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중국 온라인보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IT기업인 텐센트와 추진하는 합작법인 설립이 계획을 내놓은 지 1년이 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에 관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어 삼성화재와 텐센트의 합작법인 설립 승인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 중국 합작사 설립 더뎌, 동업자 텐센트 향한 중국 규제 세져

▲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28일 삼성화재 안팎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텐센트와 진행하는 합작법인 설립이 중국 정부의 규제로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를 향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후진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반독점,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빅테크에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

텐센트는 24일 중국 정부로부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의 출시나 신규 업데이트를 올해 말까지 당국의 심사 없이는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받았다. 

앞서 9월 중국 정부는 텐센트에 음악 스트리밍 분야의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온라인 독점판권을 포기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8월 중국 정부가 미성년자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자 텐센트 실적에 악영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텐센트는 3분기에 순이익 319억5천만 위안(약 5조9천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가량 줄어들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중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삼성화재와 텐센트의 합작법인 승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11월 텐센트와의 합작법인 설립계획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화재는 중국 당국에 합작법인 설립 승인을 6월에 요청했기 때문에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합작법인 설립준비를 최초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설립일정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26일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 현지기업 5곳과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 합작법인은 삼성화재의 중국 법인을 삼성화재와 텐센트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작법인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합작법인으로 전환되면 삼성화재의 중국 법인 지분은 현재 100%에서 37%로 줄어들고 텐센트가 32%를 보유하게 된다. 나머지 31%는 다른 투자기업들이 나눠 보유하게 된다.

삼성화재는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일반보험의 해외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해외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온라인보험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보험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021년 2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 온라인보험시장 규모는 2695억 위안(약 50조4천억 원)으로 2013년보다 약 8.4배 성장했다. 전체 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6~7.2%로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온라인보험시장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80~90년대생)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명창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온라인보험시장은 80~90년대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온라인보험 수요계층과 신뢰도가 높은 플랫폼 공급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시장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삼성화재는 이러한 중국 온라인보험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텐센트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국 온라인 보험시장을 적극적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의 대표적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위챗의 사용자 수는 12억 명에 이른다. 

이와 비슷하게 삼성화재는 국내에서도 카카오와 함께 온라인 보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보험시장의 진입문턱을 낮추고 있는 점은 삼성화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외국자본을 통해 보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 설립요건 완화, 영업지역 제한 폐지, 자산운용 규제 개선 등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에는 외국투자자들이 중국 보험시장에서 영업허가를 신청하는 데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줄이고 외국 보험사가 중국 보험회사 지분을 51%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도 삭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