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성지건설 회장이 자체개발사업 진출 등을 앞세워 매출회복에 고삐를 죈다.

김 회장은 앞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해 한 해 수주실적을 3배로 끌어올렸던 성공경험 등을 성지건설에도 적용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되살린 김용빈, 성지건설 인수해 성공방정식 적용

▲ 김용빈 한국테크놀로지 회장 겸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겸 성지건설 신임 회장.


김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 회장으로 2019년과 올해 각각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건설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4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택지 공급은 줄고 대형건설사들이 지방, 소규모 정비사업에까지 발을 뻗으면서 중견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서 일감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성지건설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지건설은 2018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사건에 연관돼 상장폐지를 당하면서 현재 토목과 건축사업 모두에서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의존해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신용등급 등 재무구조 안정성 요건이 더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한 민간공사 수주에서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자체개발사업과 우수인력 확보를 통한 ‘인재경영’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회장은 이미 모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에 자체사업전략팀을 구성해 수도권지역 개발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 공공주택 수주실적을 가파르게 올리며 입지를 쌓아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시너지를 동원해 성지건설 일감을 늘려가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성지건설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 무궁화신탁과 부동산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 회장은 인센티브(성과급)제도 등을 적용하고 인재경영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한 뒤 건설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하며 인력을 확보하고 파격적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영업력을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건설로 건설사업에 발을 들인 뒤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건설사업의 성패는 영업에 달렸고 제일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는 경영철학을 밝혀왔다.

김 회장은 실제 기존 인센티브에 ‘플러스 알파’를 얹은 슈퍼스타제도 도입 등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올해 8월 수주개발부문에 조재용 전 삼성물산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신규수주 실적은 2019년 2400억 원에서 2020년 77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21년에는 신규수주 목표를 1조5천억 원으로 잡았다. 상반기에 수주실적이 1조 원을 넘어서자 수주목표를 1조8천억 원으로 높인 뒤 다시 2조2천억 원으로 두 차례나 상향조정했다. 

김 회장은 앞서 8월 계열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을 통해 법원 경매로 성지건설 지분 29.98%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인수 당시 성지건설이 각종 악재로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여전히 시장조사기관의 건설사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30위 권에 들 정도로 저력이 있는 회사라고 바라봤다.

오히려 성지건설이 위기상황에서도 인지도를 지켜온 점을 볼 때 대우조선해양건설로 부산, 울산, 경남 등 지방에서 입지를 쌓고 있는 건설사업 영역을 수도권, 서울로 확대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성지건설은 1969년 설립돼 1995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한때 시공능력평가순위가 50위 권에 드는 탄탄한 중견건설사였지만 2000년대 이후 여러 악재가 계속되면서 굴곡을 겪어왔다.

성지건설은 2015년만 해도 토목 외 주택과 업무용 빌딩 등 건축부문 매출도 922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에는 600억 원대로 줄었고 2018년에는 193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성지건설은 건축부문 부진으로 2015년 1359억 원대를 보이던 매출이 2018년에는 579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0년에도 전체 매출이 533억 원에 머물렀다. 

김 회장은 성지건설 회장에 오르면서 2024년까지 재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성지건설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매출이 1천억 원을 넘어야 한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건설 수주실적을 급성장시킨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기업 회생작업에서 두각을 드러낸 만큼 성지건설 매출회복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초고등학교, 일본 주오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1996년 자본금 2천만 원을 들고 초등학교 동창생 두 명과 해태유통에 섬유 관련 제품을 납품하는 디엠지아이엔씨를 창업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해태유통이 부도를 내면서 디엠지아이엔씨는 납품처가 없어졌다. 김 회장은 1998년 부도위기의 상장기업 풍연물산에 기획총괄이사로 합류해 당시 기업회생제도의 한 방식인 화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김 회장은 그 뒤 아이닥아이엔씨, 시저스파트너스 등 투자 관련 회사 대표이사를 거쳐 2004년 5월 관리기업 지정에 대표이사 횡령 등 사건이 겹친 케이앤컴퍼니(구 비전텔레콤) 대표에 올랐다. 

김 회장은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앤컴퍼니 지분 21.2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케이앤컴퍼니는 한국테크놀로지의 전신이다. 2012년 회사 이름을 한국테크놀로지로 바꿨다.

김 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에서 플랜트사업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대우조선해양건설, 성지건설 인수로 건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