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과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내년에 수주를 확대해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일 “대형 조선사들에게 최악의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며 “대형 조선사들은 신규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발주가 예정된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을 수주하는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내년 수주 독식할 수도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1월30일 원유생산을 감축하기로 합의하면서 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최소 1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은 유가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해양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플랜트를 발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도 올해 미뤄왔던 상선의 발주를 내년에 대폭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해양플랜트와 선박 등의 발주가 늘어날 경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중견조선사를 제치고 수주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연구원은 내다봤다.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를 받는데 유리한 상황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선수금환급보증이란 조선사가 정해진 기한 내에 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이것이 발급되지 않으면 수주가 사실상 불발된다.

정부는 10월 말에 발표한 조선업계 지원 방안에서 “국내 대형조선사의 정상적인 수주활동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조선사들의 금융지원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접수하는 창구를 만들어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조선3사체제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만큼 어떻게든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연구원은 대형조선사의 경우 재무상태와 수주잔량 등이 중견조선사보다 나은 상황이라 정부와 시중은행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68.5%다. 1년 안에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도 4조2171억 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4월경에 비조선사업부를 분할한 뒤 재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추가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 222.8%,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7337억 원이다. 삼성중공업은 11월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유상증자를 통해 1조1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당분간 현금을 확보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현재 금융권이 요구한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권이 이들에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등 자금대여를 거부할 명분이 제한적”이라며 “장기적으로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독식에 따른 생존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과정을 밟고 있어 당분간 수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하지 못하는 틈을 타 수주에 매진할 경우 내년에 57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각각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조선소는 수주활동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한 연구원은 “국내 중견조선소들은 이미 대부분 재무상태가 악화해 채권단의 관리로 운영되고 있다”며 “채권단들은 중소조선소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현금을 추가로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수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