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장은파 기자
2018-10-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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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 생애

    김준기는 전 DB그룹 회장이다.

    DB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을 연달아 매각하고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금융사업에서 재도약을 꾀하다 성추행 논란의 책임을 지고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1944년 12월4일 강원도 동해시의 유복한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타고 사업을 키워 창업 10년만에 30대그룹에 진입했다. 건설업에서 벌어들인 ‘오일 달러’로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하고 보험과 전자, 제철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금융분야의 동부화재(현 DB화재) 경영을 정상화하고 국민투자금융을 동부증권(현 DB증권)으로 전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기반을 다졌다. 제철사업,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합금철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자수성가형 오너경영인으로 10년 앞을 내다보며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했다. 그룹 회장에서 물러날 때 입장발표를 통해 “개인적 문제로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물러나겠다”며 “특히 DB그룹의 주주와 투자자, 고객, 그리고 임직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경영활동의 공과

    △동부대우전자 매각
    동부대우전자가 2018년 2월 대유위니아에 매각됐다.

    김준기가 꿈꿨던 DB그룹 제조업 부활은 실패로 마감했다. 동부대우전자가 헐값에 매각된 데다 DB그룹 계열사들이 투자한 금액도 회수하지 못했다.

    김준기는 DB그룹이 2013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때 300억 원가량의 사재를 출연했다. 2016년 동부대우전자 유상증자에도 사재 60억 원을 들이는 등 힘을 쏟았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가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순자산가치가 떨어지자 재무적투자자(FI)들이 계약 조건에 따라서 동부대우전자를 대유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김준기가 보유했던 지분 10%를 모두 매각했다고 2018년 2월에 밝혔다. DB와 DB하이텍 등 DB그룹 계열사에서 보유한 지분 31%가량도 모두 매각됐다.

    그러나 DB그룹 계열사들과 김준기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부대우전자의 투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하기 때문에 실제 동부대우전자의 매각대금을 받지 못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계약조건에 따라 DB그룹 계열사와 김 전 회장 지분을 모두 팔아넘길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매각대금이 1200억 원가량으로 DB그룹의 인수 당시 금액인 2750억 원에서 반토막났는데 재무적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DB그룹과 김준기는 인수에 투자했던 14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두 날렸다.

    김준기는 제조업을 향한 열정으로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고 투자했으나 결국 큰 돈을 날리고 DB그룹 계열사들에도 금전적 손해를 보도록 한 데 따른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김준기는 마지막까지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적 투자자를 찾는 등 다양한 시도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든 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 DB 실적.

    △DB손해보험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개편
    2017년 11월16일 DB손해보험은 동부제철에서 매각한 DB금융투자 지분을 상당부분 인수했다. DB금융투자 주식 218만8824주(5.16%)를 84억 원가량에 DB손해보험이 사들였다.

    DB손해보험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DB그룹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로 떠올랐다. DB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DB손해보험 매출이 2017년 기준으로 계열사 전체의 78.8%가량이다. DB손해보험은 동부화재에서 이름이 바뀐 회사다.

    DB손해보험이 다른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결국 금융계열사의 지배력 강화로 볼 수 있다

    DB손해보험이 주식을 인수하면서 보유한 DB금융투자 지분율도 19.92%에서 25.08%로 높아졌다. DB금융투자 계열사인 DB저축은행(49.98%)과 DB자산운용(55.33%)에도 더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DB손해보험은 DB그룹의 금융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DB금융투자를 비롯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율을 살펴보면 DB생명 99.83%, DB캐피탈 87.11% 등이다.

    △DB그룹의 새 출발
    김준기는 동부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동부그룹은 회사이름을 DB그룹으로 바꿔 새 출발을 했다. 김준기는 지주회사 격인 DB의 2대주주로 계속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아들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최대주주다.

    DB는 2017년 11월1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이근영 회장과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이름을 '동부'에서 'DB'로 바꾸고 'DB그룹 CI선포식'을 열었다.

    DB는 동부를 영어로 쓴 'DongBu'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큰 꿈과 이상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Dream Big'의 뜻도 담았다.

    DB그룹은 2013년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전 한 때 재계 10위권까지 올랐지만 급격한 외형 성장으로 유동성 위기론이 나오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30위 수준으로 밀려났다.

    김준기는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에 2018년 10월 현재까지 체류하고 있지만 지주회사격인 DB의 2대주주로써 앞으로 DB그룹이 다시 예전 동부그룹의 위상을 찾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현DB그룹) 구조조정과 성과
    동부하이텍 등 제조계열사와 동부화재의 실적 개선을 이루는 등 동부그룹은 구조조정을 해온 효과를 봤다. 

    동부하이텍은 2016년에 매출 7731억 원, 영업이익 1723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5년과 비교해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동부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전문기업이다. 스마트폰과 TV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와 센서 등 주요 품목의 수주가 늘어난 덕에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2016년 매분기 영업이익률이 20%대를 보일 만큼 수익성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전 계열사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동부하이텍은 2016년 말에 고객기업들의 주문이 증가하면서 생산라인을 기존 월 9만7천 장에서 12만 장으로 20% 넘게 늘렸다.

    동부그룹에서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부화재도 손해보험업계 선두권에 자리잡았다. 

    동부화재는 2016년 순이익 4702억 원을 냈다. 2015년보다 13.9% 늘어난 성적이다. 매출(원수보험료)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924억 원, 6753억 원을 냈다.

    김준기는 2016년 말에 동부증권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2017년도 경영계획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동부그룹은 2016년 4월에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을 LG화학에 매각하며 그룹 재편작업을 마쳤는데 금융부문의 역할이 확대된 것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2013년부터 구조조정 고난
    동부그룹은 2013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년 동안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떨어져나갔다.

    김준기는 2013년 말에 3조 원대의 그룹 회생 자구방안을 내놓으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부그룹 계열사들을 최대한 지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주도한 패키지딜이 실패하면서 혹독한 위기로 내몰렸다. 

    2014년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발전당진, 동부팜가야, 동부택배 등을 팔았고 2015년에도 동부특수강과 동부로봇, 동부전자재료, 동부LED 등을 매각했다.

    동부그룹은 2013년 초만 하더라도 61개 계열회사를 거느렸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 24개까지 줄어 외형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김준기는 2015년 1월 신년사를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땀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준기는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계열사와 지주사인 동부를 중심으로 하는 IT·전자부문으로 동부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2015년 3월에 비금융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동부CNI의 회사이름을 동부로 변경했다. 동부그룹의 지배구조를 김남호 당시 상무→동부CNI→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로 수직계열화해 경영 승계구도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동부그룹의 재계 순위는 2013년 17위였으나 2015년 20위로 낮아졌다. 이 기간 자산총액은 17조1110억 원에서 14조6270억까지 줄었다.

    △동부하이텍의 선전
    김준기는 1997년 동부하이텍의 전신인 동부전자를 세우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는 등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2001~2013년에 낸 누적 영업손실만 3조 원에 이를 정도로 골칫덩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준기는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에 의지가 굳었고 회사를 계속 키웠다. 마침내 2014년부터 시작된 반도체산업의 호황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동부하이텍의 고객기업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60여 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6월기준으로 글로벌 고객사는 100여곳으로 증가했다.

    △동부그룹 창업과 성장
    김준기는 군 복무를 마친 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이던 1969년 1월 자본금 2500만 원으로 직원 3명과 함께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다. 1971년 여객 운송업체인 동부고속운수를 설립하고 1972년에 동부관광과 동부상호신용금고를 각각 설립했다.

    김준기는 동부건설을 통해 1970년대 해외에 진출했다. 1975년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4500만 달러에 수주하는 등 1970년대 ‘중동붐’을 타고 건설업에서 급성장해 도급순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1980년 중동에서 철수할 때까지 5년 동안 총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오일 달러’를 종자돈으로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1976년 삼척산업을 인수하고 1979년 대영실업과 부산운수, 1979년 한미면업을 각각 동부고속과 합병했다.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하면서 재계 전면에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82년 국민투자금융 설립하고 1988년 동부투자금융으로 이름을 변경했다가 1991년 7월 동부증권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1982년 '장영자 사기사건'에 연루돼 자금난에 시달리던 일신제강을 1984년 인수해 동부제철로 키웠다.

    1986년 울산석유화학을 인수해 동부석유화학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1989년 동부애트나 생명보험(1995년 동부생명보험으로 변경), 동부창업투자, 동부엔지니어링을 각각 설립했다.

    1990년대 들어 창업 20여 년 만에 20대 기업에 진입했다. 1997년 설립한 동부전자(현 동부하이텍)를 발판으로 2000년대 들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면서 금융,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 비전과 과제

    ▲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7월 광주의 동부대우전자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기는 과거 동부그룹의 옛 위상을 회복해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DB그룹은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로 나뉘는데 비금융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개수가 크게 감소했다. 2018년 6월기준으로 DB그룹의 국내 비금융 계열사는 9개로 2013년 12월 비금융계열사 53개의 1/6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준기는 DB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바탕으로 다시 동부그룹의 위상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의 경영도 본격화 해야한다.

    김준기는 김남호에게 지분승계작업은 마쳤지만 아직까지 김남호가 전면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지 않다.

    김준기는 2018년 9월7일 기준으로 지주사 DB Inc.의 지분을 11.20%, DB손해보험 지분을 6.65%씩 보유하고 있다.

    김남호 부사장은 지주사인 DB Inc.의 지분을 16.83%, 핵심 계열사 DB손해보험 지분을 8.3% 보유해 최대주주다.

    ◆ 평가

    김준기는 포부가 크고 과감한 행동력을 지닌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동부그룹(현 DB그룹)은 다른 국내 그룹들에 비해 후발주자에 속한다. 국내 10대 그룹 대부분 1930∼1940년대 출범한 것과 달리 이보다 한 세대 늦게 출발했다. 대학시절 미국을 시찰하고 돌아와 낙후된 국가산업을 키우려는 야심 찬 포부가 동부그룹(현 DB그룹)을 낳게 한 밑거름이 됐다.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도전정신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농업 등 남들이 하지 않은 사업에 많이 뛰어들었다.

    기업가라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룹에서 김준기에 대한 평가는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이다. 끈기와 승부근성 또한 강해 결론이 날 때까지 임직원과 마라톤회의를 여는 일이 잦다. 결정은 신중하게 하지만 한번 결정하면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재벌 오너 가운데 드물게 경기고 출신으로 독서가 취미일 정도로 학습욕구도 강하다. 아남반도체 인수 당시 반도체 관련 모든 서적을 탐독하고 인수팀에게 내용을 강의했다고 한다.

    자수성가한 오너로서 소탈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도 스스럼없이 임직원과 식사하고 고등어조림, 냉면 등 서민적 음식을 즐긴다.

    인사 스타일 면에서 ‘출신불문 경영론’을 고수한다. DB그룹 계열사 CEO들은 외부에서 영입된 사례가 유독 많다. 김준기가 외부기업 출신 인재를 가리지 않고 등용한다는 얘기다.

    2006년 전체 임원 중 외부인사가 60%에 이르렀고 삼성 출신이 55%를 차지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그룹 역사가 짧았던 만큼 확장한 영역에서 내부사업을 이끌 마땅한 인재가 없으면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DB그룹의 후계구도는 확고한 편이다. 김준기는 외아들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에게 그룹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넘겼다. 2001년부터 시스템 경영과 자율경영을 강조해 온 것도 승계 이후를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후계자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그룹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2013년 하반기 '동부 위기설'이 나돌면서 구조조정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3년 말에는 동부하이텍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사업에 김준기의 집념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김준기는 사업을 시작할 때 10년 뒤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성공하려면 많은 돈과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기간에 기업가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7월1일 오전에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건사고

    △부실 계열사에 부당한 자금지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 동부그룹 계열사였던 팜한농과 동화청과가 동부팜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2018년 9월26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9300만 원을 부과했다.

    김준기가 동부그룹 회장을 수행하고 있을 당시 팜한농과 동화청과가 2012년 1월부터 4년 동안 동부팜에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거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모두 567억2천만 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팜한농은 당시 동부그룹의 농업사업부문 대표회사로서 수직 계열화를 위해 2011년에 농산물 도매시장법인인 동화청과와 2012년에 농산물 생산유통회사인 동부팜을 인수했다.

    동부팜은 팜한농에 인수됐던 당시 거래처를 잃어 매출이 절반가량 감소한 데 이어 재무상태도 부실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할 수 없어 퇴출 위기에 놓여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팜한농은 동부팜에 2012년에만 5번이나 담보 없이 모두 77억 원을 5%대 금리로 빌려주고 동화청과도 담보 없이 6.9% 금리로 180억 원을 빌려주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동부팜의 신용도로는 정상금리가 9~11.8% 수준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부팜이 최소 16억7천만 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DB그룹 관계자는 "동부팜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비서 성추행 사건 기소 중지
    경찰은 2018년 5월29일에 김준기의 ‘비서 상습추행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중단하고 검찰에 기소중지 의견을 송치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수사가 어려울 때 수사를 멈추는 처분이다. 기소중지를 해도 공소시효는 유지된다.

    김준기는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준기는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면서 2018년 10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외교부가 김준기에게 여권 반납 명령을 내리는 등 수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김준기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김준기는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비서인 30대 여성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부증권 자금 유용 논란
    2015년 말 재미교포 투자자 이모씨가 김준기와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 등 임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준기와 고 대표 등이 동부증권 돈 약 700억 원을 유용해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발인 이모씨는 동부대우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의 투자자로 전해졌다. 이모씨는 김준기와 고 대표가 동부증권 회삿돈 700억 원을 부당하게 유용해 일부 재무적 투자자에 자금을 지원해 위장 인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6년 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고발인 이모씨가 사실무근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9월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처리했다.

    △최연희 전 의원 회장 임명 논란
    2014년 4월 성추문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던 최연희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동부그룹 건설 디벨로퍼부문 및 농업·바이오부문 회장으로 임명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김준기는 최 전 의원과 강원도 동해 동향 출신으로 북평중 동기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의원이 형법을 전공한 검사 출신 정치인이고 건설이나 농업분야와 큰 연관성이나 전문성이 없는 만큼 정실에 따른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유동성 위기
    2014년 4월25일 921억 원의 동부제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를 앞두고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김준기가 동부화재 지분(약 7%)과 계열사 주식 일부, 시가 30억 원짜리 한남동 자택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1260억 원을 수혈받아 위기를 넘겼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과 마찰을 빚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 방식도 위임했다. 이에 앞서 2013년 말 재무 건전성 관련 위기설이 돌면서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당진항만 등 3조 원에 이르는 자산을 매물로 내놓았다.

    2013년 기준 재계순위 17위에 올라있던 동부그룹의 자산은 17조1천억 원 규모였다.

    2014년 3월 동부그룹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총 7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동부그룹은 동부건설, 동부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직원들에게 직급별로 증자 참여 액수를 할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기는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4년 5월 동부증권이 유진투자증권을 거쳐 동부제철과 동부CNI, 동부건설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규정보다 많이 인수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됐다.

    2015년 5월 동부자동차보험손해사정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주식가치가 떨어지자 김준기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억100원을 보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 부장 측은 회사가 유상증자 참여를 강요하고 참여를 하지 않으면 부당하게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헐값 매입 사건
    2000년 12월 동부건설 자사주 763만주를 매도한 뒤 이를 다시 헐값에 매입하고 2003년 6월 동부월드의 주식 101만주를 주당 1원에 매입한 혐의를 받았다.

    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09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받았다.

    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듬해인 2010년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된 경제인 명단에 포함됐다.

    ◆ 경력

    ▲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1월18~19일 경기도 광주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69년 1월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1971년 동부고속운수를 설립하고 1972년에는 동부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해 각각 대표이사를 맡았다.

    1982년 동부투자금융(현 동부증권)을 설립했다.

    1983년 해외건설협회 이사를 맡았고 1983년 5월에 한국자동차보험 회장을 역임했다. 같은 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도 맡았다.

    1984년 일신제강을 인수해 동부제철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회장이 됐다.

    1985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1986년 울산석유화학을 인수해 동부석유화학으로 이름을 바꾸고 회장에 올랐다.

    1988년 동부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1989년 동부애트나(현 동부생명보험)를 설립해 회장을 맡았다.

    1997년 동부정보기술과 동부한농화학 회장을 맡았다. 2002년 동부전자 회장에 올랐다.

    2005년 2월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같은 시기부터 동부그룹 회장도 맡았다. 

    2017년 9월 성추문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 학력

    1964년 경기고등학교(60회)를 졸업했다.

    광복한 뒤 청년운동을 펼쳤던 숙부 김진팔씨가 경기고 27회, 아들 김남호 상무가 90회 졸업생으로 3대째 경기고와 인연이 깊다.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등이 경기고 동기동창들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67학번으로 1973년 졸업했다. 부인 김정희씨의 조부 김연수씨는 김성수 고려대 설립자의 동생이다.

    ◆ 가족관계

    2대째 국회의원을 배출한 명문 정치가문 출신이다.

    부친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으로 1954년 제3대 민의원을 시작으로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국회 상공위원장, 공화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을 두루 지내는 등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고 2006년 별세했다.

    김준기는 어머니 김숙자씨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 사이에서 태어난 8남매 가운데 둘째이자 장남이다.

    김준기의 형제들은 정계와 재계, 학계, 법조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혼맥과 인맥을 자랑한다.

    누나 김명자씨는 국내 최초의 치약회사인 동아특산약화학 임형복 회장의 차남 임주웅 전 동부생명 사장과 결혼했다.

    큰 동생인 김택기씨는 1990년대 동부화재 사장을 지내다 정계에 진출해 2000년 4월 16대 민주당 의원(강원 태백 정선)으로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의 부인은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로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인사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둘째 남동생 김무기씨는 동부제철에서 경력을 쌓은 뒤 동부증권 부사장을 지냈다. 김 전 부사장은 이종진 전 서울대 문리대학장의 딸인 이지은씨와 결혼했다.

    여동생 김명희씨는 ‘한국 여성의 전화’ 창립 멤버로 ‘무녀도’, ‘역마’ 등의 소설을 쓴 김동리 작가의 차남인 김평우 변호사와 결혼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법률대리인단으로 활동했다.

    큰 누나와 김명자씨와 마찬가지로 재벌가와 결혼한 막내 여동생 김희선씨는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의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결혼했다.

    김준기는 김상준 전 삼양염업 회장의 차녀인 김정희씨와 결혼했다. 부인 김정희씨는 연세대 기악과 출신으로 중매결혼해 김준기와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1975년 생으로 미국 워싱턴주립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뒤 동부제철 부장으로 일하다가 2013년 동부팜한농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에 동부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2월부터 DB손해보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DB그룹 핵심계열사로 DB그룹 계열사들과 지주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며느리 차원영씨는 1979년 생으로 차경섭 차병원그룹 이사장의 손녀이자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장녀다.

    장녀 김주원씨는 1997년 9월 당시 해동화재 김동만 회장의 손자인 김주한씨와 결혼한 뒤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 상훈

    1977년 수출의 날 은탑산업훈장, 1979년 대통령표창, 1981년 제1회 건설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8년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제21회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 기타

    김준기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많은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2018년 5월1일 기준으로 DB그룹 지주사인 DB Inc. 11.36%, DB하이텍 3.60%, DB스탁인베스트먼트 34.07%, DB인베스트먼트 73.51%, DB저축은행 14.14%, DB금융투자 5.00%, DB생명보험 0.12%, DB손해보험 6.09%를 보유하고 있다.

    ◆ 어록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오른쪽)이 2013년 3월28일 러시아 최대 에너지 자원기업인 베이직엘리먼트그룹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을 만나 상호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2017/09/21, DB그룹(동부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며)

    “동곡상이 선친의 유지인 강원도의 발전과 인재육성을 넘어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동부그룹도 강원도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16/11/08, 제11회 동곡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을 격려하며)

    “지난 반세기 동안 땀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있다.” (2015/01, 신년사에서)

    “구조조정을 계기로 이제부터 우리는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내실을 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 (2014/01/02, 신년하례식에서)

    “전자산업에서 일본 중국과 경쟁하려면 최소한 종합전자회사가 대여섯 개는 돼야 한다는 생각인데, 지금 한국에 두 개밖에 없다. 대우전자가 매물로 나왔을 때 한국의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종합전자회사가 더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를 결심하게 됐다.” (2013/07/01,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에서 임직원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남의 것을 잘 모방해서 더 낫게 만들면 그것이 더 위대한 것이다. 윗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서 벤치마킹을 열심히 해야 한다.” (2013/01/18, 경기도 광주 곤지암 동부그룹 인재개발원 신년 임원워크숍 특강에서)

    “우리 사회의 탐욕적 이기주의가 안타깝다. 이를 극복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2013/05/29, 강원도 강릉 명주군 왕릉에서 열린 강릉 김씨 문중 행사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오직 안정만을 추구해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또 배금주의와 편의주의에 물들어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는 모습도 많이 봤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매우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젊은이라면 국가관과 기업관을 확고히 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 의지를 충만히 가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2008/03/14,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요즘 관을 개혁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의 나라,관이 주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관이 스스로 개혁한다는 것은 속성상 불가능하다. 진정한 관의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과 학계가 나서 관이 올바르게 개혁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2008/03/14, 한국경영학회의 경영자대상을 수상한 뒤강연에서)
  • ◆ 경영활동의 공과

    △동부대우전자 매각
    동부대우전자가 2018년 2월 대유위니아에 매각됐다.

    김준기가 꿈꿨던 DB그룹 제조업 부활은 실패로 마감했다. 동부대우전자가 헐값에 매각된 데다 DB그룹 계열사들이 투자한 금액도 회수하지 못했다.

    김준기는 DB그룹이 2013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때 300억 원가량의 사재를 출연했다. 2016년 동부대우전자 유상증자에도 사재 60억 원을 들이는 등 힘을 쏟았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가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순자산가치가 떨어지자 재무적투자자(FI)들이 계약 조건에 따라서 동부대우전자를 대유그룹에 매각한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김준기가 보유했던 지분 10%를 모두 매각했다고 2018년 2월에 밝혔다. DB와 DB하이텍 등 DB그룹 계열사에서 보유한 지분 31%가량도 모두 매각됐다.

    그러나 DB그룹 계열사들과 김준기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부대우전자의 투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하기 때문에 실제 동부대우전자의 매각대금을 받지 못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계약조건에 따라 DB그룹 계열사와 김 전 회장 지분을 모두 팔아넘길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매각대금이 1200억 원가량으로 DB그룹의 인수 당시 금액인 2750억 원에서 반토막났는데 재무적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DB그룹과 김준기는 인수에 투자했던 14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두 날렸다.

    김준기는 제조업을 향한 열정으로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고 투자했으나 결국 큰 돈을 날리고 DB그룹 계열사들에도 금전적 손해를 보도록 한 데 따른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김준기는 마지막까지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적 투자자를 찾는 등 다양한 시도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든 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 DB 실적.

    △DB손해보험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개편
    2017년 11월16일 DB손해보험은 동부제철에서 매각한 DB금융투자 지분을 상당부분 인수했다. DB금융투자 주식 218만8824주(5.16%)를 84억 원가량에 DB손해보험이 사들였다.

    DB손해보험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DB그룹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로 떠올랐다. DB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DB손해보험 매출이 2017년 기준으로 계열사 전체의 78.8%가량이다. DB손해보험은 동부화재에서 이름이 바뀐 회사다.

    DB손해보험이 다른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결국 금융계열사의 지배력 강화로 볼 수 있다

    DB손해보험이 주식을 인수하면서 보유한 DB금융투자 지분율도 19.92%에서 25.08%로 높아졌다. DB금융투자 계열사인 DB저축은행(49.98%)과 DB자산운용(55.33%)에도 더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DB손해보험은 DB그룹의 금융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DB금융투자를 비롯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율을 살펴보면 DB생명 99.83%, DB캐피탈 87.11% 등이다.

    △DB그룹의 새 출발
    김준기는 동부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동부그룹은 회사이름을 DB그룹으로 바꿔 새 출발을 했다. 김준기는 지주회사 격인 DB의 2대주주로 계속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아들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최대주주다.

    DB는 2017년 11월1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이근영 회장과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이름을 '동부'에서 'DB'로 바꾸고 'DB그룹 CI선포식'을 열었다.

    DB는 동부를 영어로 쓴 'DongBu'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큰 꿈과 이상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Dream Big'의 뜻도 담았다.

    DB그룹은 2013년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전 한 때 재계 10위권까지 올랐지만 급격한 외형 성장으로 유동성 위기론이 나오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30위 수준으로 밀려났다.

    김준기는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에 2018년 10월 현재까지 체류하고 있지만 지주회사격인 DB의 2대주주로써 앞으로 DB그룹이 다시 예전 동부그룹의 위상을 찾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현DB그룹) 구조조정과 성과
    동부하이텍 등 제조계열사와 동부화재의 실적 개선을 이루는 등 동부그룹은 구조조정을 해온 효과를 봤다. 

    동부하이텍은 2016년에 매출 7731억 원, 영업이익 1723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5년과 비교해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동부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전문기업이다. 스마트폰과 TV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와 센서 등 주요 품목의 수주가 늘어난 덕에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2016년 매분기 영업이익률이 20%대를 보일 만큼 수익성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전 계열사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동부하이텍은 2016년 말에 고객기업들의 주문이 증가하면서 생산라인을 기존 월 9만7천 장에서 12만 장으로 20% 넘게 늘렸다.

    동부그룹에서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동부화재도 손해보험업계 선두권에 자리잡았다. 

    동부화재는 2016년 순이익 4702억 원을 냈다. 2015년보다 13.9% 늘어난 성적이다. 매출(원수보험료)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924억 원, 6753억 원을 냈다.

    김준기는 2016년 말에 동부증권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2017년도 경영계획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동부그룹은 2016년 4월에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을 LG화학에 매각하며 그룹 재편작업을 마쳤는데 금융부문의 역할이 확대된 것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2013년부터 구조조정 고난
    동부그룹은 2013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년 동안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떨어져나갔다.

    김준기는 2013년 말에 3조 원대의 그룹 회생 자구방안을 내놓으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부그룹 계열사들을 최대한 지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주도한 패키지딜이 실패하면서 혹독한 위기로 내몰렸다. 

    2014년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발전당진, 동부팜가야, 동부택배 등을 팔았고 2015년에도 동부특수강과 동부로봇, 동부전자재료, 동부LED 등을 매각했다.

    동부그룹은 2013년 초만 하더라도 61개 계열회사를 거느렸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 24개까지 줄어 외형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김준기는 2015년 1월 신년사를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땀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준기는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계열사와 지주사인 동부를 중심으로 하는 IT·전자부문으로 동부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2015년 3월에 비금융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동부CNI의 회사이름을 동부로 변경했다. 동부그룹의 지배구조를 김남호 당시 상무→동부CNI→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로 수직계열화해 경영 승계구도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동부그룹의 재계 순위는 2013년 17위였으나 2015년 20위로 낮아졌다. 이 기간 자산총액은 17조1110억 원에서 14조6270억까지 줄었다.

    △동부하이텍의 선전
    김준기는 1997년 동부하이텍의 전신인 동부전자를 세우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는 등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2001~2013년에 낸 누적 영업손실만 3조 원에 이를 정도로 골칫덩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준기는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진출에 의지가 굳었고 회사를 계속 키웠다. 마침내 2014년부터 시작된 반도체산업의 호황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동부하이텍의 고객기업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60여 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6월기준으로 글로벌 고객사는 100여곳으로 증가했다.

    △동부그룹 창업과 성장
    김준기는 군 복무를 마친 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이던 1969년 1월 자본금 2500만 원으로 직원 3명과 함께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다. 1971년 여객 운송업체인 동부고속운수를 설립하고 1972년에 동부관광과 동부상호신용금고를 각각 설립했다.

    김준기는 동부건설을 통해 1970년대 해외에 진출했다. 1975년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4500만 달러에 수주하는 등 1970년대 ‘중동붐’을 타고 건설업에서 급성장해 도급순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1980년 중동에서 철수할 때까지 5년 동안 총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오일 달러’를 종자돈으로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1976년 삼척산업을 인수하고 1979년 대영실업과 부산운수, 1979년 한미면업을 각각 동부고속과 합병했다.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하면서 재계 전면에 부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82년 국민투자금융 설립하고 1988년 동부투자금융으로 이름을 변경했다가 1991년 7월 동부증권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1982년 '장영자 사기사건'에 연루돼 자금난에 시달리던 일신제강을 1984년 인수해 동부제철로 키웠다.

    1986년 울산석유화학을 인수해 동부석유화학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1989년 동부애트나 생명보험(1995년 동부생명보험으로 변경), 동부창업투자, 동부엔지니어링을 각각 설립했다.

    1990년대 들어 창업 20여 년 만에 20대 기업에 진입했다. 1997년 설립한 동부전자(현 동부하이텍)를 발판으로 2000년대 들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면서 금융,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 ◆ 비전과 과제

    ▲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7월 광주의 동부대우전자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기는 과거 동부그룹의 옛 위상을 회복해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DB그룹은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로 나뉘는데 비금융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개수가 크게 감소했다. 2018년 6월기준으로 DB그룹의 국내 비금융 계열사는 9개로 2013년 12월 비금융계열사 53개의 1/6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준기는 DB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바탕으로 다시 동부그룹의 위상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의 경영도 본격화 해야한다.

    김준기는 김남호에게 지분승계작업은 마쳤지만 아직까지 김남호가 전면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지 않다.

    김준기는 2018년 9월7일 기준으로 지주사 DB Inc.의 지분을 11.20%, DB손해보험 지분을 6.65%씩 보유하고 있다.

    김남호 부사장은 지주사인 DB Inc.의 지분을 16.83%, 핵심 계열사 DB손해보험 지분을 8.3% 보유해 최대주주다.

  • ◆ 평가

    김준기는 포부가 크고 과감한 행동력을 지닌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동부그룹(현 DB그룹)은 다른 국내 그룹들에 비해 후발주자에 속한다. 국내 10대 그룹 대부분 1930∼1940년대 출범한 것과 달리 이보다 한 세대 늦게 출발했다. 대학시절 미국을 시찰하고 돌아와 낙후된 국가산업을 키우려는 야심 찬 포부가 동부그룹(현 DB그룹)을 낳게 한 밑거름이 됐다.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도전정신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농업 등 남들이 하지 않은 사업에 많이 뛰어들었다.

    기업가라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룹에서 김준기에 대한 평가는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이다. 끈기와 승부근성 또한 강해 결론이 날 때까지 임직원과 마라톤회의를 여는 일이 잦다. 결정은 신중하게 하지만 한번 결정하면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재벌 오너 가운데 드물게 경기고 출신으로 독서가 취미일 정도로 학습욕구도 강하다. 아남반도체 인수 당시 반도체 관련 모든 서적을 탐독하고 인수팀에게 내용을 강의했다고 한다.

    자수성가한 오너로서 소탈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도 스스럼없이 임직원과 식사하고 고등어조림, 냉면 등 서민적 음식을 즐긴다.

    인사 스타일 면에서 ‘출신불문 경영론’을 고수한다. DB그룹 계열사 CEO들은 외부에서 영입된 사례가 유독 많다. 김준기가 외부기업 출신 인재를 가리지 않고 등용한다는 얘기다.

    2006년 전체 임원 중 외부인사가 60%에 이르렀고 삼성 출신이 55%를 차지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그룹 역사가 짧았던 만큼 확장한 영역에서 내부사업을 이끌 마땅한 인재가 없으면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DB그룹의 후계구도는 확고한 편이다. 김준기는 외아들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에게 그룹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넘겼다. 2001년부터 시스템 경영과 자율경영을 강조해 온 것도 승계 이후를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후계자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그룹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2013년 하반기 '동부 위기설'이 나돌면서 구조조정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3년 말에는 동부하이텍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사업에 김준기의 집념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김준기는 사업을 시작할 때 10년 뒤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성공하려면 많은 돈과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기간에 기업가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7월1일 오전에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건사고

    △부실 계열사에 부당한 자금지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 동부그룹 계열사였던 팜한농과 동화청과가 동부팜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2018년 9월26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9300만 원을 부과했다.

    김준기가 동부그룹 회장을 수행하고 있을 당시 팜한농과 동화청과가 2012년 1월부터 4년 동안 동부팜에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거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모두 567억2천만 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팜한농은 당시 동부그룹의 농업사업부문 대표회사로서 수직 계열화를 위해 2011년에 농산물 도매시장법인인 동화청과와 2012년에 농산물 생산유통회사인 동부팜을 인수했다.

    동부팜은 팜한농에 인수됐던 당시 거래처를 잃어 매출이 절반가량 감소한 데 이어 재무상태도 부실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할 수 없어 퇴출 위기에 놓여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팜한농은 동부팜에 2012년에만 5번이나 담보 없이 모두 77억 원을 5%대 금리로 빌려주고 동화청과도 담보 없이 6.9% 금리로 180억 원을 빌려주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동부팜의 신용도로는 정상금리가 9~11.8% 수준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부팜이 최소 16억7천만 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DB그룹 관계자는 "동부팜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비서 성추행 사건 기소 중지
    경찰은 2018년 5월29일에 김준기의 ‘비서 상습추행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중단하고 검찰에 기소중지 의견을 송치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수사가 어려울 때 수사를 멈추는 처분이다. 기소중지를 해도 공소시효는 유지된다.

    김준기는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준기는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면서 2018년 10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외교부가 김준기에게 여권 반납 명령을 내리는 등 수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김준기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김준기는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비서인 30대 여성 A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부증권 자금 유용 논란
    2015년 말 재미교포 투자자 이모씨가 김준기와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 등 임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준기와 고 대표 등이 동부증권 돈 약 700억 원을 유용해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발인 이모씨는 동부대우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의 투자자로 전해졌다. 이모씨는 김준기와 고 대표가 동부증권 회삿돈 700억 원을 부당하게 유용해 일부 재무적 투자자에 자금을 지원해 위장 인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6년 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고발인 이모씨가 사실무근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9월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처리했다.

    △최연희 전 의원 회장 임명 논란
    2014년 4월 성추문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던 최연희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동부그룹 건설 디벨로퍼부문 및 농업·바이오부문 회장으로 임명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김준기는 최 전 의원과 강원도 동해 동향 출신으로 북평중 동기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의원이 형법을 전공한 검사 출신 정치인이고 건설이나 농업분야와 큰 연관성이나 전문성이 없는 만큼 정실에 따른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유동성 위기
    2014년 4월25일 921억 원의 동부제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를 앞두고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김준기가 동부화재 지분(약 7%)과 계열사 주식 일부, 시가 30억 원짜리 한남동 자택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1260억 원을 수혈받아 위기를 넘겼다.

    동부그룹은 산업은행과 마찰을 빚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 방식도 위임했다. 이에 앞서 2013년 말 재무 건전성 관련 위기설이 돌면서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당진항만 등 3조 원에 이르는 자산을 매물로 내놓았다.

    2013년 기준 재계순위 17위에 올라있던 동부그룹의 자산은 17조1천억 원 규모였다.

    2014년 3월 동부그룹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총 7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동부그룹은 동부건설, 동부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직원들에게 직급별로 증자 참여 액수를 할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기는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2014년 5월 동부증권이 유진투자증권을 거쳐 동부제철과 동부CNI, 동부건설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규정보다 많이 인수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됐다.

    2015년 5월 동부자동차보험손해사정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주식가치가 떨어지자 김준기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억100원을 보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 부장 측은 회사가 유상증자 참여를 강요하고 참여를 하지 않으면 부당하게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헐값 매입 사건
    2000년 12월 동부건설 자사주 763만주를 매도한 뒤 이를 다시 헐값에 매입하고 2003년 6월 동부월드의 주식 101만주를 주당 1원에 매입한 혐의를 받았다.

    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09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받았다.

    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듬해인 2010년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된 경제인 명단에 포함됐다.

  • ◆ 경력

    ▲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1월18~19일 경기도 광주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69년 1월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1971년 동부고속운수를 설립하고 1972년에는 동부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해 각각 대표이사를 맡았다.

    1982년 동부투자금융(현 동부증권)을 설립했다.

    1983년 해외건설협회 이사를 맡았고 1983년 5월에 한국자동차보험 회장을 역임했다. 같은 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도 맡았다.

    1984년 일신제강을 인수해 동부제철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회장이 됐다.

    1985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1986년 울산석유화학을 인수해 동부석유화학으로 이름을 바꾸고 회장에 올랐다.

    1988년 동부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1989년 동부애트나(현 동부생명보험)를 설립해 회장을 맡았다.

    1997년 동부정보기술과 동부한농화학 회장을 맡았다. 2002년 동부전자 회장에 올랐다.

    2005년 2월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같은 시기부터 동부그룹 회장도 맡았다. 

    2017년 9월 성추문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 학력

    1964년 경기고등학교(60회)를 졸업했다.

    광복한 뒤 청년운동을 펼쳤던 숙부 김진팔씨가 경기고 27회, 아들 김남호 상무가 90회 졸업생으로 3대째 경기고와 인연이 깊다.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등이 경기고 동기동창들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67학번으로 1973년 졸업했다. 부인 김정희씨의 조부 김연수씨는 김성수 고려대 설립자의 동생이다.

    ◆ 가족관계

    2대째 국회의원을 배출한 명문 정치가문 출신이다.

    부친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으로 1954년 제3대 민의원을 시작으로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국회 상공위원장, 공화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을 두루 지내는 등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고 2006년 별세했다.

    김준기는 어머니 김숙자씨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 사이에서 태어난 8남매 가운데 둘째이자 장남이다.

    김준기의 형제들은 정계와 재계, 학계, 법조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혼맥과 인맥을 자랑한다.

    누나 김명자씨는 국내 최초의 치약회사인 동아특산약화학 임형복 회장의 차남 임주웅 전 동부생명 사장과 결혼했다.

    큰 동생인 김택기씨는 1990년대 동부화재 사장을 지내다 정계에 진출해 2000년 4월 16대 민주당 의원(강원 태백 정선)으로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의 부인은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로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인사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둘째 남동생 김무기씨는 동부제철에서 경력을 쌓은 뒤 동부증권 부사장을 지냈다. 김 전 부사장은 이종진 전 서울대 문리대학장의 딸인 이지은씨와 결혼했다.

    여동생 김명희씨는 ‘한국 여성의 전화’ 창립 멤버로 ‘무녀도’, ‘역마’ 등의 소설을 쓴 김동리 작가의 차남인 김평우 변호사와 결혼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법률대리인단으로 활동했다.

    큰 누나와 김명자씨와 마찬가지로 재벌가와 결혼한 막내 여동생 김희선씨는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의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결혼했다.

    김준기는 김상준 전 삼양염업 회장의 차녀인 김정희씨와 결혼했다. 부인 김정희씨는 연세대 기악과 출신으로 중매결혼해 김준기와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1975년 생으로 미국 워싱턴주립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뒤 동부제철 부장으로 일하다가 2013년 동부팜한농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에 동부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2월부터 DB손해보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DB그룹 핵심계열사로 DB그룹 계열사들과 지주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며느리 차원영씨는 1979년 생으로 차경섭 차병원그룹 이사장의 손녀이자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장녀다.

    장녀 김주원씨는 1997년 9월 당시 해동화재 김동만 회장의 손자인 김주한씨와 결혼한 뒤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 상훈

    1977년 수출의 날 은탑산업훈장, 1979년 대통령표창, 1981년 제1회 건설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8년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제21회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 기타

    김준기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많은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2018년 5월1일 기준으로 DB그룹 지주사인 DB Inc. 11.36%, DB하이텍 3.60%, DB스탁인베스트먼트 34.07%, DB인베스트먼트 73.51%, DB저축은행 14.14%, DB금융투자 5.00%, DB생명보험 0.12%, DB손해보험 6.09%를 보유하고 있다.

  • ◆ 어록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오른쪽)이 2013년 3월28일 러시아 최대 에너지 자원기업인 베이직엘리먼트그룹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을 만나 상호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2017/09/21, DB그룹(동부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며)

    “동곡상이 선친의 유지인 강원도의 발전과 인재육성을 넘어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동부그룹도 강원도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16/11/08, 제11회 동곡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을 격려하며)

    “지난 반세기 동안 땀흘려 일군 소중한 성과들이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려 초토화되고 있다.” (2015/01, 신년사에서)

    “구조조정을 계기로 이제부터 우리는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내실을 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 (2014/01/02, 신년하례식에서)

    “전자산업에서 일본 중국과 경쟁하려면 최소한 종합전자회사가 대여섯 개는 돼야 한다는 생각인데, 지금 한국에 두 개밖에 없다. 대우전자가 매물로 나왔을 때 한국의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종합전자회사가 더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를 결심하게 됐다.” (2013/07/01,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에서 임직원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남의 것을 잘 모방해서 더 낫게 만들면 그것이 더 위대한 것이다. 윗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서 벤치마킹을 열심히 해야 한다.” (2013/01/18, 경기도 광주 곤지암 동부그룹 인재개발원 신년 임원워크숍 특강에서)

    “우리 사회의 탐욕적 이기주의가 안타깝다. 이를 극복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2013/05/29, 강원도 강릉 명주군 왕릉에서 열린 강릉 김씨 문중 행사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오직 안정만을 추구해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또 배금주의와 편의주의에 물들어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는 모습도 많이 봤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매우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젊은이라면 국가관과 기업관을 확고히 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 의지를 충만히 가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2008/03/14,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요즘 관을 개혁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의 나라,관이 주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관이 스스로 개혁한다는 것은 속성상 불가능하다. 진정한 관의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과 학계가 나서 관이 올바르게 개혁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2008/03/14, 한국경영학회의 경영자대상을 수상한 뒤강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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