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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선택, 표제음악인가 절대음악인가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5-05-03  19: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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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선택, 표제음악인가 절대음악인가  
▲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은 황제 나폴레옹의 침공을 러시아가 막아낸 전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러분들은 지금 난생 처음 간 음악회장에 앉아 있다. 음악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연주되는 아무 음악이나 쉽게 즐길 수 있는가? 지휘자의 뒷모습만 본다고 해서 결코 감동을 받을 수 없다. 그럼 거기에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진다면 어떤가? 아마도 조금 더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정의 달에 난생 처음 음악회장에 가는 자녀들을 위하여 부모님들이 알아둬야 할 클래식 음악의 두 종류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들도 음악을 즐겨야 하지만 부모들도 음악을 즐겨야 하니까.

혹시 표제음악(programme music)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쉽게 이야기하면 바로 한 가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거기에 따라 작곡된 음악을 일컫는다. 비발디의 ‘사계’나 베토벤의 ‘전원’등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하거나, 아니면 차이코프스키나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등 문학작품을 소재로 할 수도 있다.

주로 바로크나 고전보다 낭만주의 작곡가들에 의해 표제음악들이 많이 작곡되어 발전하였는데, 그 당시 현실생활을 예술에 반영해보고자 한 생각에 기인한 것이었다.

표제음악의 반대되는 음악으로 절대음악(absolute music)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표제음악의 주제로 쓰이는 문학이나 회화 등과 전혀 상관없이 오직 음을 통한 순수한 예술성만을 목표로 작곡된 음악을 이야기한다. 주제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음악의 형식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고, 소리 자체에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한음 한음이 더욱 소중하게 작곡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작곡가들의 순수한 음악성을 확인하기에 절대음악이 낫다. 일단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에 맞게 들으며 상상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한 악장 안에서 조성의 변화, 아니면 각 악장간의 조성관계, 더 멀리 나가서 그 작곡가의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큰 틀에서 변화나 구성 등을 생각하면서 음악을 감상한다면 절대음악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또한 절대음악도 표제음악적으로 상상하면서 들을 수도 있다. 이 음악은 어떤 감정으로 작곡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말이다. 많은 음악이 그렇게 해석되고 또한 표현되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초심자들, 특히 어린이들 이 듣기에 절대음악보다 표제음악이 더욱 듣기 쉬울 것이다. 음악의 주제를 알 수 있다면 더욱 쉽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주제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그냥 듣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를 예로 들어보자. 음악을 듣고 동물을 알아맞히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먼저 동물을 확인한 뒤 상상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재미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1812’서곡을 예로 들어보자. 물론 작곡가 자신은 그 곡을 그리 맘에 들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1812년 서곡은 황제 나폴레옹의 침공을 러시아가 막아낸 전쟁 이야기이다.

당시 프랑스 군대는 시베리아의 혹한을 견디지 못한 채 병력의 90%가 사망하고 퇴각하였으며, 나폴레옹은 이 전쟁 때문에 치명타를 입었다. 사람들은 이 곡에 삽입된 프랑스 국가를 들으며 누구나 쉽게 프랑스 군인들이 진군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러시아 민요 선율이 나오면, 러시아 군인과 그들을 위로하는 가족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러시아의 국가 ‘신이여 차르를 보호하소서’의 선율이 웅장하고도 화려하게 등장하면 모든 사람은 러시아군의 대승을 확신할 수 있다.

일단 초심자들이 표제음악을 먼저 접하여 음악에 흥미를 느낀다면 아무래도 그 몰입도나 이해도 측면에서 절대음악을 대하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들은 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곡가들이 악보 뒤에 숨겨 놓은 수많은 메시지를 확인하는 데에 절대음악이 제격이다. 작곡가도 어쨌건 그 곡을 쓸 당시 어떤 생각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5월이다. 수많은 음악회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린다. 아무 데나 가지 말고 일단 프로그램을 보고 그것이 여러분, 그리고 가족들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지 먼저 판단하시라. 절대음악도 좋고 표제음악도 좋다. 좋은 음악은 그 소리 자체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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