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SR이 운영하는 수서발 고속철 SRT의 전라선 투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철도 수평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철도는 지난해 적자 1조2천억 원을 본데다 올해와 내년까지 좋지 않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비용 감소, 이익 증가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철도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를 내심 바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 1조 적자에 SR 통합 바라다, SRT 전라선 검토에 다시 불붙나

▲ 4월30일 철도노조가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철도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철도노조>


9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SRT를 올해 추석 전까지 전라선에 시범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SRT는 수서와 부산을 오가는 경부선과 수서와 목포를 오가는 호남선에서만 운행되고 있다.

전라선은 전라북도 익산역과 전라남도 여수역을 연결하는 철도노선이다. 그동안 전라선 이용객들은 서울 강남권을 가기 위해서는 KTX를 탔다가 SRT로 환승해야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전라선 SRT 투입계획을 묻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 전라선에 SRT를 운행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관계기관 사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SRT의 전라선 투입이 ‘철도 쪼개기’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철도통합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2만 명이 가입된 산별노조로 코레일 노조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철도와 SR을 통합하기 위한 논의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SR이 운영하는 고속철도 투입 노선이 늘어나면 코레일과 SR의 분리체제가 더 공고해지고 막대한 세금만 추가로 투입된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창원로템지회 등은 7일 경상남도 창원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전선(경남 밀양~광주 송정)에 KTX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속철도 통합을 촉구했다.

이들은 “열차 안전과 국민의 보편적 이동권 보장을 위해 고속철도를 통합해야 한다”며 “고속철도 통합 없는 SRT 노선 확대는 사실상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창원로템지회는 "KTX와 SRT의 분리운영에 따른 중복비용이 559억 원에 이른다"며 "불필요한 중복비용의 지속적 증가로 철도산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철도노조는 앞서 4월30일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쟁사 SR에 차량을 빌려주고 그 차량을 정비하고 표를 팔아주고 안내하고 사고나면 수습까지 하는 회사가 어디있냐”며 코레일과 SR로 분리된 구조를 비판했다.

이들은 “전라선에서 수서로 바로 가는 고속철도를 원하는 주민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지금 바로 전라선 KTX를 수서까지 운행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SRT의 전라선 투입 논의를 계기로 다시 철도 수평통합 논의에 불이 지펴지는 것이 한국철도로서는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와 SR이 통합되면 비용 감소, 이익 증가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와 SR이 통합되면 현재 두 회사가 나눠 운영하고 있는 고속철도가 통합운영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고속철도에서 생기는 수익으로 일반철도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철도와 SR이 따로 운영되면서 중복지출되는 비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용역 보고서에서 확인된 경쟁체제 중복비용만 해도 559억 원에 이른다”며 “한국철도와 SR을 통합하면 통합회사의 연평균 매출은 3100억 원이 늘고 SRT가 마산, 전주, 순천, 포항까지 운행할 수 있어 국민 편익이 크게 높아진다”고 바라봤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도 한국철도와 SR의 통합 문제를 놓고 "공공성이나 비용, 수익 측면에서 통합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는 2016년 말 SR이 출범한 뒤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열차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영업손실 1조2113억 원을 봤다. 

2019년 영업손실 1083억 원을 봤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적자폭이 커졌다.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까지도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한국철도는 보고 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올해 열차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의 60% 수준밖에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에 1조2천억 원의 적자가 났는데 올해와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형욱 국토부 장관후보자가 취임하더라도 가뜩이나 주택문제로 부담이 커 논란이 큰 철도 수평통합 논의까지는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후보자는 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SRT를 전라선에 운영하는 방안이 철도 수평통합 문제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노 후보자는 SRT를 전라선에 운영하는 방안을 놓고 "국회와 지역에서 요구가 있어서 검토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