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XS와 함께 가격을 크게 낮춘 아이폰XR를 동시에 내놓으며 '양동작전'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XS에 맞서야 할지, 아이폰XR에 대응해야 할지 스마트폰 판매전략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삼성전자, 아이폰XS와 아이폰XR 어느 쪽과 싸워야 하나 고민 깊어져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4일 "애플 아이폰XR은 합리적 수준의 가격을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애플의 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새로 선보인 아이폰XR은 고성능 프로세서와 카메라, 새 디자인과 6.1인치 디스플레이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특징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가격은 749달러부터로 비교적 낮게 매겨졌다.

동시에 공개된 아이폰XS보다 250달러, 아이폰XS맥스보다 350달러 저렴한 가격이다.

아이폰XR은 주요 경쟁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는 미국 기준으로 1천 달러, 화웨이 P20프로는 880달러에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999달러의 아이폰X 출시로 매출과 수익성을 크게 늘리며 고가 전략에 성공하자 갤럭시노트9에 최고 성능의 부품을 집약해 비싼 가격에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스마트폰의 경쟁력과 가치를 인정한다면 1천 달러에 이르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소비자층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을 아이폰X 판매 성과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이 아이폰X으로 고가 스마트폰의 포문을 연 지 1년 만에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가세하며 1천 달러 스마트폰이 주류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XR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만들어내며 또다른 판매전략을 꺼내들었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애플 아이폰XR은 갤럭시노트9 등 올해 출시된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며 "우월한 성능에도 가격 경쟁력이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아이폰XR에 대부분의 수요가 쏠릴 것을 예상하면서도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에 고가 전략을 유지했다. 충성도 높은 수요층을 공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팀 쿡 애플 CEO는 13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인터뷰에서 "다양한 소비자층에 아이폰을 선보이기 위해 라인업을 다양화했다"며 "아이폰은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99~1499달러의 최고가에 판매되는 아이폰XS맥스를 놓고 "혁신과 가치를 증명한다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판매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노트9의 높은 가격에 걸맞는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내부 성능과 카메라, 메모리반도체 용량과 디스플레이, 'S펜' 등 모든 측면에서 큰 폭의 하드웨어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고가 전략은 결국 원가가 비싼 고성능 부품의 탑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나 기술 발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 아이폰XS와 아이폰XR 어느 쪽과 싸워야 하나 고민 깊어져

▲ 애플 새 스마트폰 '아이폰XR'.


애플이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아이폰 고가 전략의 가장 큰 버팀목으로 삼고 있는 반면 고정 소비자층이 비교적 적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자체의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XR 출시에 대응할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 변화를 고심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등 차기 스마트폰에서 지금과 같은 고가 전략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려면 소비자가 아이폰XR과 큰 가격 차이를 충분히 인정할 정도의 기술 발전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을 아이폰XR과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 인상에 소비자의 부정적 반응을 인식하고 있다"며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강화해 차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며 차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