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은 한미글로벌에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올해 6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적극적 행보를 강조했다.
 
한미글로벌 네옴시티 수주전 두각, 김종훈 ‘기회의 땅’ 사우디 전력투구

▲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사진)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관련 연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더욱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시장이 경기침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동 등 글로벌시장에서 공격적 전략으로 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바라본 것이다.

한미글로벌은 28일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건설기술자에 제공할 숙소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 모니터링서비스 용역 낙찰통보서(LOI)를 받아 본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달 초에는 네옴시티 설계 및 시공부문 문서관리 정책과 시스템을 수립하고 사업관리정보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PM사업을 낙찰받았고 8월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자문 관련 용역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PM(건설사업관리, Program Management)은  기획, 설계, 시공뿐 아니라 시공 뒤 유지관리까지 건설 과정 모든 단계에 걸쳐 종합적 관리를 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한미글로벌은 현재 해외 자회사까지 가세해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PM사업 6건을 수주했다.

김 회장이 앞서 7월 인수한 영국의 PM기업 워커사임은 최근 네옴시티 핵심 프로젝트로 꼽히는 친환경 신도시 ‘더 라인’ 관련 사업을 따냈다.

계약금액 등은 서비스 실행단계에서 확정되지만 더 라인 중점지역 마케팅, 사업기획 수립, 자금조달 등 업무 지원을 포함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글로벌은 이밖에도 네옴시티 건설기술자 2차 숙소단지, 네옴시티 인공연못 조성 프로젝트 관련 PM사업 등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한미글로벌의 사우디 수주 행진은 네옴시티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한미글로벌은 올해 7월 사우디법인을 통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서쪽에서 20km 떨어진 디리야지역에 대규모 주거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의 PM 용역을 수주했다. 

디리야지역은 사우디 왕국의 발상지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프로젝트 발주처인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DGDA)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사업의 계약금액만 440억 원에 이른다.

한미글로벌은 6월 사우디 국영 부동산개발기업 로쉰이 발주한 155억 원 규모의 리야드 주거복합단지 조성사업 PM 용역도 따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동을 비롯한 중국, 베트남, 인도, 일본, 리비아, 필리핀 등에 법인과 지사를 설립해 해외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김 회장은 2007년 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4월에는 아예 법인을 세웠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두바이 실리콘 게이트 빌딩 건설 프로젝트 PM 사업을 수주하면서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 

한미글로벌은 2008년에는 중동 IT컴플렉스 개발 프로젝트 PM 용역을 따냈고 오만 조선소 PM 사업도 수주했다. 2008년 4월에는 사우디에도 수도 리야드의 ITCC(Information Technology and Communication Complex) PM 용역사업을 통해 발을 들였다.

한미글로벌은 그 뒤 중동에서 건설시장이 가장 큰 사우디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2017년 11월에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설립한 국영기업 아카리아와 합작투자로 ‘알아카리아한미’도 설립하면서 중동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점에서 네옴시티 수주전에서 거둘 성과는 중동 현지에서 회사의 입지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글로벌은 이미 2021년 6월 네옴시티 프로젝트 ‘더 라인’의 총괄프로그램 관리사업을 수주하면서 사우디 현지에서 회사의 인지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사우디는 김 회장 개인적 경력에서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김 회장은 올해 7월 한미글로벌 공채 신입사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 1973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실제로 건설을 처음 경험한 것은 1979년 사우디 현장 근무였다고 회상했다.

김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한샘건축연구소에서 건축설계 일을 하다 한라건설, 한양 등 중견건설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 회장은 건설회사에서 주로 입찰용 시방서(설계와 제조 등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세부사항을 명시한 문서)를 담당했지만 1979년 해외현장 공무과장이 되면서 기술사 면허도 따는 등 치열하게 실무를 습득하고 공부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았지만 외국 감독관을 상대로 싸우고 질문하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파고 들었더니 약 2년4개월 지난 뒤 사우디 현장 생활이 끝날 때는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공무과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 뒤 국내에서도 주요 건설현장에 투입됐고 1984년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말레이시아 쌍둥이빌딩(KLCC) 현장소장으로 발탁됐다. 말레이시아 쌍둥이빌딩은 98층 규모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한미글로벌은 현재 사우디 네옴시티 등과 같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위한 그룹사 사이 협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특히 사우디와 미국 등에서는 별도로 현지 인력 확보를 위한 ‘스태핑’ 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김 회장은 5년 뒤인 2027년에는 회사의 매출을 1조2천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 가운데 절반을 해외사업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한미글로벌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이 27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야심찬 포부다. 한미글로벌은 2021년 기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38% 수준이다.

김 회장은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들에게 “한미글로벌은 글로벌 경영에 승부를 거는 회사”라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은 1996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으로 건설사업관리 단일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일반 건축물부터 초고층 빌딩, 개발사업, 재개발·재건축 등 리모델링, 에너지 인프라까지 다양한 건설영역 전반에서 PM서비스를 제공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