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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교향곡은 어떤 음반을 골라야 할까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4-04-28  09: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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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 교향곡은 어떤 음반을 골라야 할까  
▲ 낭만주의 음악은 지휘자의 국적을 고려하는 게 좋다. 드보르작 교향곡은 체코 출신 라파엘 쿠벨릭의 음반을 고르는 방법이다.

휴대용 CD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카세트테이프가 점점 설 곳을 잃어가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런데 MP3가 등장하면서 이제 클래식이나 대중음악 할 것 없이 음반시장에서 음원시장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점점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클래식 초심자들의 공통적 고민은 누가 연주한 음반이나 음원이 좋을까 하는 것이다. 이 고민은 딱 15년 전의 필자도 했던 고민이다. 당시 초보 지휘자였던 필자는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처음 발행되었던 영국의 클래식 음반잡지 ‘그라마폰’을 구독하기도 했다. 그 잡지의 맨 뒤 에 항상 작곡가의 곡별로 최고명반으로 꼽히는 음반들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메이저건 마이너건 음반사에 관계없이 순수한 품질만 따져서 소개돼 있었다. 또 매우 뛰어난 음반이 새로 출시되면 그때그때 최고의 명반이 바뀌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음반들을 구입해 들었을 때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음반잡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명반이란 물론 뛰어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중요하지만 그 음원의 녹음상태나 밸런스 등도 고려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 어떤 곡의 필자가 원하는 해석을 찾기 위하여 시중에 나와 있는 그 곡 음반 거의 전부를 다 구매하여 들어본 일도 있다. 물론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말이다. 필자가 원하는 것은 녹음상태가 아니라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알맞은 템포와 그 곡에 가장 맞는 캐릭터를 얼마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구현하였는가 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라이브 음반이 아닌 이상에야 연주는 당연히 좋을 것이고 말이다.

여기서 관현악 음반이나 음원선택의 답은 좁혀진다. 지휘자의 성향, 그리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알고 음반을 선택한다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한국의 종로건 명동이건 독일의 베를린이건 슈투트가르트건 매주 주말이면 음반가게에 상주하며 수천 장의 CD와 수백 장의 DVD를 ‘엄선하여’ 수집한 필자의 말이니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보자.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어떤 음반을 사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콜린 데이비스의 베를리오즈를 추천한다. 그러나 필자는 샤를 뮌쉬나 샤를 뒤투아의 음반을 추천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콜린 데이비스는 무뚝뚝한 억양의 예의바른 영국 사람이지만, 다른 두 사람은 프랑스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인이다.

그럼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은 어떤 음반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서유럽의 낭만을 느끼느냐 전통 러시아의 단순하면서도 약간은 거친 표현을 경험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전자를 느끼고 싶다면 카라얀과 베를린 필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후자를 좋아한다면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의 음반을 선택하길 권한다. 또한 러시아인 게르기에프가 오스트리아의 빈 필을 지휘한 음반도 훌륭하다. 이것은 서유럽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지 러시아 오케스트라인지 햇갈릴 정도로 확 바꾼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이제 조금씩 느낌이 올 것이다. 여기서 브람스의 교향곡 음반을 고민해 보자. 브람스는 독일사람이고 함부르크 출신이다. 그렇다면 일단 독일 함부르크 소재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심포니)의 음반을 먼저 머리에 넣어 두고 독일계 지휘자나 독일계 오케스트라들의 음반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잠깐 염두에 둘 것이 있다. 필자는 브람스 1번 교향곡의 음반만 각기 다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것으로 20여 장 가지고 있다. 브람스가 "사람들은 내 음악을 너무 무겁게만 연주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던 것을 생각할 때 항상 독일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의 음반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고 싶다. 체코 출신인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음반을 단 하나만 고른다면? 정답은 한두 개가 아니지만 체코 출신의 지휘자 라파엘 쿠벨릭의 음반은 절대로 빠트리지 않아야 한다. 즉 클래식 초심자들이 많이 접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음반을 고를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작곡가나 연주자의 ‘국적’이다.

그럼 상대적으로 이전 시기인 모차르트나 하이든 혹은 바흐나 헨델의 음반을 선택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 이것은 국적이 아닌 음악사적 ‘장르’를 파악해야 한다. 고전 혹은 바로크시대 음악을 잘 연주하는 지휘자를 보고 음반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반대로 현대음악에도 적용된다.

필자가 초보자 시절 가장 고르기 어려웠던 음반의 작곡가는 바로 베토벤과 말러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낭만주의적으로 접근하느냐 고전주의(원전연주)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천양지차고, 그 호불호도 많이 갈린다. 일단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누구의 것을 골라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또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은 음반잡지의 명반 가이드에서 보면 1번부터 10번까지의 추천하는 명반들이 각기 다 다를 정도다. 말러와 아주 친밀하게 교류했던 브루노 발터의 음반들을 고르자니 일단 녹음상태가 좋지 않거나, 너무 단순하다고 할 정도로 요즘의 과장된 해석과 거리가 멀다.

그럴 때 필자도 별 방법이 없었다. 일단 어떤 음반이던 구입하여 그 음악을 귀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였고 그 다음 자신의 호불호에 맞는 음반을 계속 들어서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 즉 이것은 초보자 관점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 애호가 관점에서 접근했던 것이다. 여기에 딱 맞는 지휘자가 바로 클라우디오 아바도다. 둘 중 어떤 작곡가를 연주해도 중간 이상은 해 낸다. 보통 베토벤 하면 카라얀, 말러 하면 번스타인이 떠오르지만 두 사람 다 자신의 스타일이 너무 뚜렷하여 작곡가보다 지휘자가 더욱 드러난다고 생각될 정도여서 일단은 보류해 두자. (물론 필자는 카라얀에 대해 글을 쓸 당시 그의 베토벤 음반을 추천했지만 말이다.)

필자가 이제까지 언급했던 힌트들이 무조건적 정답은 아니다. 필자는 독일 작곡가면 독일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미국 작곡가면 미국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이태리인이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나 영국인인 사이먼 래틀, 베네주엘라 출신인 구스타보 두다멜의 음반들은 거의 아무데도 들어갈 데가 없다. 심지어 한국인인 정명훈은 어떤가.

국적으로 음반을 선택하는 것은 초심자들이 음반이나 음원을 선택함에 있어서 최대한 실수를 줄이기 위한 간단한 방법일 뿐이다. 일단 작곡가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조금 더 견문을 넓혀서 이것저것 들어본 후 자신의 음악적 취향에 맞는 자신만의 명반을 찾는 것이 초심자에서 애호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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