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출시를 앞둔 전기차 '더 뉴 EQA' 가격을 확 낮추면서 판매량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춘 가격을 바탕으로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해 벤츠 플랫폼을 경험한 소비자를 늘리는 것이 추후 고급 전기차 판매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가격 확 낮춰, 한국에 고급차 확대 포석 깔아

▲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6월10일 열린 서울스마트모빌리티엑스포에서 'MBUX 하이퍼스크린'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테슬라·현대자동차·기아 3파전이 아닌 테슬라·현대차·기아·메르세데스-벤츠 4파전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애초 예상과 달리 새 전기차 가격 책정하면서 국고보조금을 100% 지원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면서 국내 전기차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앞서 10일 서울스마트모빌리티엑스포에서 공개한 새 전기차 '더 뉴 EQA' 가격을 부가세를 포함한 개별소비세 3.5% 기준 5990만 원으로 결정했다.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더 뉴 EQA는 2019년 말 출시됐던 중형SUV 'EQC'에 이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번째 전기차로 국내에는 7월에 출시된다.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판매량은 국고보조금 지급 여부에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판매량의 핵심요소로 꼽힌다.

올해 1월21일 정부는 전기차 국고보조금 제도를 6천만 원 미만의 전기차만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도록 개편했다. 6천만 원부터 9천만 원 미만의 차량은 보조금의 50%만 받게 되며 9천만 원 이상의 차량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주력모델인 모델3 롱레인지의 가격을 올해 들어 이전보다 480만 원 인하한 5999만원으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더 뉴 EQA의 뼈대가 된 내연기관차 GLA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은 5260만~6010만 원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완성차회사는 같은 모델이라도 정부보조금을 고려해 친환경차량 가격을 더욱 높게 책정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GLA와 더 뉴 EQA를 비슷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클라인 사장이 전기차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선도 나온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아직까지 주행거리를 공개하지 않아 국고보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경쟁차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 뉴 EQA가 가격과 함께 국고보조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주행거리에서 다른 회사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짧긴 하지만 도심에서 주로 주행하기 편리한 사양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전륜모델은 국고보조금 800만 원,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HPC는 750만 원으로 책정됐다.

더 뉴 EQA의 1회 충전에 주행거리는 유럽(WLTP) 기준으로 426km으로 집계됐다.

국가보조금 지급기준이 되는 한국환경공단의 주행거리 측정결과는 유럽의 약 70%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더 뉴 EQA는 한국환경공단에서 주행거리를 측정하면 대략 300km에 못 미칠 공산이 크다. 주행거리와 관련된 보조금 항목에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준이 400km인데 이에 비춰보면 EQA는 국고보조금을 최대로 받지는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저온에서 주행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더 뉴 EQA에 지능형 열관리시스템을 탑재했다. 기온이 낮을 때 전기차는 통상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지능형 열관리시스템은 배터리 아래의 냉각판으로 배터리의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하도록 돕고 히트 펌프로는 인버터와 전기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의 온도를 높이는 데 활용해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도 주행성능을 유지하게끔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국가보조금 기준에서는 저온주행거리도 따져보고 있어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번에 이런 성능을 강화한 것이다.

클라인 사장이 고급모델을 출시하기 앞서 보급형모델을 통해 사용자경험을 확대하는 것을 놓고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사전포석 깔기라는 시선이 나온다.

클라인 사장으로서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보급형모델과 고급모델 등 투트랙 전략을 펴는 것이지만 보급형모델로 고객경험을 쌓는 것이 고급모델 판매량을 늘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10일 서울스마트모빌리티엑스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더 뉴 EQA와 함께 올해 말 공개될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전기세단 EQS를 통해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메르세데스-벤츠의 EQ 브랜드는 단순히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혁신적 서비스와 충전 등 다채로운 고객경험 전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 뉴 EQA에도 인공지능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포테인먼트로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이 탑재되는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고객들에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자동차에서도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이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경험을 늘리는 것이 앞으로 판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더 뉴 EQA는 엔트리(진입단계)에 있는 모델이면서도 첨단 주행보조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등 동급 대비 주행·안전·편의 등 상위모델에만 있던 기능들이 많이 탑재됐다"며 "도심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도록 제작돼 상급모델 수준의 편의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사용자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마르쿠스 쉐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은 10일 서울스마트모빌리티엑스포에서 "그동안 메르세데스가 고급차량을 제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드림카’로 인식되었다면 이제는 전기차와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선도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고 있는 전기차 플래그십모델 EQS에는 더 뉴 EQA보다 진화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이 적용됐다.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인 EQS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모델로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1회 완전히 충전해 주행할 수 있는 최대거리가 유럽(WLTP) 기준 770km이고 1월에 본사 차원에서 공개한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인 ‘MBUX 하이퍼스크린’도 적용됐다.

MBUX 하이퍼스크린은 차량 내부 전면이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한 개의 스크린으로 연결된 대형 스크린으로 폭이 141cm에 달해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기술 등이 활용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탑재해 탑승자가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조작하고 맞춤형 운전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