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가 LG그룹 반도체사업의 중추로 떠오르면서 손보익 대표이사가 매출 다변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LG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공급사로서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손보익, LG그룹 반도체 '중추' 실리콘웍스 '독자생존' 가능성을 열다

▲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이사.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이번에 LG전자로부터 티콘사업을 넘겨받으면서 차근차근 충실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점진적으로 전개하는 중"이라고 파악했다.

LG그룹은 그룹에서 유일한 반도체회사인 실리콘웍스에 관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LG그룹의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 계열사로 시스템반도체인 디스플레이용 구동칩(드라이버IC)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2014년 LG그룹에 편입됐으며 주로 LG디스플레이 등에 패널 관련 반도체칩을 공급한다.

실리콘웍스는 최근 LG전자로부터 ‘올레드(OLED)TV용 영상신호처리장치(T-Con, 티콘)칩 사업과 관련한 자산 및 인력 일체’를 480억 원에 넘겨받기로 했다. 티콘칩은 디스플레이 패널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다.

LG그룹은 과거에도 두 차례 계열사의 반도체 설계사업을 실리콘웍스에 양도했다. 실리콘웍스는 2015년 이미 티콘칩사업을 넘겨받았는데 이번에 매수한 사업은 올레드TV용인 만큼 기존의 LCD TV용 티콘칩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실리콘웍스가 설계해 공급하고 있는 구동칩(Driver-IC)은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을 표현하는 픽셀(화소)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일종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티콘칩은 이 구동칩을 통제하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한다. 

실리콘웍스의 이번 양수는 고객 및 제품의 다변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티콘칩사업 인수로 TV용 시스템온칩(SoC)에 관한 기술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인수의 가치는 충분히 높다"고 평가했다. 

실리콘웍스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LG디스플레이를 통하지않고 직접 올레드TV용 티콘칩 고객사를 확대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니와 스카이워스, 파나소닉, 창홍, 콩카 등에 이어 올해 샤프와 하이센스 등 올레드TV 진영에 합류하는 회사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웍스의 매출 다변화는 손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손 대표는 LG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사업팀장, 시스템반도체연구소 센터장을 지내는 등 TV와 스마트폰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맡아온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2016년 말 실리콘웍스 대표에 취임한 뒤 생산 제품을 다변화하는 데 힘써왔다.

현재 실리콘웍스 매출의 대부분은 LG그룹 계열사와 거래에서 나온다. LG디스플레이와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에 집중돼있고 그 뒤로 LG이노텍과 LG전자 순이다.

이 때문에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 등 관계사의 동향 또는 글로벌 패널시황에 따라 언제든 실적이 널뛸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웍스는 LG전자가 올해 새 스마트폰 'G7씽큐' 출시를 5월로 늦추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41.7% 급감했다.  LG전자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로서는 안정적 성장을 위해 사업구조와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는 “독자적 시스템반도체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오기도 했다.

최영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의 성장 방향은 확실하지만 반도체 고객사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LG디스플레이에 의존을 낮출수록 실적 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가 갖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리콘웍스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수탁제조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그룹이 실리콘웍스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 대표는 LG그룹이 19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반도체 생산사업을 주도하게 될 수도 있다. LG그룹은 1999년 IMF 당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사업을 매각했다.

현재 실리콘웍스는 자체 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어 SK하이닉스 등 위탁생산을 하는 업체에 양산을 맡긴다. 

하지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품질 관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한 뒤 빠르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자체 공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리콘웍스는 1분기에 위탁생산공장 사용료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