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일본에서 퀵커머스 사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아마존과 라쿠텐 등 일본에서 양강 구도를 보이는 전자상거래기업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분야를 파고들어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 안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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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일본에서 퀵커머스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쿠팡의 해외사업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사진)이 직접 이끌고 있다. 


28일 쿠팡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일본에서 퀵커머스 사업의 배달 가능 권역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재 쿠팡은 일본 도쿄의 23개 구 가운데 8개 구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시나가와구와 오타구, 메구로구, 시부야구 등 4개 구만 배달 가능 지역이었는데 반 년 사이에 4개 구가 더 늘었다.

쿠팡은 퀵커머스 서비스의 배달 가능 권역으로 6월에 미나토구와 세타가야구를 추가한 데 이어 10월에는 스기나미구와 나카노구까지 영토를 넓혔다.

도쿄 내에서 보면 가장 남쪽 지역부터 시작해 점차 북쪽으로 서비스 권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공격적 마케팅도 지속하고 있다. 

쿠팡은 일본사업과 관련해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단 10분 내 배송 가능’ ‘2천 엔(약 2만 원) 이상 구입하면 무료배송’ 등 서비스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첫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1500엔(약 1만5천 원)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쿠팡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기한 사람들의 수가 10만 명이 넘었다는 점에서 여러 마케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지 언론도 이런 쿠팡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최근 닛케이아시아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알려진 쿠팡이 도쿄의 퀵커머스 사업에서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쿠팡이 퀵커머스 사업으로 일본에서 고성장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팡은 퀵커머스 사업에서 취급하는 상품 수도 빠르게 늘리는 중이다. 이를 위해 6월15일 다이소와 손을 잡았다.

다이소가 판매하는 쓰레기봉지 등 청소 아이템과 젓가락, 종이접시류 등 도시락 아이템, 각종 파일이나 폴더 등 문방구 아이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쿠팡으로 주문할 수 있다. 다이소가 퀵커머스 서비스의 첫 협력사로 쿠팡을 선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쿠팡은 일본 고급 백화점 다카시마야와도 6월22일부터 협력하고 있다.

다카시마야는 1831년 일본 교토에서 시작된 헌옷·포목가게를 전신으로 하는 백화점으로 도쿄와 교토, 오사카와 같은 일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지점 19곳을 갖춘 백화점이다. 쿠팡은 이 백화점과 제휴해 프랑스 고급 브랜드 포션의 잼과 홍차, 이탈리아 밀라노의 고급 식료품 브랜드 펙의 올리브오일과 드레싱, 파스타류 등을 배송한다.

다카시마야와의 협업으로 생필품뿐 아니라 선물용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일정 규격을 충족하는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에 부여하는 JAS(일본농림규격) 인증마크가 붙은 유기농 야채도 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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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일본에서 퀵커머스 사업 성장에 힘입어 앱(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10만 건을 넘어섰다.


오타 리카 쿠팡재팬 총괄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에 “고품질 상품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쿠팡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일본 고객의 목소리도 서비스 개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쿠팡은 10월17일부터 오전 9시~밤 11시 사이 1시간 단위로 배송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10분 내 배달이라는 서비스가 편리하긴 하지만 일과 육아 등으로 물품을 받기 힘들다는 고객의 후기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다.

쿠팡이 일본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은 현지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상 퀵커머스 분야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일본에서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넷 슈퍼(인터넷 슈퍼의 줄임말)’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자체 슈퍼사업 ‘아마존프레시’ 이외에도 슈퍼마켓 라이프(LIFE), 바로(Valor) 등의 제휴 온라인 슈퍼마켓도 두고 있다.

이는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현재 일본 도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일본 라쿠텐도 온라인으로 그로서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 이들과 비교해 확실하게 다르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점은 바로 ‘속도’다.

아마존은 넷 슈퍼 사업에서 주문 이후 2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쿠팡이 목표로 하고 있는 10분 내 배송은 이 점에서 차별화된다. 라쿠텐의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도 아직 당일배송만 제공하고 있다.

쿠팡의 해외사업은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총괄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5월경 쿠팡의 해외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 한국 쿠팡법인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