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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변방, 아프리카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6-18  10: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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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의 변방, 아프리카  
▲ 롯시니의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에 제3세계를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과 이슬람권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다.

아프리카. 신비의 대륙. 제3세계. 음악이나 축구나 마찬가지로 이들은 아직도 신비스럽다. 축구에서 더더욱 그렇다. 90년대에 파리 생제르망과 이탈리아 AC밀란을 거치며 발롱도르와 골든볼을 받는 등 유럽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라이베리아의 흑표범 죠지 웨아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축구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죠지 웨아의 등장과 그 때를 같이한다. 90년 월드컵에서 카메룬이 월드컵 8강에 오르고, 나이지리아가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사람들이 아프리카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요즘 일본을 무너뜨린 디디에 드록바의 코트디부아르와 최근 우리나라를 0:4로 망신을 준 마이클 에시엔의 가나 등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등 이제 아프리카 축구는 더 이상 세계 변방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상대할 알제리는 아직도 그 전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알제리 출신들이 축구를 잘한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바로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지네딘 지단이 알제리 이민자 출신이다. 지리적으로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고,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많은 알제리 선수들이 프랑스를 거쳐서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알제리는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권 나라에서 나오는 중동축구의 성향과 프랑스 축구에서 나오는 세밀함이 결합되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최근 상대했던 튀니지는 사실 선수들의 체격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아프리카라기보다 유럽 스타일에 가까웠다. 가나도 강대국에 둘러싸인 월드컵에서 성공하기 위해 수비와 역습에 더욱 비중을 두는 등 예전과 다른 축구를 구사했다.

아프리카 축구도 다 같은 게 아니다. 워낙 그 대륙이 넓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고, 또 그 특유의 색을 점점 세계축구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다. 마치 유럽 사람들이 아시아 축구를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중동축구와 동아시아 축구는 엄연히 스타일이 다른 데도 말이다. 심지어 한국과 일본축구도 다르지 않은가?

음악에서도 아프리카는 제3세계였다. 노예제도로 인하여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팔려가게 되면서 그 음악들이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흑인영가와 재즈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아프리카 특유의 음악성과 리듬은 매우 뛰어나다.

특히 아프리카의 음악에 우리나라 전통음악에서 볼 수 있는 흥이 무척이나 많이 느껴진다. 마치 그들의 축구처럼 말이다. 그들은 축구 응원도 매우 흥겹게 한다. 미국의 재즈도 비슷한 느낌이다. 재즈가 원래 아프리카 음악과 리듬이 백인들의 음악과 섞이면서 나온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축구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음악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이슬람 문화권에 있던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음악과 에디오피아 음악, 중남부 지방의 니그로 음악, 마다가스카르 음악은 다른 색을 갖고 있다.

유럽의 19세기는 산업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오페라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 그런데 소재의 한계에 부닥치자 대본작가들은 이 당시 새롭게 알려지기 시작한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한 이 대본에 그들 입장에서 느낀 제3세계를 향한 감정 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이렇게 탄생한 오페라들 중 대표작품이 바로 롯시니의 성공작 중 하나인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다. 마침 우리가 상대하는 알제리가 주 무대로 등장하는 롯시니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알제리의 이슬람 관료 무스타파와 이탈리아 여인 이사벨라, 그리고 노예로 팔려온 이사벨라의 옛 애인 린도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스타파는 자신의 아내를 린도로와 결혼시키고 자신은 해적들에게 잡혀온 이사벨라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사실 이사벨라는 실종된 옛 애인 린도로를 찾으러 떠돌다가 잡혀온 것이었다. 오페라에서 이사벨라는 그녀와 결혼하길 원하는 무스타파를 속이고 마침내 린도로와 다른 이탈리아인 노예들까지 선동하여 다 데리고 떠난다.

십자군 전쟁 이후 서방세계는 이슬람권에 대한 반감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다. 이런 반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오페라도 겉으로 희극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이슬람세계에 대한 적대감과 무시가 짙게 투영돼 있다.

재미있는 점은 롯시니의 출세작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에서 백작이 로지나를 유혹하면서 자신은 귀족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인 린도로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린도로는 이탈리아에서 굉장히 평범한 계층을 상징하는 이름인가 보다. 한 오페라에서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노예로 등장하고 다른 오페라에서 귀족이 평민으로 분하기 위해 이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베르디의 대표작 아이다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개통식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되는 등 유럽자본이 많이 흘러들어갔을 당시 서양음악과 조금은 관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 휼륭한 흑인음악가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프리카 출신의 스타 지휘자는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 또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드라마틱 테너가 오텔로를 부르는 것을 실연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하고 기대도 해 본다. 오텔로가 실제로 흑인이니까 말이다.

알제리 축구가 베일을 벗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시하면 큰 오산이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것도 없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많은 패배를 기록했던 이유가 바로 상대에게 위축되어 지레진작 웅크려서 우리 축구를 구사하지 못하고 실점했기 때문이다. 4년 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메시만 3명이 수비하다가 정작 당시 스페인 리그 득점왕이었던 이구아인을 막지 못해 대패한 것처럼 말이다. 알제리와 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분명하다. 알제리뿐 아니라 그 어떤 상대와 만나더라도 우리가 준비한 축구를 자신감을 가지고 구사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것이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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