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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자랑 되는 교향악단이 되는 길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5-09-09  11: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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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자랑 되는 교향악단이 되는 길  
▲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서양음악의 역사를 조금 짚어 보면, 르네상스시대와 바로크, 고전과 낭만을 거치면서 작곡기법뿐 아니라 악기 또한 발달하고 그 종류와 편성도 다양해졌다. 작곡가들이 새로운 악기를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점점 악기들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독주에서 소규모 앙상블을 거쳐 마침내 오케스트라라는 것이 생겼다. 

연주라는 것이 결국은 연주자들에게 연주료를 지급해야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국 오케스트라는 돈 많은 귀족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점점 발전하면서 일정한 월급을 받는 오늘날의 프로 교향악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른 나라의 오케스트라 혹은 각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는 민간 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 온전히 국,공립 교향악단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교향악단을 포함하여, 어쨌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향악단 말이다.

그들의 역할은 간단하다. 서울시향이면 서울시민을 위한 좋은 연주를 들려주어야만 하고, 제주도향이면 제주도민을 위한 좋은 연주를 들려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거의 매 번 만석을 이루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라고 해도 기껏해야 연주회장 크기에 따라 일이천 명의 관객들이다. 서울시민은 천만이 넘는데, 그럼 서울시민의 몇 퍼센트를 위한 교향악단이라는 말인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운영되고 있는 교향악단이 고작 연주회장을 찾는 소수의 시민들만을 위하여 연주를 하는  데 대한  효율성 말이다.

필자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원주시립교향악단만 해도 마찬가지다. 원주시향이 연주하는 홀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900여 석이고 또 하나가 650석이다. 이 두 홀이 항상 매진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매진된다고 해도 그럼 30만이 넘는다는 나머지 원주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시립교향악단이 클래식 애호가들만을 위한 교향악단인가.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효율성이 아니다. 올해 초 시립교향악단 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첫 연주 전에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에게 들려드렸던 말이 있다. 바로 시립교향악단은 시민에게 사랑받고 시민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자신들의 교향악단으로 그 도시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향악단 구성원들은, 시민들이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하게끔 하여야 한다.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교향악단은 이러한 의무나 역할이 없다. 연주료를 지급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위하여 주어진 연주에 충실하면 된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음악인으로써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악보 한 음 한음을 그냥 성의없이 연주만 하고 있으면 그것은 죄송하지만 조금 심한 말로 사기 치는 것과 다름없다.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소리를 내고,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를 인지하고 제대로 연주하여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음악인의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다시 국.공립 교향악단 이야기로 돌아오자. 딜레마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교향악단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지휘자가 뚝심 있게 해결해나갈 문제다. 바로 50퍼센트의 예술성과 50퍼센트의 대중성이다.

교향악단 구성원들도 음악가다. 노동자가 아니다. 기계가 아니다. 위에 잠깐 이야기했듯이 마음으로 연주해야만 하는 음악인이다. 그들은 더 수준 높은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들의 음악성을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도시 혹은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 예술가로써의 그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지휘자나 단장을 비롯한 교향악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가지고 교향악단의 예술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곡도 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공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천필을 보자. 부천필이 성공을 거두기 전에 부천의 이미지는 어떠하였는가.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메이저 오케스트라로 거듭나지 않았는가. 부천은 지금 부천필과 영화제로 인하여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거기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와 그 가치는 엄청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부천필과 서울시향을 비롯한 많은 교향악단들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고 돌아왔는데, 이것 또한 그 나라와 도시를 알리고 문화적 수준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 이 사실을 클래식 애호가들만 자랑스러워하겠는가.

하지만 나머지 50퍼센트. 바로 대중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클래식 애호가들만을 위한 교향악단이 아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시민들도 똑같이 세금을 내는 시민이고 청중이다. 국.공립 교향악단의 지휘자는 이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찾아가는 음악회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기획으로 시민들이 교향악단을 사랑하게끔 만들어야만 한다.

시민들이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좋다. 교향악단 애호가로 만들어야만 한다. 많은 시민들이 교향악단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 그것에 대한 보상은 고스란히 교향악단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운 좋게도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한국 최고의 지휘자로 활동하시는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일찍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을 통하여 확인하고 확신을 다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자랑 좀 하고 끝내자. 지난 만 8개월 동안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좌석점유율은 세 배가 늘었고, 정기회원은 열 배가 늘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멈추거나 만족하지 않는다. 모든 시민의 자랑이 되는 교향악단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시민들이 시향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향악단 구성원들의 의무이자 음악가의 의무이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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