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보현CEO톡톡] DB하이텍은 DB그룹 재건 선봉, 김남호 끌고 김준기 밀고
등록 : 2021-06-18 08:49:51재생시간 : 10:53조회수 : 4,560윤선호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아버지 김준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오른 지 1년이 돼간다.

김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중점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며 금융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옛 영광을 재건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DB그룹은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이른바 대기업집단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알리기도 했다.

현재 김 회장이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를 어떻게 이끌어나가고 있는지, 어떤 과제들을 남겨놓고 있는지 흐름을 짚어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공준호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 DB그룹이 최근 비금융, 금융 계열사에서 고른 성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동부그룹 시절 영광에는 아직 못 미친다는 평가가 우세한데요. 

김남호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남호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공준호 기자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공준호 기자(이하 공) : 안녕하십니까.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입니다.

곽 : 네 공준호 기자. 사실 DB그룹 하면 DB손해보험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그리고 나서 DB생명, DB금융투자 정도가 많이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까 DB그룹이라고 하면 금융그룹으로 생각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DB그룹이 반도체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점은 예상 밖의 행보로 비춰집니다. DB그룹이 반도체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공 : DB그룹은 지난해 총자산 기준으로 금융계열사가 95%가량을 차지할 만큼 금융계열사 규모가 큽니다. 

다만 김남호 회장은 전략적 방향성에서 DB하이텍을 내세워 반도체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계열사에 쏠린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건데요.

DB그룹에게 반도체부문은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시절부터 오랜 애착을 지니고 진행해오던 사업이기도 합니다.

김준기 전 회장은 “비메모리업계에 헌신해 조국 선진화에 기여한다”는 신념으로 1997년 DB하이텍 설립했습니다. 

곽 : 네. 김준기 전 회장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은 사재를 투입하며 매각하지 않았습니다.

‘반도체만은 살려야 한다’ 반도체 사업만큼은 사수하고 싶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있네요.

공 : 네. 이 때문에 김남호 회장도 이례적으로 계열사인 DB하이텍 상근회장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준기 전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했고 직접 DB하이텍 공장을 방문하는 등의 경영행보도 보였습니다.

곽 : 창업주와 2세 경영자가 나란히 DB하이텍 성장을 밀고 당기면서 그룹의 힘을 쏟고 있군요.

어떤 면에서는 김준기 전 회장은 젊었을 적부터 사업을 하던 어떤 감각 같은 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때는 적자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었는데 최근 들어서 DB하이텍이 아주 선전하고 있죠?

공 : 네 맞습니다. DB하이텍은 8인치(200mm) 파운드리 전문기업인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영업적자를 내 DB그룹의 애물단지로 꼽혀왔죠.

하지만 201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순이익 1600억 원가량을 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1분기에는 매출 2437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습니다.

현재 DB하이텍은 이미 2021년 연간 수주물량을 대부분 확보했습니다.

비메모리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으로 반도체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이런 호조세가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곽 : 넘쳐나는 수요를 다 받질 못하다 보니 증설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여건을 고려해서 결국 김남호 회장이 최종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인데 이게 여러가지 고려할 측면이 많습니다.

공 : 네 맞습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요즘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한 8인치 웨이퍼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DB하이텍은 2020년 기준 평균 가동률 97.9%로 거의 100%에 가까운 상황이라 추가 물량을 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설이 필요합니다.

다만 아직 회사는 신중한 모습입니다. 

반도체공장을 증설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소요될 뿐 아니라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곽 : 조 단위 투자가 있을지 없을지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계속해서 생산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는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DB하이텍은 올해 생산능력을 웨이퍼 기준 월 9천 장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자, DB그룹의 반도체사업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죠. 

어쨌든 지분관계, 직함은 2세인 김남호 회장에게 다 넘어온 상황이죠? 이제 회장에 취임한 지 1년이 돼가는데 지금까지의 리더십, 경영능력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요?

공 : 아직 동부그룹 시절 위상의 회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구만리입니다. 

다만 2020년에는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모두 고른 성적을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되었고 최근에는 6년 만에 대기업 타이틀을 되찾기도 했습니다.

곽 : 대기업 타이틀을 되찾는다.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공 : 네, DB그룹이 올해 다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통상적으로 보통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대기업'으로 보는데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비롯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이 적용됩니다.

한마디로 규모가 큰 기업집단으로 분류됨에 따라 지배구조 측면에서 공정위의 감시가 강화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니 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진입했다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었던 DB그룹 입장에서는 재건을 상징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곽 : 그렇군요. DB그룹의 옛 이름이 동부그룹이죠? 

창업자 김준기 전 회장이 1969년 미륭건설을 세웠고 중동건설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성장해 그룹의 모태가 됐죠. 

이후 보험과 철강, 물류, 금융 등을 인수합병하며 2000년에는 10대 대기업에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잘나가던 기업이 어쩌다 어려워졌나요?

공 : 김준기 전 회장은 반도체와 건설에 힘을 주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고 유동성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2015년 공정자산이 10조 원 밑으로 내려갔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었죠.

구조조정 전인 2013년에는 DB그룹의 공정자산이 17조 원을 넘었는데 현재 DB그룹의 공정자산이 10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칩니다. 

곽 : 김남호 회장이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군요. 

아주 무거운 짐을 어깨에 안은 것으로 보이는데 김남호 회장은 1975년 출생입니다. 아직 그룹 총수가 되기에는 젊은 나이인데 어떤 이력을 지녔습니까?

공 : 김남호 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지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김남호 회장은 취임하면서 “두려움을 뒤로하고 회장을 받아들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주들을 대표해 앞장서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런 김남호 회장의 의지로 2020년 DB그룹은 사상 처음 그룹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옛 위상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김남호 회장은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오랜 기간 후계수업을 받아온 준비된 리더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외국계 경영자문회사 AT커니에서 컨설턴트로 재직하다가 2009년 1월부터 동부제철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그룹 전반적 업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2015년부터는 동부금융연구소에서 상무와 부사장을 거치며 DB그룹 금융부문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곽 : 김준기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남호 회장이 젊은 편인 만큼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베테랑 경영인들에게 신뢰를 지속해서 보내는 거로 보여요.

특히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적입니다. 

김정남 부회장은 2010년부터 11년간 DB손해보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올해 3월 연임을 확정 지으며 3년 더 손해보험을 이끌어가게 됐습니다.

김남호 회장이 지난해 7월 오를 때 세대교체론이 안팎에서 나왔는데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는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과 DB아이엔씨의 IT사업부를 중심으로 제조부문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안 김정남 부회장에게 그룹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맡기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김준기 전 회장에서 김남호 회장으로 지분 승계작업은 완료가 된 상황입니까?

공 : 네. 준비된 후계자인 만큼 지분 승계도 이미 마무리했습니다. 

김남호 회장은 현재 DB손해보험(9.01%)과 DB아이앤씨(16.83%)의 최대주주입니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DB아이앤씨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 제조업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김남호는 DB손해보험과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그룹의 앞날을 책임질 금융계열사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중장기 경영전략을 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곽 : 네 알겠습니다. 김남호 회장은 본래 강점인 금융부문을 바탕으로 제조업, 특히 반도체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장 취임 뒤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모두 고른 실적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실적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DB하이텍 대규모 공장 증설 여부 등 난제 앞에서 어떤 결단력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서는 김남호 회장의 자율책임경영 그리고 금융계열사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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