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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촌에서 마에스트로로 성장한 두다멜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2015-03-25  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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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민촌에서 마에스트로로 성장한 두다멜  
▲ 구스타보 두다멜이 LA필하모닉을 이끌고 25~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전에 이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엘 시스테마’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베네수엘라에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라는 경제학자가 시작한 ‘음악을 위한 사회행동’을 뜻하는데,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촌 아이들을 위한 구제활동이다.

즉 아이들에게 악기를 쥐어 주고 음악을 통하여 정서를 함양하자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엄청나게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으며, 베네수엘라에서 이것을 아예 국가적 사업으로 확대시켰다. 이 운동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엘 시스테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계적 지휘자가 있다. 심지어 필자와 같은 해에 태어나기까지 한 젊은 지휘자, 바로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두다멜은 엘 시스테마에서 맨 처음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러다가 작곡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1995년부터 드디어 지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1999년, 18세의 젊은 나이로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의 지휘자가 되었다. 이 교향악단은 두다멜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유명해졌고,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호평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문했다. 필자는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이 교향악단의 연주를 보고 그들의 열정적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자존심 센 베를린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2008년 첫 내한공연 당시 엘 시스테마 강사로 활동하던 우리나라의 지휘자 곽승과 반갑게 해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독일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주최하는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의 후원, 그리고 엘 시스테마의 여파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으며, 굴지의 음반사 도이치 그라마폰과의 계약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 LA 필, 버밍엄 심포니 등 최고의 교향악단을 지휘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돈 지오반니’를 지휘하여 오페라 지휘자로써도 데뷔하였다. 이 공연에서 세계적 성악가인 서울대학교 전승현 교수가 함께 출연하기도 하였다.

2007년 루체른에서 빈 필을 지휘했으며 예테보리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를 거쳐 마침내 2009년부터 LA필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여, 젊은 스타 지휘자에서 드디어 세계적 지휘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가 28세였으니 지금 생각해 봐도 세계적으로 파격적인 일이었고, 참 대단한 일이다. 심지어 2018년 베를린 필을 떠나는 사이먼 래틀의 후임 음악감독으로도 거명되고 있다.

두다멜은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휘자는 단원들보다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지휘자는 단원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고, 단원들이 하는 일에 존경심을 보내야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젊은 나이에 자기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연륜도 풍부한 세계적 교향악단을 수 없이 지휘해 본 지휘자의 말이다.

필자는 이 말에 깊은 공감을 받았다. 물론 두다멜은 같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예전에 자신이 가장 나이가 어린 축이었는데, 지금은 조카뻘 단원도 있다고 말이다.

두다멜의 음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열정 그리고 활력이다. 젊은 지휘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자, 또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그는 지휘대에 올라서 음악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해 보이고, 또 함께 연주하는 단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지휘자다.

물론 아직 나이가 젊기에 음악이 때로는 너무 자극적이고 때로는 덜 영글어 보인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단점들이 조금은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주어야 할 문제이고 또 해석의 차이로 볼 수도 있으니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논하지 않기로 한다. 그만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음악가도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고전에서 현대음악까지 매우 방대하다. 또 말러 콩쿠르 우승자답게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말러 사이클을 선보였다. 하지만 클래식 초심자가 감상하기에 가장 쉽고 좋은 영상으로 아무래도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모음곡중 ‘맘보’를 추천하고 싶다.

바로 오늘과 내일, 3월 25-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다멜과 LA 필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말러 교향곡 6번과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양일간에 걸쳐 연주한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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