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내년 메모리반도체업황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까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무르며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주요 증권사에서 힘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설투자를 공정 전환에 집중할지 또는 물량 확대에 무게를 실을지가 내년 반도체업황과 삼성전자 중장기 주가 흐름을 결정할 결정적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메모리 내년 투자 어떻게, 공정이냐 물량이냐에 주가도 달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13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이른 시일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다소 밑돌았고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실적도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 등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업황 불확실성이 여전해 삼성전자 주가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업황이 개선돼야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6만8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약 10개월만에 6만 원대로 하락한 것이다. 최근 1개월 동안 약 10%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국내 증권사들에 이어 해외 증권사와 다른 반도체기업도 공통적으로 메모리반도체업황을 두고 비관적 시선을 내놓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PC 등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다른 부품의 수급 차질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 반도체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체 실적 전망치를 낮춰 내놓았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일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낮춰 내놓으며 반도체업황 약세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의 실적 개선이나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 강화를 통해 주가 부양을 시도할 수 있지만 메모리반도체업황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주가 반등은 쉽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트레피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 주가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며 “반도체 수요와 공급, 가격 변동이 가장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4분기에 세계 반도체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쌓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도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을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모두 1위 기업으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사업전략 변화에 따라 시장 흐름을 어느 정도 주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설투자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는지에 따라 내년 반도체업황 회복시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DDR5 규격의 D램과 176단 3D낸드 등 신공정을 중심으로 생산라인 전환 투자에 집중한다면 메모리반도체 공급량은 자연히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반도체 새 공정기술 특성상 기존 공정을 전환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새 공정을 도입한 뒤 초반에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도 상당한 기간이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환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분명히 한다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도 자극을 받아 새 공정기술 중심의 전환투자에 더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공급 축소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올해 말까지 쌓이는 대량의 메모리반도체 재고도 내년 상반기 안에 대부분 해소돼 업황 개선을 이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9월 말 기준으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약 3개월 분량 쌓였다고 밝혔는데 반도체 비수기인 4분기를 지나면서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의 재고량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반도체업황 개선시기가 빨라진다면 자연히 삼성전자 주가 반등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상위 기업들은 그동안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꾸준히 반도체 공급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기업들 사이 경쟁 패러다임이 이전의 물량경쟁에서 공정기술 싸움으로 바뀐다면 반도체업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업황 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과감하게 반도체물량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를 경쟁사에 보낼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이 반도체 수요 지연이 발생하는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 반도체 공급 조절 의지를 밝혀야만 할 시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0월 말 열리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D램 미세공정 전환 등 향후 반도체 시설투자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