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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지휘자, 지휘하는 성악가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5-07  10: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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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는 지휘자, 지휘하는 성악가  
▲ 최고의 테너로 각광받은 플라시도 도밍고는 현재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의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지휘봉을 잡는다.

멀티 플레이어. 현대 스포츠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 첫 골을 넣었던 유상철 선수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작년과 올해 프로야구팀 LG트윈스의 내야수 문선재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강속구를 받아내고 도루를 잡아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스포츠에서 멀티 플레이어는 흔하다. 또 요즈음 그런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감독들도 많다. 

음악에도 멀티플레이어가 있다. 지휘자들 중에도 멀티 플레이어들이 종종 등장한다. 연주하면서 지휘도 하는 일종의 감독 겸 선수 말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를 꼽으라면 멀리 다니엘 바렌보임에서부터 가깝게 수원시향의 김대진을 꼽을 수 있다. 최고의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지휘자였던 말러나 번스타인, 그리고 현대음악의 획을 그은 불레즈도 있다.

현 코리안심포니 음악감독 임헌정도 작곡부문 최초의 동아콩쿨 대상 출신이다. 또한 명지휘자 쿠세비츠키의 더블베이스 협주곡은 더블베이스 주자들의 필수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그럼 노래하는 지휘자 혹은 지휘하는 성악가는 없을까? 쉽게 이름을 떠올리기 어렵다. 잘 상상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

최고의 테너였던 페터 슈라이어는 바흐나 모차르트의 종교곡을 녹음했다. 심지어 이 녹음들은 명반으로 꼽힌다. 또 같은 시대의 명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도 말러의 대지의 노래 등을 녹음했다. 그런데 역시 이들의 레퍼토리는 성악곡에 머무른다. 아무래도 기악과 성악은 지휘의 테크닉적 면이나 음악적 면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도전하는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쿠라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페라나 종교음악 지휘를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평생을 최고의 오페라가수로 살았기 때문에 그가 오페라나 성악곡을 지휘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음악성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장영주 협연으로 베를린 필을 지휘하여 녹음한 바이올린 소품 음반을 들어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이 소품이지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이다. 그런데 음악적으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때로 신선한 면도 있다. 또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는 도밍고의 지휘 테크닉이 다른 지휘자들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를린 필의 발트뷔네 콘서트나 쾰른 필하모닉을 다니엘 바렌보임과 나눠서 지휘한 도밍고의 영상물을 보면 실제로 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워싱턴 오페라와 LA오페라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최고의 테너가 지휘자로 활약하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성악활동을 줄이고 지휘활동을 늘리고 있다.

  노래하는 지휘자, 지휘하는 성악가  
▲ 호세 쿠라는 성악가가 되기 전 지휘자로 먼저 활동했다.

쓰리테너를 잇고 있는 스타 테너이자 지휘자로 활약중인 호세 쿠라는 도밍고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단 그가 플라시도 도밍고 콩쿨에서 수상한 것만으로도 도밍고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최고의 성악가 반열에 오른 이후 지휘를 시작했던 도밍고와 달리 호세 쿠라는 성악가이기 이전에 지휘자로 먼저 활동했다는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지휘와 작곡을 먼저 공부한 뒤 30세에 들어서야 비로소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타 테너 반열에 오를 만큼 뛰어난 외모와 실력을 가졌다. 특히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였던 프랑코 코렐리와 ‘황금의 트럼펫’ 마리오 델 모나코의 소리를 합쳐 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성악가로 승승장구하던 중 뜬금없이 ‘Avie’라는 음반사를 설립하여 자신이 직접 지휘한 심포니 음반들을 선보여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심포니아 바르소비아를 지휘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음반이 대표적이다. 이 음반은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을 만큼 명반이다. 그의 독창회 실황 영상물에서 베르디의 서곡을 직접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성악활동을 자연스레 줄이면서 지휘활동을 늘리고 있는 도밍고와 달리 성악과 지휘를 동시에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밍고와 차이가 드러난다.

성악가가 지휘를 한다는 것은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성악은 한 사람이 하나의 멜로디만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지휘는 자신의 것만 잘 부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악곡 전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들의 지휘 실력이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에 필적할 만큼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노력의 성과물을 최소한 편견없이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글을 맺으면서 필자도 이참에 성악을 제대로 배워서 성악가로 데뷔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외모 문제 때문에 그 꿈을 바로 접었음을 고백한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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