다. 또한 그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77년 프랑스 황금기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할 ‘라 샤펠 르와얄’을 창단하기도 했다.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그의 고음악 음반뿐이 아니다. 그가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그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존 엘리엇 가디너 그리고 로저 노링턴 못지않게 날렵하고 신선하다. 또한 더 낭만적으로 들어와서 슈만 교향곡 전집이나 브루크너 교향곡 음반 등도 재미있다.

필자가 그의 포레 레퀴엠 음반을 들으려고 구입했다가 오히려 함께 커플링된 프랑크 교향곡 녹음에 반해서 거의 매일 CD플레이어에 그 음반을 걸어놓고 들으면서 다녔던 기억도 있다. 모차르트 레퀴엠 녹음도 훌륭하지만 진노의 날은 다른 지휘자들에 그것에 비해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 포레의 레퀴엠과 모차르트나 베르디의 레퀴엠은 조금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제 결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벨기에의 마크 빌모츠 감독은 은근히 우리나라 대표팀을 무시한다. 벨기에 대표팀이 경기 후 자국의 마에스트로 헤레베헤의 레퀴엠 레코딩을 들으며 위로받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많다고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의 플레이를 하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 파이팅!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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