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구광모, 4차산업혁명에서 'LG 성장'의 의지를 알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올레드(OLED)’를 살펴보고 있다.

“미래 성장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연결해야 한다.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3일 공식적으로 취임 한 지 76일 만에 첫 현장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구본무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연구 개발에 높은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LG그룹이 밝힌 구 회장의 첫 공식 일정이 LG 연구개발의 심장인 LG사이언스파크이고, 그가 이 자리에서 던진 화두가 '미래'와 '기술' 두 단어로 압축되는 만큼 구 회장이 LG그룹을 미래 기술에 기반한 4차산업의 핵심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선대 회장인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집무실을 그대로 두고 취임식도 생략하는 등 최대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그룹 현황 파악에 집중했다.

LG사이언스파크 방문은 이러한 흐름을 깨고 총수로써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LG그룹의 미래와 관련해 상징적 의미를 담은 발걸음으로 볼 수 있다.

구 회장은 우선 LG가 몇 년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분야에 우선적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관심을 보인 두 가지 제품 가운데 하나가 전장부품인 '레이저 헤드램프'였다. LG는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헤드램프 전문회사인 ZKW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전장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미래사업 가운데 하나인 인공지능(AI)과 로봇사업도 LG의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구 회장은 LG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혁신)'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 방문에서 "국내는 물론 북미와 일본 지역의 우수한 중소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LG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있다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해 인공지능 기술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구글의 한국 진출에 힘입어 음성만으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TV, 공기청정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도 본격화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8월 말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LG전자 최고 경영진이 글로벌 주요 전시회에서 개막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LG전자 인공지능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로봇사업은 구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주요사업 가운데 하나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직후 LG전자는 536억 원을 들여 산업용 로봇기업 로보스타 지분 20%를 인수하고 미국 로봇개발 전문기업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33억2700만 원을 투자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SG로보틱스와 협업해 웨어러블 로봇 ‘클로이 수트봇’도 개발했다. LG전자는 클로이 수트봇을 2019년 말경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로봇은 한 대를 제작하는데 억 단위의 비용이 드는 탓에 개발비용을 낮춰 양산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 LG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로봇 개발 속도를 높여 양산을 앞당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LG는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했다. LG테크놀로지 벤처스는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주행 부품분야의 스타트업 발굴과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통신(IT) 기술에 관심이 많아 각종 컨퍼런스나 포럼 등에도 자주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게 실행에 옮기며 내부 기반의 연구개발 및 외부와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향한 구 회장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