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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의 선택, 새 지휘자에 러시아 출신 유대인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5-06-23  1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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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필의 선택, 새 지휘자에 러시아 출신 유대인  
▲ 키릴 페트렌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이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부지휘자로 선출됐다.

콘클라베(conclave). 열쇠로 문을 잠근 방 혹은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는 방이라는 뜻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선거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단의 투표로 결정되며, 2/3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실시한다. 외부의 간섭이나 투표에 대한 보안유지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콘클라베가 행해질 때마다 가톨릭교도들 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바티칸에 집중되며, 마침내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나면 바티칸 광장에 모여 있는 세계 가톨릭교도들은 환호성을 올린다.

바로 이 콘클라베에 버금가는 투표가 하나 있다.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를 뽑는 투표다. 모든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이 모여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어떠한 녹음기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투표결과와 순위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투표과정을 몇 년간 비밀로 하겠다는 선서를 한 다음에야 추천하고 토론하며 투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올해 5월 12일에도 베를린의 ‘예수 크리스투스’교회에서 전 단원이 모여 무려 11시간 이상 토론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거쳤으나 결국 수석지휘자 선정에 실패했을 정도로 매우 힘든 작업이기도 하다.

22일 저녁 갑자기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지휘자가 선출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 부리나케 뉴스를 뒤졌다. 

카라얀과 아바도, 래틀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제왕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지난 투표때 거론되었던 보스턴 심포니의 안드리스 넬손스인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크리스티안 틸레만인가. 혹은 LA필의 구스타보 두다멜 아니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리카르도 샤이일까.

놀랍게도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의 선택은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였다. 그는 지난 1차 투표 때 후보명단에 있었으나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페르렌코는 72년생. 42세의 나이로 러시아 옴스크 출신이다. 피아니스트로 먼저 데뷔했고 18세에 오스트리아로 이주하여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25세 빈 폴크스오퍼 수석지휘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27세 독일 마이닝겐 오퍼 음악감독, 29세 베를린 코미쉐 오퍼 음악감독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지휘자다.

보통 3~40대 지휘자를 차세대 젊은 지휘자라고 했던 말은 페트렌코 앞에서 무색해진다. 경력뿐 아니라 그가 지휘하는 장면을 보거나 음악만 들어봐도 나이를 떠나 이미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마침내 2013년 40세의 나이에 켄트 나가노의 후임으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감독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매우 센세이셔널한 일이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유산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곳이고,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정도의 거장들이 지나간 자리였기 때문이다.

역대 예술총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브루노 발터, 게오르그 솔티, 요제프 카일베르트, 볼프강 자발리쉬, 그리고 주빈 메타 등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이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2년 뒤 더 센세이셔널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을.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라는 직책 자체가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한스 폰 뵐로, 아르트로 니키쉬,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세르주 첼리비다케, 그리고 누구나 그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헤름헤르트 폰 카라얀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휘자로써도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임에 분명하다. 카라얀 사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던 로린 마젤과 다니엘 바렌보임은 자신들의 생각과 달리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선출되자 얼마 동안 실의에 빠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심지어 이번에도 후보에 거론되었던 다니엘 바렌보임은 자신은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하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녀서 아직까지도 그때의 앙금이 남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 지휘자들만 맡아 오던 베를린 필의 전통이 이탈리아 출신의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영국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에 의해 연속적으로 깨졌고, 러시아 출신 키릴 페트렌코에 의해 이번에도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유대인의 벽도 이번에 처음 깨지게 되었다.

검색 사이트에 지휘자 ‘페트렌코’를 치면 키릴 페트렌코보다 오슬로 필하모닉 그리고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의 76년생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가 먼저 나온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하지만 오늘부터 키릴 페트렌코가 메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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