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드사들에게 월드컵 같은 큰 행사도 ‘대목’으로 여겨진다. 들뜬 분위기가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데다 행사를 계기로 고객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카드업계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카드사들은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마케팅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 자금조달 부담에 월드컵 마케팅 자제, 크리스마스도 '남의 일'

▲ 과거와 달리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카드사 가운데 BC카드만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됐지만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곳 전업 카드사는 월드컵 관련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할인 혜택 제공도 없다. 

과거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카드사가 너나할 것 없이 응원을 명목으로 편의점이나 마트 고객 대상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비씨카드만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비자와 함께 편의점 등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유독 카드사의 월드컵 마케팅이 조용한 데에는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카드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행사를 주최하는 국제조직은 대회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공식 후원사가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월드컵’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붉은 악마나 축구공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의 이벤트를 펼치곤 했다. 

카드사들은 안 그래도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자금조달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 증가는 금리상승과 채권시장 자금 경색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운용자금의 70% 정도를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카드사들의 어려움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8일 열린 ‘2022년 금융동향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국내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3.7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7곳 카드사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모두 카드사 자금조달 실적에서 회사채 이자율이 지난해 말 1%대 후반에서 올해 3분기 2%대 초반으로 높아졌다. 이에 7곳 카드사의 3분기 이자비용 합계는 1조934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9% 증가했다. 

자금조달 비용 증가는 카드사들의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10월 말 내놓은 7곳 카드사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 모두에 “2022년 들어 신규 조달금리가 만기도래 차입 금리를 상회함에 따라 동사의 평균조달비용률도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업권 내외의 경쟁강도를 감안했을 때 운용금리로의 전가가 쉽지 않아 일정 수준의 운용마진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공통된 의견을 실었다. 

카드사들은 다가오는 연말 크리스마스 등 행사에서도 대규모 마케팅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에게 마케팅 비용 절감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장 먼저 고르는 선택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카드사들은 상반기에 수익성 악화를 비용절감을 통해 상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업평가는 7곳 카드사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카드비용 절감으로 이익률 감소 폭을 일정 수준 만회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공통된 의견을 실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