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인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Who] 롯데 유동성 위기론 진화 총력, 신동빈 정기인사도 미룰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정기 임원인사를 애초 관측보다 뒤늦게 실시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정기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늦어진 12월 중순에 실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롯데그룹이 언제 올해 임원인사를 실시할 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롯데그룹은 최근 2년 동안 11월 말에 인사를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올해 임원인사는 예상보다 뒤늦게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통상 인사가 임박할 때면 내부적으로 관련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현재까지는 잠잠하다는 말이 롯데그룹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롯데건설이 10월18일과 20일에 연달아 공시 2건을 올리며 유상증자를 2천억 원 규모로 진행하고 롯데케미칼에서 3개월 만기로 단기차입금 5천억 원을 빌리겠다고 밝히면서부터 유동성 위기론이 부각됐다.

롯데그룹은 당시만 하더라도 6천억~7천억 원 정도면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롯데건설이 계열사에 손을 벌리는 모습이 포착되자 예상보다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현재까지 롯데건설이 확보한 금액은 유상증자와 계열사로부터의 차입 1조1천억 원가량을 비롯해 은행권(하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대출 3500억 원, 롯데건설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한 대출(일본 미즈호은행) 3천억 원 등 약 1조7500억 원이다.

단기적으로 한 계열사가 한 달여 만에 이렇게 많은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드문 사례로 여겨진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단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환경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고 있어 국내외 은행을 비롯해 계열사를 통한 자금 조달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며 “최근에 진행한 유상증자와 자금차입, 자금보충도 이러한 대응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등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평가다.

유동성 위기가 비단 롯데건설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12월 한샘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모두 3천억 원가량을 출자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한샘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면서 한샘의 실적과 주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샘의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부진하면서 이와 관련한 자금 측면에서도 일부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가 추가로 자금을 대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투자금융업계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계열사들의 재무 상황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신 회장 역시 롯데그룹 전반의 유동성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일본에 체류하면서 매일 화상 회의를 통해 계열사들의 자금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론을 불식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면서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 상황 점검을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셈이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현재 롯데그룹 내부적으로 인사 관련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것은 결국 인사를 우선순위에서 잠시 뒤로 밀어놓은 것으로 읽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언제 인사가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남희헌 기자