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상화폐 채굴용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해 자체 그래픽반도체(GPU) 개발과 상용화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적용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AP(모바일프로세서)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그래픽D램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시너지를 노릴 수도 있다.
 
삼성전자, 가상화폐 반도체 발판 삼아 자체 그래픽반도체 개발 가속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8일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자체 설계기반을 적용한 그래픽반도체를 상용화해 스마트폰 등 주력제품에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는 내년 새 스마트폰에 5G 통신반도체와 자체개발 AP, 그래픽반도체, 인공지능반도체를 모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5G 통신모뎀과 인공지능반도체를 시스템반도체 핵심과제로 강조하며 이른 시일에 다양한 제품에 탑재할 수 있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래픽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AP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와 설계방식에 차이가 크고 삼성전자가 본격적 기술개발에 나선 시기도 비교적 늦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분야를 가상화폐 채굴용 반도체까지 확장하며 그래픽반도체 기술 확보를 앞당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가상화폐 채굴용 반도체를 시작으로 자체 그래픽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해 엔비디아와 AMD 등 경쟁업체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최근 주문생산 방식으로 고객사에 공급중이라고 밝힌 가상화폐 채굴용 반도체는 이전부터 비트코인 등의 채굴에 사용되던 그래픽반도체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설계구조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과정에 참여하는 주문생산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그래픽반도체 성능발전과 기술개발에 성과를 볼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ARM과 퀄컴이 설계한 모바일용 그래픽반도체를 스마트폰에 적용해 내놓고 있는데 지난해 미국에서 그래픽반도체 설계전문가를 공개채용하며 전담팀을 꾸리는 등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반도체 위탁생산을 맡은 적도 있고 2016년 엔비디아와 기술특허를 공유하는 계약도 맺었던 만큼 그동안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했을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다양화되며 AP가 모든 연산작업을 처리하는 데 갈수록 한계를 맞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주요 제조사는 인공지능반도체와 그래픽반도체를 추가로 탑재해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부터 자체 그래픽반도체 개발을 공식화한 만큼 삼성전자도 뒤따라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자체 그래픽반도체 설계기반 확보는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하지만 관련 연구개발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 등에 그래픽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탑재하면 외부 반도체기업에 의존을 낮추는 동시에 그래픽성능을 더욱 최적화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삼성전자, 가상화폐 반도체 발판 삼아 자체 그래픽반도체 개발 가속

▲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AP에 적용하는 ARM의 그래픽반도체.


특히 삼성전자가 외부공급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동차용 AP에서 이미지 처리능력이 운전자 보조와 자율주행기술 등에 핵심인 만큼 그래픽반도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그래픽D램 등 차세대 메모리와 그래픽반도체의 기술적 시너지를 노릴 수도 있다.

자체 그래픽반도체와 그래픽D램을 ‘통합칩’ 형태로 내놓으면 성능효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고 외부고객사에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AP 공급을 추진하는 데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의존을 낮추고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그래픽반도체 기술확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현재 3% 정도인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을 5년 안에 6%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