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4일 7만9200원(액면분할 환산)이었는데 6월24일 17만3천 원으로 올랐다. 이후 조금 조정을 받았지만 7월27일 종가 기준으로도 여전히 14만8천 원이다. 반 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시장은 왜 카카오의 미래가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고 있는 걸까?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회사의 상장, 금융사업 진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서는 카카오의 미래가치를 두 가지로 나눠 정리해보겠다. 첫 번째는 카카오라는 기업의 ‘플랫폼사업’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두 번째는 카카오는 그 변화과정을 얼마나 빠르게 수행하고 있는가이다. 

먼저 카카오의 ‘플랫폼 사업’을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플랫폼이론에 카카오의 성장을 적용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단면 시장’에 머물러 있었던 카카오가 ‘양면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양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보완세력’이 바로 카카오 자신이다. 

이상규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양면시장의 정의 및 조건’이라는 논문에서 양면시장을 “서로 다른 두 타입의 이용자집단이 플랫폼을 통하여 상호작용을 하며 이 때 창출되는 가치는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성의 영향을 받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설명이지만 카카오의 플랫폼, 카카오톡의 초기 모습과 네이버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카카오톡의 초기 모델에서 카카오는 메신저 이용자라는 한 종류의 고객만을 상대하는 ‘단면시장’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있는 시장은 정보를 검색하는 일반 사용자와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 등의 정보제공자, 양쪽을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시장’이다.

카카오톡이 위치한 단면시장은 카카오<->이용자의 구도라면 네이버가 위치한 양면시장은 정보제공자 <-> 네이버 <-> 정보검색자의 구도인 셈이다.

카카오는 단면시장에서 엄청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메신저시장에서 카카오톡의 점유율은 90%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계속 단면시장에 머물러있는 것은 사업성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플랫폼 사용자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단면시장에서 기업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비즈니스’란 결국 플랫폼이 양면시장을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단면시장에서 양면시장으로 넘어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는 페르난도 F. 수아레즈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교 교수가 ‘보완세력’이라고 정의한 존재다.

보완세력을 쉽게 바꾼다면 ‘서비스 제공자’라고 말할 수 있다. 플랫폼이 양면시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단면시장에 원래 존재했던 수요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서비스 제공자, 양면의 다른 한 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은 ‘보완세력’과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데서 나온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보완세력 확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자신이 보완세력이 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는 2020년 사업보고서 기준 무려 114개다. 무려 삼성그룹의 자회사 수보다 많다. 우리나라에서 카카오보다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집단은 ‘투자형 지주회사’를 추구한다는 SK그룹밖에 없다. 

‘문어발 식 확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카카오는 이 ‘문어발’들을 카카오 플랫폼의 보완세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카카오스토리가 카카오에 소설과 웹툰을 공급하고,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을 공급하고, 심지어 이제 카카오뱅크가 금융서비스까지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양면시장의 다른 한쪽에도 카카오가 들어오면서, 보완세력-플랫폼-사용자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구도를 카카오의 자회사-카카오-사용자의 구도로 바꿔버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역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양면시장의 보완세력을 직접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등 경쟁사들이 보완세력을 직접 만드는 방법과 협력을 통해 보완세력을 확보하는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펼치는 동안, 카카오는 첫 번째 방법에 집중해 이 변화 과정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금융사업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과 손잡고 금융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통해 직접 금융업에 진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카카오가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90%를 넘어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카카오톡 점유율 덕분이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 모바일 메신저시장을 선점하며 단면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이용자를 확보해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셈이다.

카카오는 과연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카카오 주가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 만큼 카카오의 ‘보완세력 만들기’가 어느 분야까지 나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