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낸드플래시회사 키오시아(Kioxia, 옛 도시바메모리)가 상장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대형 인수합병 매물이 사라지면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2위 자리에 오를 공산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키오시아 상장 본격화, SK하이닉스 세계 낸드플래시 2위 굳히나

▲ 키오시아 로고.


3일 외신들을 종합해보면 키오시아는 8월 안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키오시아가 이르면 9월 중 상장 완료를 목표로 기업공개절차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애초 키오시아는 지난해 10월에도 상장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주요 고객사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사업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자 투자심리 악화를 우려해 상장을 연기했다.

로이터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되면서 낸드플래시도 장기적 공급 전망이 밝아졌다”며 “키오시아가 기업공개를 진행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바라봤다.

반도체업계에서는 키오시아가 상장을 마무리하면 SK하이닉스의 약진을 끝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의 재편 움직임이 한동안 멎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키오시아도 그동안 인수합병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졌으나 결국 상장을 선택하는 것 같다”며 “긍정적 반도체업황을 고려하면 키옥시아는 상장 뒤 기업가치가 높아져 기존에 인수를 검토하던 회사들도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와 키오시아가 동시에 인수합병시장의 매물로 거론되면서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지각변동의 분위기가 퍼졌다.

그러나 키오시아와 관련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고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 달러(10조 원가량)에 인수하는 계약만이 2020년 10월 체결됐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을 삼성전자가 33.5%, 키오시아가 18.7%,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14.7%, SK하이닉스가 12.3%, 미국 마이크론이 11.1%, 인텔이 7.5%씩 점유했다.

키오시아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확정한다면 키오시아를 제치고 단순합산 기준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선다. D램뿐 아니라 낸드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것이다.

앞서 4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키오시아 인수를 위해 키오시아의 최대주주(지분율 49.9%)인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실질적 경영권 보유자인 2대 주주 도시바(지분율 40.2%) 등과 각각 협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웨스턴디지털의 경우에는 데이비드 괴켈러 CEO가 5월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을 합치면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가 될 수도 있다”며 인수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키오시아가 결국 상장을 선택한 것을 보면 협상이 어그러진 셈이다.

키오시아가 아니면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는 더 이상 대형 매물이 없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안정적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4위에서 2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키오시아 상장이 SK하이닉스의 투자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베인캐피탈을 필두로 한 컨소시엄이 키오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지분 절반의 인수를 시도할 때 재무적 투자자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SK하이닉스가 이 투자로 확보한 키오시아 지분을 상장과 맞물려 구주매출 방식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에 4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2조7천억 원가량을 베인캐피탈에 펀드 참여 형태로, 1조3천억 원가량을 키오시아 전환사채(CB) 매입의 형태로 출자했다.

키오시아는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지분 절반을 사들일 당시 기업가치가 180억 달러(21조 원가량)로 평가됐다.

그런데 앞서 4월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의 키오시아 인수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에는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 수준으로 거론됐다. 3년 사이 기업가치가 1.7배가량 뛰어오른 셈이다.
 
일본 키오시아 상장 본격화, SK하이닉스 세계 낸드플래시 2위 굳히나

▲ 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


SK하이닉스는 2021년 1월 SK하이닉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키오시아와 관련한 투자 가운데 베인캐피탈에 투자한 지분은 점차적으로 시장에 매각할 것이다”며 “나머지 3분의 1은 키오시아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 전체 투자지분 가운데 3분의2를 처분해 4조5천억 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차익은 1조8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 키오시아의 상장을 계기로 투자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대금 90억 달러(10조 원가량) 가운데 70억 달러(8조 원가량)를 올해 안에 인텔에 지급해야 한다. 잔금 20억 달러의 지급 기한은 2025년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2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유동화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을 더해 투자여력을 6조6400억 원가량 보유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기업이 보유현금을 모두 소진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지 않은 외부 차입이 필요하다.

키오시아 투자자금 회수는 SK하이닉스가 외부 차입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