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이 자금력 좋은 호반산업의 배경 아래 광케이블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대한전선은 국내와 해외 양쪽에서 광케이블 생산설비 구축을 서두르며 5G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해외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한전선 광케이블 해외공략, 나형균 새 주인 호반산업 자금력 든든

▲ 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


4일 대한전선에 따르면 최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충남 당진 공장에 있는 통신케이블공장과 해외 생산법인인 쿠웨이트대한 등에 광케이블 본격 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한전선은 단계별 투자를 진행해 국내와 해외공장에 한 해 광케이블 약 500만 f.km(1 f.km는 광섬유 1심의 길이)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 사장은 이번 설비투자로 광케이블을 사업포트폴리오에 추가해 유럽과 미국 통신케이블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한전선이 올해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나 자금력이 풍부한 호반산업을 새 주인으로 맞은 만큼 기존 주력사업인 전력케이블 외 새로운 먹거리사업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는 것이다.

대한전선은 국내 2위 전선기업이지만 광케이블은 새롭게 진입하는 신사업이나 다름없다.

대한전선은 2012년 경영상황 악화로 광통신사업을 담당하던 자회사 대한광통신 지분을 전부 매각하면서 광케이블시장에서 물러났었다. 

5년 뒤 대한전선 창업주 설경동 전 회장의 손자인 설윤석, 설윤성 형제가 사모펀드로부터 대한광통신 지분을 되찾아와 현재 대한전선과 별개로 광케이블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대한전선 사업포트폴리오는 전력선분야에 쏠려 있었다. 매출의 68%가량이 전력케이블사업 수주 등에서 나왔다.

2021년 1분기 기준 통신케이블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내수매출이 대부분으로 통신케이블부문에서 해외실적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기준 대한전선은 통신케이블사업으로 매출 509억 원을 냈는데 그 가운데 508억 원이 국내시장에서 나왔다.

통신케이블 가운데서도 광케이블은 세계 각 국가의 5G인프라 투자 확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시대 가속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에 바탕한 4차산업혁명 등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 해외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이미 잘 구축돼 있는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광케이블 네트워크설비가 미흡한 곳이 많다. 그만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프랑스 정부는 2025년까지 광케이블 보급률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프랑스는 포스트 코로나 경기부양책의 3대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5G통신산업 지원을 책정해 올해 상반기 광케이블 인프라에 35억7천만 유로를 투입했다.  

프랑스는 2020년 중국산 광케이블 수입량이 급감하고 한국 광케이블 수입액은 전년보다 326.9% 급증하기도 했다.

곽미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프랑스 파리무역관은 '프랑스 광케이블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현재 광케이블 설치는 프랑스 정부와 통신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요 사업 가운데 하나”라며 “광케이블 보급률, 4차사업혁명에 따른 디지털주권 이슈 등에서 유럽 광케이블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대한전선이 전력케이블을 앞세워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는 미국도 광케이블 등 통신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3월 시골까지 모든 지역에 초고속 통신망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전선은 쿠웨이트 광케이블 생산법인을 거점으로 유럽을, 충남 당진 공장을 통해 미국 광케이블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나 사장은 2019년 5월 대한전선 대표에 오른 뒤부터 광케이블사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나 사장은 2019년 12월 쿠웨이트 정부기관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고 쿠웨이트에 광케이블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대한광통신 매각으로 광케이블사업에서 발을 뺀 뒤 처음으로 지은 광케이블 생산공장이다. 

나 사장은 올해 재무건전성이 튼튼한 호반산업에 힘입어 광케이블사업 본격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산업은 국내 주택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호반그룹 계열사로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호반산업은 자체 분양사업의 우수한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2020년 말 연결기준 차입금 의존도8.4%, 부채비율 83.7%다. 2020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이 약 3918억 원 규모에 이른다.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인수대금 2500억 원도 외부자금 차입없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으로 충당했다.

나 사장은 5월25일 호반산업이 대한전선을 인수한 것을 기념해 열린 ‘뉴 대한 인 호반(New TAIHAN in HOBAN)’ 행사에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확대 및 생산 현지화를 통해 본업인 케이블사업에서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전력산업의 토탈솔루션기업으로서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2012년까지 광케이블사업을 해 왔던 만큼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통신케이블의 양 축인 동통신과 광통신이 모두 가능한 종합통신케이블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