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이 자체 개발을 추진하는 ‘마이크로LED’의 위탁생산을 맡게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중국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며 적자 늪에 빠져 있는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애플 '마이크로LED' 위탁생산 1순위, 새 활로 될까

▲ 시장조사기관 DSCC의 대표 로스 영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Trusted Reviews >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DSCC의 대표 로스 영에 따르면 애플이 향후 애플워치 디스플레이를 위해 맞춤 설계하는 마이크로LED는 LG디스플레이가 제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 영은 현지시각 15일 트위터를 통해 “애플은 마이크로LED 설계와 제조 전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 백플레인(디스플레이를 구동시키는 회로 소자가 포함된 뒷면)을 위한 작은 라인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25년 동안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로 디스플레이 관련 정보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애플이 2022년 하반기에 출시한 아이폰14프로/프로맥스 시리즈에서 ‘노치’ 디스플레이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을 출시일보다 1년도 더 앞선 2021년 상반기에 내놓기도 했다.

최근 블룸버그 등 해외매체들은 2024년부터 애플이 애플워치 울트라에 올레드(OLED)가 아닌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해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는 큰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애플이 애플워치 디스플레이용 마이크로LED를 자체개발한다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의 수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LED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화소 역할을 하는 LED소자 각각의 빛을 따로 제어할 수 있어 세밀한 명암비 구현이 가능한데 현재 각 디스플레이업체들이 개발을 진행하는 단계이고 양산을 시작한 곳은 한 곳도 없다.

하지만 블룸버그 보도처럼 애플이 마이크로LED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이 최근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결국 직접 생산은 하지 않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반도체를 설계해 TSMC에 제조를 맡기는 것처럼 마이크로LED도 애플이 설계를 담당하고 제조는 위탁생산업체가 담당하는 분업구조를 갖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애플이 만약 마이크로LED를 직접 생산하려면 관련 디스플레이 업체를 인수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애플이 굳이 디스플레이를 직접 생산할 필요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애플 '마이크로LED' 위탁생산 1순위, 새 활로 될까

▲ 마이크로 LED 이미지. < Adafruit Industries >

애플이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의 위탁생산을 맡길 1순위로는 LG디스플레이가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워치에 탑재되는 올레드의 80%를 공급하는 최대 협력사다. 

또 LG디스플레이가 아직 양산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2022년 디스플레이 백플레인 생산을 위한 소형 라인까지 구축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애플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사전에 애플과 이야기가 없었다면 마이크로LED 라인을 구축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가장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구축한 디스플레이 협력사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아이폰4부터 액정표시화면(LC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하면서 협력 관계를 시작했으며 현재도 전체 매출의 36%를 애플로부터 거두고 있다.

애플의 마이크로LED 위탁생산은 LG디스플레이에게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한 때 LCD 분야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최근 저가공세를 펼치는 BOE 등 중국업체에게 점유율을 내주며 점차 LCD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2분기, 3분기 각각 4883억 원, 75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2023년에도 약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를 수주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력에서 앞서나간다면 충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증강현실(AR) 헤드셋용 마이크로올레드까지 노리고 있다. 

마이크로올레드는 기존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해상도를 증강현실 기기 특성에 맞게 개선한 디스플레이로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마이크로올레드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선익시스템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IT매체 9투5맥은 “애플은 향후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를 사내에서 설계한 다음 백플레인과 같은 ‘기성품’은 LG디스플레이 등 협력업체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애플이 실리콘(반도체)에서 TSMC와 협력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