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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지휘와 교향곡 지휘는 무엇이 다른가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5-15  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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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지휘와 교향곡 지휘는 무엇이 다른가  
▲ 1976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레바인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도 겸하여 오페라와 교향곡 모두에서 뛰어난 지휘능력을 보였다.

나는 현재 대구에 내려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훌륭한 곳이다. 나는 여기에서 신예 성악가들과 연주한다. 언젠가 이들 가운데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우뚝 서는 젊은 성악가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최근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오페라 지휘와 교향곡 지휘는 무엇이 다르고, 오페라 지휘와 교향곡 지휘 중 어떤 것을 더욱 선호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질문은 ‘지휘자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받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최고의 마에스트로는 대부분 오페라 극장을 경험했다. 예전에 언급했다시피 카라얀이 그랬다. 우리나라의 정명훈도 그랬다. 그렇다면 교향곡과 오페라 지휘는 별반 다르지 않을까? 어차피 지휘자는 교향곡이건 오페라건 그냥 팔만 흔들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다른 점이 있다.

교향곡을 지휘하려면 먼저 그 악곡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화성법과 대위법, 그리고 관현악법과 이것을 아우를 수 있는 작곡기법 전반에 관한 포괄적 지식을 습득해야만 교향곡 지휘가 가능해진다.

하나의 곡은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가진다는 것이 작곡의 가장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 총 4악장, 혹은 그 이상으로 되어 있고, 때로는 한 시간도 훌쩍 넘기는 교향곡 전체를 지휘해 단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지휘자의 자질을 지니려면 완벽한 분석에 의한 뛰어난 음악적 연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음악적 연출력을 가리켜 ‘음악성’이라고 한다. 순간적으로 템포를 늘이고 당겨서 인위적으로 연출하는 음악적 폭발을 클라이맥스라고 착각하는 지휘자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런 착각은 매우 위험하다. 지휘자는 그래서 작곡할 줄 알아야 한다. 작곡할 줄 안다는 것은 작곡된 곡을 연주하는 악기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페라 지휘는 그냥 성악 반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런가? 오페라 아리아를 지휘하거나 기악 협주곡을 지휘할 때, ‘반주적 역할에 충실할 때’ 지휘 테크닉이 먼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지휘 테크닉이란 성악이나 기악 솔로에서 때때로 등장하는 순간적 루바토(급작스럽게 잠깐 등장하는 미묘한 템포변화)를 얼마만큼 오케스트라와 잘 맞출 수 있는가 하는 순간적 지휘기술을 말한다. 저 가수나 저 기악 연주자가 여기서 어떻게 연주할까 하는 예측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을 예측하려면 성악이나 기악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오페라 아리아나 기악 협주곡 지휘는 결국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잘 맞게끔 하는 것이다. 굳이 뛰어난 혹은 유려하거나 현란한 지휘기술이 없어도 가능하다. 오케스트라가 협연자 소리를 잘 듣게끔 해서 알아서 맞추게 하면 된다. 연주는 오케스트라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오페라 지휘자가 반주자의 역할에만 충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가사가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지휘자에게 교향곡 지휘자의 능력과 지휘 테크닉은 물론이고 언어적 능력과 극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오페라는 결국 대본으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을 음악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오페라는 한국 창작 오페라를 제외하고 다 외국말이다. 즉, 이탈리아어, 독일어, 불어, 영어를 알아야만 한다. 심지어 푸치니의 오페라 스코어를 보면 음악적 뉘앙스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이탈리아어가 가사를 제외하고 수시로 등장한다.

또한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 스코어를 딱 펼쳐보면 그들의 관현악 기법만 봐도 벌써 무대 위에서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표정들이 그려진다. 즉 이 작곡가들은 극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설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것처럼 오페라도 그렇다. 음악적으로도 극적으로도 완벽하게 구성돼 있으면 몇 시간에 걸친 오페라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이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휘자의 능력이다. 물론 성악가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페라 지휘가 교향곡 지휘보다 어렵다거나 혹은 쉽다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오페라는 가사가 있고 극이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반면 교향곡은 가사 없이 기악 연주만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오페라 지휘와 교향곡 지휘에 상당히 다른 능력이 발휘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앞으로 오페라 연주 혹은 교향곡 연주를 보면서 지휘자의 뒷모습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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