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해소의 대안 '기본소득', 조기대선 이슈로 점화할까  
▲ 이재명 성남시장(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기본소득이 19대 대선의 이슈로 부상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주자들이 적극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내걸고 있다.

기본소득은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으로 먼 나라 얘기로 여겨졌는데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서 우리 사회도 관심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기본소득 논의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현실성 있는 복지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재명 박원순 심상정 김종인, 기본소득 논의 불붙여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본소득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이들은 이미 지자체에서 기본소득의 일종인 청년수당 혹은 청년배당 실험을 시도했다.

이 시장은 10일 한국형 뉴딜 성장정책의 일환으로 만 30세 미만 유아동·청년과 65세 이상 노인, 농어민, 장애인 등에게 연간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시장은 2800만 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예산 28조 원을 법인세와 고소득자 증세로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500억 이상 이익을 내는 법인 440곳에 30%의 법인세를 부과하면 15조 원이 더 걷히고 연 15억 이상 고소득자에 증세를 통해 4~5조 원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재정을 구조조정하면 30조 원의 여력이 생긴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시장은 또 토지 보유자들에게 15조 원가량 국토보유세를 부과해 기본소득을 충당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국민의 95%가 납부한 세금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21일 국회 토론회에서 모두의 경제라는 의미로 ‘위코노믹스(Weconomics)’를 제안하면서 “생애주기별로 촘촘하게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하는 ‘한국형 기본소득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아동양육을 위한 아동수당, 구직기간의 청년수당, 성년의 실직과 질병에 대비한 실업부조·상병수당, 국민소득보험, 장애수당, 노인기초연금으로 이어지는 기본수당 체인을 제시했다.

박 시장의 기본소득 방안은 19조~35조 원 규모의 예산 추가소요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 시장은 국가 재정에서 이 정도 예산은 충분히 마련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불필요한 토건 예산 등을 줄이는 재정개혁만으로도 32조 원이 생기고 법인세 인상 등 조세개혁으로 16조 원, 공공부문 개혁으로 4조 원 등 50조 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일찌감치 기본소득 실시를 제안했다. 심 대표는 지난해 9월20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며 중부담 중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대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전면적 실시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므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아동·청년·노인 대상 기본소득을 우선 부분적으로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0~5세 아동, 19~24세 청년, 65세 이상 노인에 첫 단계로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농민, 장애인, 문화예술인에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지난해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데 주목해야 한다”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세계적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 부분적 기본소득부터, 국회 입법 논의 시작

기본소득은 조건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완전기본소득과 계층별로 지급되는 부분적 기본소득이 있다.

완전기본소득은 예산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넘어야할 산이 많고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사례가 드물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부분적 기본소득 논의부터 전개되고 있다.

  불평등 해소의 대안 '기본소득', 조기대선 이슈로 점화할까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부분적 기본소득에 한정할 경우 기본소득이라는 용어 사용은 신중하지만 많은 대선후보들이 기본소득과 유사한 복지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차기정부 복지정책에 기본소득의 개념이 어느정도 반영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회에서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한국형 기본소득제 입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의원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의 대두로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조기 대선국면에서 단순한 일자리나 복지가 아니라 국민기본소득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입법 플랜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의 쟁점과 이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시민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의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에서 기본소득은 시민배당과 환경배당, 토지배당으로 구성되며 시민배당 20만원, 환경·토지배당 각 5만 원으로 모두 30만 원이 지급된다. 이 경우 연 18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기초생활보장예산,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등을 돌릴 경우 13조 원이 충당된다. 나머지는 소득의 10%에 부과하는 시민세, 환경세와 토지세를 걷어 조달하게 했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중요한 한 요소이면서 동시에 복지국가로 넘어가는 수단”이라며 “기본소득으로 수혜자와 납세자 불일치 문제가 해결되고 증세에 대한 정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5일 기본소득보장 쟁점과 대안 토론회를 열었다. 정 의원은 “많은 국가에서 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논의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은 그 해결책의 하나”라며 “이번 토론회는 기본소득의 긍정적 가치를 명확히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기본소득 관점에서 아동수당, 청년수당, 기초연금 등 연령대별 보편수당의 확대 방향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제도 도입 목적을 분명히 하고 제도 도입이 가져올 다양한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실증적 근거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은 현실이며 이념에 근거한 기본소득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본소득을 복지급여 액수의 문제로 협소하게 이해해 기본소득의 사회변혁 가능성을 차단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