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투자가 이뤄지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게는 단비가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콘텐츠 산업 역량을 높이려는 빈 살만 왕세자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지 주목된다.
 
사우디아리비아 빈 살만은 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눈독을 들이나

▲ 2022년11월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국부펀드(PIF)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8%를 8천억 원에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에서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매니지먼트 총괄 운영하는 카카오의 비상장 자회사로 2023년 내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타파스엔터테인먼트 등 공격적 인수합병을 진행해왔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도 타진했으나 6천억~1조 원에 이르는 인수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 들어 금리인상 등 환경 변화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8천억 원이라는 큰 자본이 유입된다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를 통해 빈 살만 왕세자가 노리는 바에도 관심이 모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익히 알려진 대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에서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다양한 분야로 다각화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만연한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고 저유가와 석유산업 이후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 개인적으로 콘텐츠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근 중동국가인 UAE와 함께 인구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이며 인터넷 보급률이 95% 수준이다. IT·콘텐츠 분야에 빈 살만 왕세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빈 살만 왕세자는 IT·콘텐츠 사업을 일으키기에는 부족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술과 노하우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동안에는 주로 게임에 집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랍지역의 넷플릭스 시청자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주목해 영상콘텐츠 분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으며 이어 워너뮤직, AMC(영화관)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콘텐츠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콘텐츠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바꾸기 위해 글로벌 문화산업 강국으로 떠오르는 한국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기업들과 투자 및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는 2022년 2월 한국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에 8천억 원, 넥슨재팬에 1조589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7월에는 사우디 문화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CJENM, SM엔터테인먼트와 현지 아티스트 제작 방안을 의논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관심은 국내 콘텐츠기업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마침 K콘텐츠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5개 권역을 대상으로 K콘텐츠 브랜드파워지수에서 중동은 100점 만점에 62.2점을 기록해 전체 권역 중 가장 높았다. 한류 인기가 절정에 이른 아시아/오세아니아(62)보다 높은 수치다. 분야 역시 기존의 뷰티, 드라마, 영화, 음악에서 웹툰과 모바일게임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1년 말 내놓은 '사우디의 한류, K콘텐츠 인기에 따른 新비즈니스의 기회' 보고서에서 "중동에 부는 한류 바람으로 사우디에서도 관련 한국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K콘텐츠 확산 및 관련 상품 마케팅 효과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