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주요 자회사인 HMM을 대상으로 갑횡포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HMM 경영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는데 사실상 HMM 관리자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HMM에 갑횡포 논란 직면, 자금운용에 관리자 지위 남용 의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HMM 자금을 산업은행 금융상품에 묶어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산업은행에서 받은 ‘HMM 보유 여유자금별 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HMM이 보유한 여유자금 4조308억 원의 3분의 2 이상이 산업은행에 맡겨져 있는데 이자수익은 미미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강민국 의원은 “HMM 여유자금 대부분이 산업은행의 저금리 예금상품에 예치됐는데 이 과정에 산업은행이 HMM에 파견한 자금관리단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규정상 자금은 산업은행 관리단을 거쳐 집행하게 돼있지만 구조조정과 관련 없는 사업 목적과 관련해서는 관리단이 직접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고 대답했다. 

산업은행이 HMM에게 해외에서 받은 컨테이너 선적료 등 자금을 산업은행 계좌를 개설해 관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이날 제기됐다.

HMM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HMM의 한 전무급 임원은 올해 6월 HMM 특정 해외법인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현지 산업은행 지점에서 계좌 1개를 추가로 개설하고 이곳 법인에서 받은 선적료의 일부인 약 50억 원을 계좌에 예치하도록 지시했다.

통상적으로 HMM 해외법인은 화주로부터 컨테이너 선적료를 받으면 7일짜리 단기 예금에 예치했다가 국내로 송금하는데 이 계좌는 이례적으로 90일 만기 적금으로 개설됐다.

산업은행은 HMM이 금리 경쟁력이나 거래 편의성 등을 고려해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다.

산업은행 말대로 HMM이 직접 어느 은행에 돈을 넣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한 뒤 산업은행을 골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HMM 여유자금이 들어가 있는 산업은행 금융상품별 평균금리는 0.17%에서 0.73% 수준으로 딱히 높지 않기 때문이다.

HMM은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눈치를 ‘알아서’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HMM은 2016년 4월부터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HMM은 산업은행과 관리약정 계약을 맺으면서 인사나 재무, 생산, 자금관리, 인력구조 개편 등 모든 권한을 산업은행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HMM은 자금을 집행하려면 산업은행이 파견한 자금관리단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HMM 여유자금이 저수익상품에 가입하는 데 자금관리단이 관여했다면 과도한 경영개입, 모르고 있었다면 업무 태만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HMM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거리를 두면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지켜온 만큼 갑횡포 논란이 점차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은 HMM 노사가 8월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극심한 대립을 보일 때나 최근 HMM 주주들이 주가상황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침묵을 유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