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10만전자’ 갈 길 멀어, 고동진 폴더블 확대전략 중요

삼성전자 주가는 몇 달 전만 해도 곧 10만전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죠. 하지만 주가는 한동안 빠르게 오르다 요즘에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따라 주가의 등락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통신을 이끄는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이 주목됩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더 완벽한 제품으로 만들면서 또 많은 사람들도 사용하게 하는, 한마디로 대중화를 추진하려는 의도가 읽히는데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폴드3는 삼성 모바일기기 중 처음으로 카메라 구멍이 없을 거라고 합니다. 디스플레이 아래에 카메라를 숨기는 ‘언더패널 카메라’가 적용된다는 거죠.

또 폴더블폰의 옥의 티로 여겨졌던 단점, 곧 화면의 주름도 신제품에서는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메라 구멍과 주름이 없어진다는 건 더 깔끔한 디스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폴더블폰 최초의 S펜 지원도 더해진다고 합니다. 이전의 폴더블 제품들보다 사용자경험이 훨씬 더 개선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7월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언팩을 열고 갤럭시Z폴드3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렇게 여러 부분에서 향상된 제품이 나오면 자연히 수요도 늘어나겠죠.

그래서 삼성전자에서는 내부적으로 폴더블폰 생산량 확대도 계획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210만 대 정도 팔렸다고 하는데요, 삼성전자는 올해는 출하량 목표를 600만 대에서 700만 대 정도로 잡았다고 합니다. 이대로 생산량이 늘면 상당히 높았던 가격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렇게 폴더블폰에 역량이 집중되는 반면에 삼성의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프리미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갤럭시노트 출시가 불확실하다는 건데요.

고동진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갤럭시노트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 갤럭시S 시리즈 신제품, 갤럭시S21울트라에는 갤럭시노트만의 특징이던 S펜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 삼성전자 매출 기둥은 스마트폰, 하지만 수익성은 기대이하

폴더블폰이 1년에 고작 수백만 대 팔리는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업구조를 보면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폴더블폰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에서 무려 40.5%를 무선사업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사업부가 차지했습니다. 반도체부문 매출 비중은 30.8% 수준이죠. 매출만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반도체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이 훨씬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수익성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비롯한 IM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11조 원을 거뒀는데요. 반도체부문 영업이익 21조 원보다 훨씬 성과가 적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 같은 완제품사업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처럼 모바일기기를 판매하는 애플은 매번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죠.

실제로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발생한 이익 가운데 80%를 애플이 차지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16%가 안 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하죠. 스마트폰 판매량은 분명히 삼성전자가 더 많은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프리미엄분야의 경쟁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3천만 대 수준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면 모두 중급, 보급형 제품으로 채워지죠. 반면 애플은 판매하는 제품이 모두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아이폰 시리즈로 구성됩니다. 스마트폰 한 대를 팔 때 버는 돈이 차이가 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향후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경우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동진 사장의 폴더블폰 확대 전략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수익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죠.

◆ 삼성전자 프리미엄폰 나날이 감소, 고동진 폴더블로 돌파구 절실

고동진 사장은 그러면 왜 이렇게 스마트폰 가운데에서도 굳이 폴더블폰의 비중을 키우려고 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지속해서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는 갤럭시S7 이후 연간 판매량 4천만 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나온 갤럭시S20 시리즈는 코로나19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판매량 2800만 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죠.

이렇게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점점 더 적게 팔리는 까닭은 그만큼 경쟁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먼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기반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죠. 애플이 iOS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과 비교해 대안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안드로이드 진영을 보면 샤오미나 오포, 비보 같은 중국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저가제품, 박리다매의 상징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품질 면에서 삼성전자 제품과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죠. 

이렇게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폰 스펙도 상향평준화하고 있죠. 소비자들이 옛날에 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덜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군은 폴더블폰을 제외하면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2가지인데요, 이 두 기종은 이제 S펜 말고는 다른 점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제품군을 정리하는 한편 폴더블폰 강화에 나선 이유죠.

다만 폴더블폰 쪽에도 경쟁은 존재합니다.

앞서 샤오미가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와 비슷하면서도 더 저렴한 폴더블폰을 내놨죠. 샤오미는 이 제품을 중국에서만 팔았지만 업계에서는 샤오미 폴더블폰의 글로벌 진출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포나 비보 같은 다른 중국기업도 폴더블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죠. 심지어 애플 역시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 삼성전자 주가 주춤, 스마트폰이 ‘10만전자’ 힘 보탤까

삼성전자 주가는 한 번 고점을 찍은 뒤 다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0년 5월26일 4만9250원에서 2021년 1월11일 9만1천 원까지 치솟았는데요. 반도체와 관련 호재들이 지속해서 보도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부족,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 파운드리 확대 같은 여러 상황이나 전략을 통해서 수혜를 볼 거라는 소식이 많이 나왔었죠. 이런 뉴스만 들으면 마치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만 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은 실적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만큼 반도체사업 경쟁력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시장에서 경쟁자도 그렇게 많지가 않고요.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관한 기대는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만큼 올랐으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5월31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8만500원으로, 52주 최고가에 비해 11.5%나 빠졌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반도체 대신, 스마트폰 같은 다른 주력사업 쪽에서 주가에 힘을 보탤 만한 새로운 소식이 필요한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가 동향을 봐도 스마트폰사업의 영향이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액면분할 가격을 기준을 봤을 때 2016년 초 삼성전자 주가는 고작 2만3천 원대에 그쳤는데요. 2016년 3월 나온 갤럭시S7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주가도 힘을 받았고, 2016년 말에는 3만5천 원대를 넘었습니다. 이후 반도체산업 호황도 지속돼 주가는 2017년 11월 5만6천 원대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2018년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시작됐죠.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세가 꺾여 2019년 1월에는 3만7천 원대까지 내려갑니다. 

이 때 주가를 방어했던 게 고동진 사장이 2019년 2월 발표했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였습니다. 발표 전후로 갤럭시폴드에 관한 기대감이 쏠리면서 주가가 한 달 만에 4만7천 원대로 회복됩니다. 

2019년 9월 갤럭시폴드가 정식으로 상용화되고 뒤이어 2020년 초 출시된 갤럭시Z플립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1월 마침내 6만 원대에 진입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염원하는 10만전자까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고동진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요?

◆ 삼성전자 ‘삼두정’ 일원 고동진, 폴더블폰 아버지

삼성전자는 부품을 맡는 DS부문,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맡는 IM부문, 가전과 TV를 담당하는 CE부문 등 3개 부문로 나뉩니다.

고동진 사장은 이 가운데 CE부문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기남 DS부문 대표, 김현석 CE부문 대표와 함께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하는 ‘삼두정’의 일원이죠.

고동진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6년 무선사업부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무선사업부 개발관리팀장, 기술전략팀장, 무선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삼성전자 모바일사업이 성공을 이끌었죠.

그 공을 인정받아 2015년 말 무선사업부장에 오르면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에는 IM부문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고동진 사장의 모바일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무선사업부장이 된 첫해에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습에 진땀을 뺐죠. 

하지만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실패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혁신에 거리낌없이 도전했죠. 폴더블폰이 그 혁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삼성전자는 고동진 사장체제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이후 폴더블폰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에게서 점점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판매량 수백만 대에 불과한 폴더블 스마트폰 외연을 키우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몇 가지 단점도 개선해야겠죠.

“갤럭시 브랜드의 철학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이제까지 없던 것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다.” 고동진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에 오른 뒤 삼성전자 자체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고동진 사장은 이제까지 없던 것을 세상에 선보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제 그 혁신을 더 많은 고객이 받아들이게끔 정착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