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한국 무역에 어떤 영향 줄까  
▲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 BIS총재회의에 참석 후 조기 귀국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브렉시트 관련 긴급 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주체들이 단기적인 상황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가 한국 무역에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한국은행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브렉시트 대응 관련 긴급 간부회의에서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단기적인 상황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오늘 우리나라와 아시아 주요국 금융시장을 보면 가격변수 변동성이 지난 주말에 비해 크게 축소되는 등 불안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향후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유럽, 미국 등 주요국 시장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25~26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연차 총회와 세계경제회의 등에 참석한 뒤 브렉시트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귀국 일정을 당초보다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향후 상황 악화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철저히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상황이 불확실해 시장에서 높은 변동성이 반복되고 중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영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낮고 중국과 일본과 교역량이 크다는 점에서 브렉시트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열 관세청 차장은 이날 “우리나라 전체 무역량 규모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가량으로 크지 않다”며 “브렉시트가 한국의 무역시장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은 9633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영국과 교역량은 135억달러로 전체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김 차장은 “무역수지 측면에서 볼 때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수출규모가 커지게 되는데 브렉시트 이후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엔저 악재에 고전했던 한국기업들에게 브렉시트는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의 파고가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달리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로 출발했다”며 “브렉시트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6월 안에 정리돼 실물경제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면 우리 수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 후폭풍이 무서운 건 자본의 논리가 개입된 기업 이슈가 아니라 정치 이슈이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브렉시트가 일회성 이슈로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