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된 후속조치를 상세하게 알리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김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사업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ESG보고서에 사고도 담아, 김교현 친환경사업 신뢰 다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4일 화학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최근 롯데케미칼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지난해 발생한 대산공장 화재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 사장은 올해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56명의 사상자를 낸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화재사고와 관련한 대응과 후속조치 방안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보통 지속가능보고서에는 탄소배출 감축 등 기업의 비재무적 경영성과와 비전 등을 담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롯데케미칼은 안전사고 같은 부정적 이슈까지 담았다는 점이 남다르다. 

국내에서는 지속가능보고서가 의무적으로 발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공시사항도 아니다. 

그런데도 김교현 사장은 자발적으로 ESG경영과 관련된 부정적 이슈를 기재하고 개선방안까지 담아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대산 공장에서 나프타 분해공정 중 압축공정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해 복구작업을 위해 9개월간 문을 닫아야 했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책임자가 형사입건되고 과태료 5억 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당시 사고조사TF를 구성하고 피해 지역주민을 위한 피해접수창구 운영, 심리상담 치료 등을 진행했다. 또 사고원인으로 알려진 나프타분해공장의 배관을 교체하고 가스누출 감지능력을 높였다.

김 사장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롯데케미칼이 추구하는 비전은 재무적 성과를 넘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며 "친환경 화학소재회사로 거듭남과 동시에 안전한 사업장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이런 롯데케미칼의 투명한 경영보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평가, 조사하는 기관으로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사원기관으로 참여한 사단법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대산 공장 화재와 여수 공장 대기오염물질 불법배출 등에 영향을 받아 ESG 등급이 하락했다”며 “하지만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습하고 경과를 투명하게 보고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ESG 등급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환경과 안전 개선작업을 지속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친환경사업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먼저 진정성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약 4조4천억 원을 들여 블루수소를 비롯한 친환경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에서 탄소를 따로 포집해 생산하는 블루수소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을 세웠다. 2025년까지 연간 16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 인프라를 갖추기로 했다.

다음 단계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을 전기분해한 그린수소 생산에도 나선다. 

김 사장은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린수소 목표 생산량은 2030년까지 연 44만 톤이다. 2030년 모두 60만 톤의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투자를 통해 수소 등 친환경사업의 매출이 2030년 3조 원까지 늘어나고 영업이익률도 10%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생산공정과 사업부문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뜻하지 않게 발생한 사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해 친환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