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삼성생명 지분 보유를 두고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홍라희 전 삼성리움미술관장에 이어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삼성생명 지분에서 손을 떼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을 홍라희는 포기하고 이서현은 줄여, 이부진은 들고가나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개인 최대주주와 2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향후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13일 삼성생명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계열사 주식 일부 처분을 진행하면서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중 가장 적은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최근 KB국민은행과 신탁계약을 맺고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하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이 이사장의 지분은 기존 3.46%에서 1.73%로 떨어진다. 

이재용 부회장(10.44%), 이부진 사장(6.92%)은 물론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 삼성그룹 출연재단보다도 지분이 적어진다. 이 이사장이 맡고 있는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생명 지분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4월 부친 이건희 전 회장 보유지분 20.76%를 나눠 상속했다. 상속 비율은 3:2:1로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받고 이서현 이사장이 제일 적게 받았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이전에는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들이 상속받은 지분 합계는 10% 남짓이다. 삼성생명 최대주주 쪽 지분이 모두 47%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받은 지분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처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오너일가 상속세 마련을 위한 첫 계열사 지분 처분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두고 다른 선택을 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처분, 이부진 사장은 보유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서현 이사장이 지분 처분을 마치면 이부진 사장과 지분 차이는 4배, 이재용 부회장과 차이는 6배까지 벌어진다. 사실상 이 이사장이 삼성생명 지배력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삼성그룹 오너일가 중 이건희 전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생명 지분보유를 포기했다. 이 전 회장 지분 상속을 진행하면서 홍 전 관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받지 않고 그의 몫이 세 자녀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8.7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면서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중간지주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계열분리를 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한다면 삼성생명 지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이부진 사장도 삼성생명 지분을 쉽게 처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점을 고려해 현역 경영자인 이부진 사장과 그렇지 않은 이서현 이사장의 차이가 삼성생명 지분 보유 여부를 갈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부진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10년 넘게 최고경영자로 재직하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도 과거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으로 활동했으나 2018년 말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