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주력사업인 바이오화장품분야에서 부진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시장 경쟁이 만만치 않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상기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코로나19 치료제 성과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주력사업 부진, 오상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간절

▲ 오상기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13일 현대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오상기 대표의 임기는 2022년 3월 끝난다.

내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오 대표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대표체제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바이오화장품분야에서 좀처럼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면 바이오화장품 매출 규모는 2019년 242억 원에서 지난해 123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바이오화장품 매출이 42억 원에 그쳤다.

사업 수익성도 악화했다. 현대바이오사이안스는 2020년 영업손실 86억 원을 봤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34억 원을 내며 적자를 이어갔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당초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했으나 2012년 대주주가 바이오기업 씨앤팜으로 바뀌면서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현재는 실적 대부분을 바이오화장품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씨앤팜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공동개발을 통해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모이는 까닭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와 씨앤팜은 구충제 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를 기반으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CP-COV03을 개발하고 있다. 

씨앤팜은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치료제 개발을 주도한다. 향후 치료제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면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제품화 및 양산을 맡아 공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 대표가 코로나19 치료제를 시장에 제때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9월 말 CP-COV03의 임상1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처안전처에 신청했다. 당초 8월 말까지 임상을 신청하려 했지만 서류 미비 등으로 미뤄진 것이다.

이에 비해 다른 국내기업들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한참 앞서가고 있다. 셀트리온의 정맥주사형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글로벌 임상3상을 마무리한 뒤 9월 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다른 코로나19 치료제 10종가량의 임상이 승인됐거나 승인 후 피험자 모집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먹는 치료제만 보면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대웅제약의 코비블록이 임상3상에 들어섰다.

해외에서도 머크, 화이자, 로슈·아테아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머크는 최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효과를 발표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등 치료제 상업화에 적극적이다. 

머크의 움직임은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주주들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월30일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종가는 3만4650원이었는데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효과가 발표된 10월1일에는 2만9300원으로 급락했다. 10월5일에는 2만3150원까지 내려갔다. 

13일 오전 12시 기준 주가는 2만6천 원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가가 4만~5만 원대를 보였던 점을 놓고 보면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에 관한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히 식었다고 볼 수 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머크 이외에도 로슈·아테아와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3상 결과가 2021년 말까지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상업화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늘어나 접근성이 확대되고 단가가 낮아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기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사 및 백신 개발사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은 씨앤팜(11.61%) 등 특수관계인이 12.2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액주주 몫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단기간에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오 대표의 연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물론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다른 기업에 크게 뒤처지지 않고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와 씨앤팜은 임상수탁기관(CRO)인 디티앤씨알오와 협업해 향후 임상2상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임상2상 결과가 나오면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 대표는 1959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법학과 및 미국 죠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해 사법시험(26회)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법무법인 아태 파트너 변호사 등을 지낸 뒤 2013년 현대바이오 대표에 선임돼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지분 0.07%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